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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 3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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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관한 시 모음> 이동순 시인의 '아름다운 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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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관한 시 모음>    이동순 시인의 '아름다운 순간' 외


+ 아름다운 순간

내가 창가에 다가서면
나무는 초록의 무성한 팔을 들어
짙은 그늘을 드리워준다

내가 우거진 그늘 답답해하면
나무는 가지 틈새 열어
찬란한 금빛 햇살 눈이 부시도록 보여준다

나무는 잠시도 가만있질 않고
바람과 일렁일렁 무슨 말 주고받는데 이럴 때
잎들은 자기도 좀 보아달라고
아기처럼 보채며 손짓하고
다람쥐는 가지 사이 통통 뛰고

방금 식사 마친 깃털이 붉은 새들은
나무 등걸에 부리 정하게 닦고
세상에서 처음 듣는
어여쁜 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순·시인, 1950-)

+ 아름다운 것들

파릇한 숲 속
이슬 먹고 숨어 피는
작은 들꽃

돌 틈 사이 흐르는
실팍한 물길 위
젖은 나뭇잎

조약돌에 얹힌 이끼 한 줌과
흐르는 상념 속
노랗게 피어나는
금불초

아침 강물 위에
영롱하게 반짝이며
몸 씻는
별들의 눈물

얕은 웅덩이에 모여
조잘거리며 치장하는
작은 산새들

내 눈동자만 바라보며
죽도록 사랑하는
나의 해바라기
그대!
(구경애·시인, 1961-)

+ 점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신만 못 보는 아름다운 구석 있지요.
뒷덜미의 잔잔한 물결털 같은.
귀 뒤에 숨겨진 까만 점 같은.
많은 것을 용서하고 돌아서는 뒷모습 같은
(도종환·시인, 1954-)

+ 형제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예쁘게 반짝반짝 닦아주는 것이었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중얼거려주다가 갑자기 눈물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김준태·시인, 1948-)
                                
+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답다는 것을
목욕탕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의
앙상한 발에서 느낀 적이 있다
한쪽 팔이 마비된 할머니의 발
하얀 살결에
검푸르게 뻗은 핏줄이
늦가을 서리맞은 풀밭,
벌레가 파먹은 나뭇잎 한 잎처럼
실핏줄 터져 버린 삶의 훈장같이 느껴져
진실로 발 쪽을 얼굴로 생각해서
입맞춤해드리고 싶었다
뽀얀 젖가슴 사이로
아이의 웃음이 흐르는 듯해서
할머니 등에 내 손을 얹고
쓰다듬듯이
아이의 얼굴을 씻겨주듯이
살살 문질러 드렸다

작고 가지런한
꽃송이 같은 할머니의 발
실상은 얼마나 애처로운 모습인가
어느 삶 자락에서 뼈마디가 눅진해진
인생이 몽땅 진이 되어
고추 대처럼 말라버린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이신
(소정희·시인)

+ 아름다운 눈으로

비가 내리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
눈이 내리는 날은 눈이 와서 좋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은
햇살이 밝아서 좋다.

삼백 예순 나날 날마다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인생이지만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다르고
하루종일 날씨도 다르다.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꽃 한 송이 모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올곧게 살아간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 아름다움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
(남낙현·시인)

+ 호박꽃

그 동안 시인 33년 동안
나는 아름다움을 규정해왔다
그때마다 나는 서슴지 않고
이것은 아름다움이다
이것은 아름다움의 반역이다라고 규정해왔다
몇 개의 미학에 열중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 미학 속에 있지 않았다
불을 끄지 않은 채
나는 잠들었다

아 내 지난날에 대한 공포여
나는 오늘부터
결코 아름다움을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규정하다니
규정하다니

아름다움을 어떻게 규정한단 말인가
긴 장마 때문에
호박넝쿨에 호박꽃이 피지 않았다
장마 뒤
나무나 늦게 호박꽃이 피어
그 안에 벌이 들어가 떨고 있고
그 밖에서 내가 떨고 있었다

아 삶으로 가득 찬 호박꽃이여 아름다움이여
(고은·시인, 1933-)

+ 아름다운 사람

사랑에 대해 말장난 같은
시를 쓰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부쳐질
엽서 한 장
밤새 가슴으로 담아내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논하는 사람보다
퉁명스런 말 한 마디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품안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지성으로 전하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강재현·여류 시인)

+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바라보면 지상에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 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지금 그대 마음에 등불이 있는가?

아하 그렇구나
아름다운 사람은 이렇게 그 자체로
사람을 설레게 하고
사람을 성찰하게 하고
내 안의 아름다움을 밝히게 하는구나.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어가려면
내가 먼저 아름다운 사람이어야겠구나.

내가 있음으로
자신이 한 번 더 돌아봐지고
내가 있음으로 자기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
자신을 망치는 것들과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아름다운 등불로 걸어가야겠구나.
나이 들수록 더 푸르고 향기 나는
아름다운 사람의 등불로
다시 그 등불 아래로
(박노해·시인, 1958-)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사귀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미국 시인, 1807-1882)

+ 아름다움의 비결  

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라.
날씬한 몸매를 원하거든 굶주린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를 갖고 싶다면 하루 한번 아이의 손으로 쓰다듬게 하라.
멋진 자태를 원한다면 결코 혼자 걷는 게 아님을 명심하라.

사물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은 늘
회복되고 새로워지고 되살아나고 개선되며
다시 채워져야 하느니
그 누구도 외면해선 안 된다.

기억하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바로 그것이 네 손끝에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될 것이다. 손이 왜 두 개인지.

여자의 아름다움은 옷이나 생김새, 머리 모양이 아니라
눈에서 나온다. 눈은 사랑스러운 마음의 문.
진정한 아름다움은 얼굴의 매력이 아니라
영혼에서 반사된다. 그것은 온화한 손길과 뜨거운 열정.
그래서 여자의 아름다움은 나이와 함께 원숙해진다.
(샘 레븐슨)

* 엮은이 :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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