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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2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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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소

감성 조회 1,57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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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소




강원도 삼척군 황지면 황지 1리 12-1번지
세월에 무르익지 않는 기억의 터전 하나 있습니다  밤마다
쩡, 쩡, 울어대던 산들이 토해놓은 석탄줄기들은 막장으로
내몰린 인생들의 까만 가래톳처럼 늘 진지하였습니다
코르타르 지붕 잔설 날리던 어느 아침, 얼어붙은 수돗가에
서 컥, 컥,  탄진을 쏟아내시던 아버지의 등 뒤로 쏟아지던
햇살, 햇살들...  양은대야를 튕기며 흩어지는 물빛 절망은
투박하신 손마디가 못다 훔친 몇 방울의 눈물이었겠지요
성삼부 춘삼이 아저씨, 다이나마이트 사고로 펑 하고 비명
에 가신 날,  탄진가루를 시커멓게 뒤집어 쓴 집도, 교회당
도, 동네개들도, 또한 사람들도, 졸지에 혼자 된 각시도 까
맣게 까맣게 울었더랬습니다  남겨졌다는 외진 죄책감들,
초혼굿 칼춤에 얼 빠진 광부들은 주먹질 싸움에 끝내 서로
엉켜 울었답니다  춘삼이 아저씨 이쁜 각시 걱정에 훌쩍거
리던 서러운 유년의 젖무덤 
강원도 삼척군 황지면 황지 1리 12-1번지
무덤의 비석처럼 심중에 우뚝 선 내 어린 날의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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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할배
감성선생님께 시가 꼭 민중시를 읽는 듯 힘이 느껴지고 아련하게 가슴을 적시네요 아픈 우리네 근대사를 엿보는 듯 도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정말 멋진 시 입니다
(2007.10.10 14:30:04)  
구룸새
이 시를 보니깐 신춘문예가 불현듯 떠오르네요
구체적인 단어들의 배치 그런 단어들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선 그에 대해서 노력이 불가피할 것인데
말미에 내 어린날의 주소입니다라는 말에서 추정해 볼 수 있듯이 정말로 자전적인 토대의 글인 것이라면
그런 경험들이 밑바탕 되어 글을 쓰는 지은이가 너무 부러운 걸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경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부럽고요 ^^

(2007.10.16 02: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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