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詩] 봄, 봄이여 - 임영준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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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 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
경춘선 열차에서
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리자
굶주린 그네들의 몸부림도
물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버렸겠지
밤새 지피던 모닥불에
활활 타오르고 말았겠지
한때 냉엄한 바람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달콤한 손길마저 뿌리치게 되었는가
더 이상 눈 돌릴 수 없는 봄, 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