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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시 모음> 신석종의 '제비꽃'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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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시 모음> 신석종의 '제비꽃' 외

+ 제비꽃

좋아요
보고만 있는데도
눈물 나려고 합니다
예뻐서요

가녀린 여인이
한복을 입은 것 같은
그런 청초함이 보여요
이 작은 꽃에서요

몇 걸음 위에
진달래랑 생강나무꽃도
숨죽인 채 아까부터
여기만 보고 있어요

말 한마디 못 하고
마음에 품고 있나봐요
연보라 이 꽃을요
사랑이겠지요
(신석종·시인, 1958-)


+ 제비꽃

내 고향 지새울
시오리 수로 둑길에
고개 숙여 수줍게 핀 꽃
멱감고 오돌오돌 떨던
순이 입술 같아
살포시 입 맞추고 싶던 꽃
(심시인)


+ 제비꽃·1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나태주·시인, 1945-)


+ 제비꽃·2

아직도 나를 기다려
고개 숙인 철부지 소녀.
(나태주·시인, 1945-)


+ 노랑제비꽃

누구의 눈길이
그리웠을까

지나던 길
눈길만 주어도
여린 꽃잎
노랗게
흔들린다

누구의 얼굴을
기다렸을까

지나던 길
곱다만 하여도
여린 가슴
파랗게
두근거린다
(목필균·교사 시인)


+ 제비꽃
    
네 부드러운 입술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구름 속엔
내 어릴 적 고향마을
골목이 누워 있고
나는 또래들과 어울려
숨바꼭질을 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제비꽃 작은 잎새 위
구름 떠 있고
구름 속엔 보랏빛 꿈꾸던 얼굴이
아직까지 숨어 있다
(임명자·시인, 경기도 김포 출생)


+ 제비꽃
    
이 봄에
북한산 제비꽃이 없었던들
나는 누구하고 놀았을까
아무도 놀자고 하지 않는 이 봄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사람이 싫어지는 병에 걸렸다

작은 제비꽃
이 꽃을 잊으면서 시름시름 앓았다
새삼 널 찾아온 것은 비인간적이다만
널 다시 알고부터 나아지는 병
이 봄에 네가 없었던들 나는 약국에서
쓰디쓴 알약만 삼켰을 거다
(이생진·시인, 1929-)


+ 제비꽃 연가  

나를 받아주십시오
헤프지 않는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에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드리는
사랑 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제비꽃

끝없이 너른
봄의 들판에서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나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정말 보고 싶으니까

연보랏빛 내 작은 몸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 거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크고 잘난 다른
봄꽃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나는 올 봄도 한철
기쁘게 살다 갈 것이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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