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詩] 송년의 詩.- 임영준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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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우리가 버둥거린다 해서
잠시라도 손 놓은 적 있었던가
숨 가쁘게 달려간다고
순풍에 돛 달린 적 있었나
누구는 순조롭게 다 이루어
환호성을 올리고 있을 것이고
누구는 상실과 낙망으로
분루를 삼키고 있을 것이지만
이쯤에서 모두 매듭짓지 않으면
가뿐이 싹트지도 않을 것
그래서 이런 마침표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니겠나
어차피 저물어 가는 이 한해
안타까워도 보내야 하고
아쉬워도 잡을 수 없는 것
무척 다행스럽게도 번듯한 무대가
또다시 떡하니 펼쳐진다는 것
느낌표 몇 개 찍어버리고 나서
열정적으로 써내려갈 것들을
퇴고하고 조율하면 된다는 것
출구가 보이지 않아도 막연히
무언가 열릴 것이란 것만으로도
과감하게 닫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