최면 기록
석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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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느 최면술 연구소, 조그만 방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B, 그리고 그 옆에 최면술사 A가 서 있다.
A, 최면을 시작한다)
A: 눈을 감고, 하나, 둘, 이제 당신은
최면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느 것이 보이시나요?
B: 음... 고개를 들어보니까...
바다처럼 푸르른 하늘 아래
한 조각 구름이 깃털처럼
나부끼고, 저 멀리 산 중턱에
어느덧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조용히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세상이 보여요. 아름답네요.
A: 네, 그래요. 그럼 좀 더 아래쪽을 바라봐볼까요?
(잠시 혼선...)
B:네? 뭐라고요? 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A: (이런, 벌써 최면이 깨어버린 건가? 아니면
아직 최면이 걸려 있는 것인가? 일단 물어나볼까.)
A: 예? 아 예... 지금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나요?
B: 아...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에요.
냄새나는 오물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고
사람들은 아무 표정도 없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처럼 억지로,
그러나 무언가에 떠밀리듯 걷고 있어요.
회색밖엔 없는 딱딱한 우리 속에
모두들 갇혀버린 듯, 아무도 생기가 없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게 너무 중요하고
너무 중요한게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모두들 그렇게 여기는 눈치에요.
으... 이곳은 정말 말 그대로 지옥, 지옥 같아요.
A:... (어떻게 된거지..?
실은 이 두 곳이 같은 곳인 것 같은데... ) -夕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