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詩]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 임영준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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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응답이 없는 밤하늘에
어리석은 사람들만 고해를 하고
성당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면죄부를 목에 건 사제들과
선택받은 무리들이
암호를 새긴 유인물을 들고
헤픈 웃음을 건네고 있는데
공허한 종소리를 타고
누군가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환락에 취한 송년이
번화가에 내걸려 절정을 뽐내고
베들레헴의 어느 말구유에서
동방의 구석까지
광채를 뿌리고 있는데
아기 예수의 순수를 빌어
절박한 물음을 던지고
하얀 눈을 바라며
씻어버리려 몸부림치는
어린 양들이 있는데
어디에선가 눈 부릅뜨고
누군가가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를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