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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월 1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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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아름다웠던 그녀

에테르 조회 9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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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습니다.

이렇게 비가올때면 늘 그녀를 생각하곤 했죠.
그녀와 비오는날 만났던 이후부터 말이죠.
참 좋았었죠..

그녀와 전 아주 멀리 떨어진곳에 살았어요.
지금부터 827일전에 우린 채팅에서 만났죠.
아무것도 모를 중학교2학년때였지만.. 별로 특별하게 나눈 말도 없었지만
왠지모르게 끌렸죠.. 이사람과 같이있으면 왠지 편안했어요..^^
다행스럽게도 그녀역시 제가 싫진 않았던 모양이에요.
그녀의 얼굴을 실제로 본건 만난지 1년이 다되어가던 때였죠.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건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이었구요.
그녀를 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아.. 떨리더군요^^;;
멀리서 누군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고 제 핸드폰이 울렸어요.
사실 핸드폰을 들기 전부터 그 사람이 그녀였다는걸 알고 있었죠.
전 계속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갔어요.
그 후로 그녀와 전 행복했어요.

적어도 전 행복했고, 그녀역시 그랬다고 믿었어요.
한달에 한번 만나기도 어려웠고, 그녀가 보고파서 무던히도 많이 울었죠.
그래도 행복했어요.
그후로도 1년이 넘는시간동안 같이 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죠.
늘 끝장 볼것처럼 덤비던건 저였고, 이렇게 어린 저를 그녀는 잘 다독거려줬죠.
누나 같았어요. 한없이 자애롭고, 또 그만큼 저한테 소중한 사람이죠.
저희집이 어려워졌고, 전 의지할곳이 없었죠.
그럴때도 그녀는 절 감싸주었어요. 저는 그녀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죠.

엊그제 그녀에게 전화가 왔었어요. 술을 먹었더군요.
자기가 아끼던 후배가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나만큼은 떠나지 말아달라고..
전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요.. 그럴땐 그녈위해 아무것도 할수없는 제가
너무도.. 너무도 싫곤 했어요.
그녀의 울음소리가 제가슴을 누르더군요.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녀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어요.
그녀에게 소중한 그 후배에 대한 질투였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에대한 실망에서였을지..

오늘.. 아니 벌써 어제군요..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그일 때문이었는지.. 그녀도 저도 가라앉아있었죠.
그녀는 잠깐 얘기좀 하자고 했죠. 우리가 처음 만났던 채팅으로..
그녀가 말했어요.
늘 보고싶어 안달하고, 무엇을 바라는건 자기뿐인것 같다고..
술먹은 다음날 괜찮냐고도 묻지 못한 제가 실망스러웠어요.
이제 좀 덜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지친것 같았어요.
저도모르게 발끈해서 왜 내 의견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냐고
화를 내버렸죠.. 평소에 늘 아이처럼 화내던 저를 다독거려주던 그녀도
화를 내더군요.. 그렇게 서로 화내다가 전 맘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죠.

늘 귀 찮 았 다 고 . .

술먹고 전화한 그때도 안쓰럽기 전에 귀 찮 았 다 고 . .

제가 왜그랬을까요..? 그녀없이 살수없는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면서
화날때면 왜 항상 그녀에게 맘에도 없는 말을 했던 걸까요?
그녀는 한참 말이 없었죠..
한심스럽다고 하더군요..이제까지 자신혼자 쇼한것 같다고..
그리곤 가버렸어요.. 잘 지내라면서..
나라면 잘 지낼수 있을거라면서..

그렇게.. 그렇게.. 그녀는 갔어요..
전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길 빌고 있어요.
산타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산타가 선물을 놓고가길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말이죠..

그녀는 손재주가 좋았어요. 저에게 곧잘 러브장을 만들어주곤 했죠.
그리고 말했어요. 준적은 있지만 받은적은 없다고..
받는다면 무척 좋을것 같다고도 했죠.
전 그때부터 지금까지 준비하던 러브장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어요..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손재주가 없던 저에겐 힘들지만 기쁜 일이었죠..
얼마전에 쓰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제 반밖에 못썼는데..

하지만.. 보아줄 사람이 없는 지금.. 다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죠..
이걸 받고 좋아할 그녀의 얼굴은 이제 영영 볼수 없겠죠..
그녀를 만나면 불러줄 노래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
러브장에 불을 붙였어요.. 비온 후라 그런지 불이 잘 붙지 않더군요.
이 타고 있는 러브장처럼.. 그녀의 얼굴도 목소리도..
그녀의 솔직하고 정감 넘치던 문장도.. 영원히 볼 수 없겠죠..
그 서먹했던 전화가 그녀의 목소리의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그렇게 서먹하게 말하진 않았겠지요..

전 겁이나요.. 그녀없는 내일은.. 그녀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해봤는데
전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그녀에 대한 추억이.. 이 타고남은 러브장의 재처럼..
언제 바람에 날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가 되어버릴까봐..
전 무서워요..

하지만.. 어쩌면 그녈 위해서 잘 된 일일지도 모르죠..
전 늘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고..
나로인해 행복한 날보다 그렇지 않은날이 더 많은 그녀였으니까요..
처음부터 나같은놈 만나지 않았으면..
그녀는 아름다우니까.. 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멋진사람 만나서
행복했을 수 있을텐데..

뻔뻔한 일이지만.. 그녀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저로인해 불행했던 만큼.. 다른 좋은사람 만나서..
나따위는 깨끗하게 잊을 수 있게.. 기도할꺼에요..

다시 사랑한다면.. 실망하지 않을만큼만.. 조금만 사랑했을텐데..
그녀가 나로인해 아파하지 않을만큼.. 그만큼만 말이죠..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요..
평생 지켜주겠다던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 조금의 거짓됨도 없었다고..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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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카
어리석군요... 떠나는 것을 그냥.. 보고 있는것.. 하지만.. 그녀도 잡아주길.. 바랬을 겁니다.. 좀.. 주제넘은거 같긴 해도.. 너무 뻔뻔하신거 같네요.. 나 같으면.. 미안하고... 또 정말 사랑한다면.. 잡을 겁니다 저라면 말입니다
(2002.10.08 00: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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