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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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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루시 조회 8,80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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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똥입니다. 흰둥이는 아직 어린 강아지였기 때문에 강아지 똥이 되겠습니다. 골목길 담 밑 구석자리였습니다. 바로 앞으로 소달구지 바퀴 자국이 나 있습니다.
추운 겨울,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이어서 모락모락 오르던 김이 금방 식어 버렸습니다. 강아지 똥은 오들오들 추워집니다.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강아지똥 곁에 앉더니 주둥이로 콕! 쪼아 보고, 퉤퉤 침을 뱉고는,
"똥 똥 똥..... 에그 더러워!"
쫑알거리며 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강아지 똥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똥이라니? 그리고 더럽다니?"
무척 속상합니다. 참새가 날아간 쪽을 보고 눈을 힘껏 흘겨 줍니다. 밉고 밉고 또 밉습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런 창피가 어디 있겠어요.
강아지 똥이 그렇게 잔뜩 화가 나서 있는데, 소달구지 바퀴자국 한가운데 딩굴고 있던 흙덩이가 바라보고 방긋 웃습니다.
"뭣 땜에 웃니, 넌?"
강아지 똥이 골난 목소리로 대듭니다.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고 부르니?"
흙덩이는 능글맞게 히죽 웃으며 되묻습니다. 강아지 똥은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목안에 가득 치미는 분통을 억지로 참습니다. 그러다가,
"똥이면 어떠니? 어떠니!"
발악이라고 하듯 소리지릅니다.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흙덩이는 여전히 빙글거리며,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
하고는 용용 죽겠지 하듯이 쳐다봅니다. 강아지 똥은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울면서 쫑알거렸습니다.
"그럼, 너는 뭐야? 울퉁불퉁하고, 시커멓고, 마치 도둑놈같이....."
이번에는 흙덩이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멀뚱해진 채 강아지 똥이 쫑알거리며 우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강아지 똥은 실컷 울다가 골목길 담벽에 노랗게 햇빛이 비칠 때야 겨우 울음을 그쳤습니다. 코를 홀찌락 씻고는 뾰로통 딴 데를 보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던 흙덩이가 나직이,
"강아지 똥아."
하고 부릅니다. 무척 부드럽고 정답습니다. 하지만 강아지 똥은 못 들은 체 대답을 않습니다. 대답은커녕 더욱 얄립다 싶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정말 도둑놈만큼 나빴어."
흙덩이는 정색을 하고 용서를 빕니다. 강아지 똥은 그래도 입을 꼭 다물고 눈도 깜짝 않습니다.
"내가 괜히 그래 봤지 뭐야. 정말은 나도 너처럼 못 생기고, 더럽고, 버림받은 몸이란다. 오히려 마음속은 너보다 더 흉측할지도 모를 거야."
흙덩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 제 신세타령을 들여 주었습니다.
"내가 본래 살건 곳은 저쪽 산 밑 따뜻한 양지였어. 거기서 난 아기 감자를 기르기도 하고, 기장과 조도 가꿨어. 여름에는 자주 빛과 하얀 감자 꽃을 곱게 피우며 정말 즐거웠어. 하느님께서 내게 시키신 일을 그렇게 부지런히 했단다."
강아지 똥은 이야기에 끌려 어느 틈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하여 출판사측의 요청에 의해 중략합니다>
강아지 똥은 흙덩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아기 고추나무는 내 몸뚱이에다가 온통 뿌리를 박고 나만 의지하고 있단다."
흙덩이는 어디까지나 제 잘못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길바닥에 버려지게 된 것을 그 죄 값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아기 고추나무가 못 살게 데 몸뚱이의 물기를 빨아 버리는 것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마음으로는 그만 죽어버려라 하고 저주까지 했습니다. 그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 흙덩이는 괴로운 것입니다.
만약 지금 다시 밭으로 갈 수만 있다면 이제부터는 열심히 곡식을 가꾸리라 싶습니다. 그러나, 이건 헛된 꿈입니다. 언제 달구지 바퀴에 치여 죽어 버릴지 모르는 운명인 것입니다. 흙덩이의 눈에 핑 눈물이 젖어듭니다.
그때, 과연 저쪽에서 요란한 소달구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 나는 이제 그만이다.'
흙덩이는 저도 모르게 흐느끼고 말았습니다.
"강아지 똥아, 난 이제 죽는다. 부디 너는 나쁜 짓 하지말고 착하게 살아라."
"나 같은 더러운 게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니?"
"아니야, 하나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소달구지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흙덩이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강아지 똥은 그만 자기도 한 몫에 치여 죽고 싶어졌습니다.
으르릉 꽝!....
그런데 갑자기 굴러오던 소달구지가 뚝 멈추었습니다.
"이건 우리 밭 흙이 아냐? 어제 이리로 가다가 떨어뜨린 게로군."
소달구지를 몰고 오던 아저씨가 한 말입니다. 그리고는 흙덩이를 조심스레 주워듭니다.
"우리 밭에 도루 갖다 놔야겠어. 아주 좋은 흙이거든."
흙덩이는 무어가 무언지 걷잡을 수 없습니다. 다만 달구지 한편에 얌전히 올라앉아, 방긋방긋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밭으로 도로 돌아가게 된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소달구지가 멀리 가 버린 다음, 아직도 그쪽으로 눈길을 준 채 빙그레 웃던 강아지똥이 혼자서 쓸쓸해졌습니다.
'그 애가 죽지 않고 도로 살던 곳에 가게 된 것이 참말 다행이야. 그럼 난 혼자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나?'
강아지똥은 고개를 갸우뚱 생각을 합니다.
"아니야,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 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조금 전에 흙덩이가 일러 준 말을 되뇌어 봅니다.
'정말 나도 하느님께서 만드셨다면 무엇에 귀하게 쓰일까?'
해가 저물도록 웅크리고 앉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어디선가 검은 구름떼가 몰려와 하늘 가득히 덮었습니다.
이내 사뿐사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솜이불처럼 강아지똥을 따뜻하게 덮어 줍니다.
눈 속에 묻혀, 강아지똥은 쌕쌕 잠이 들었습니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긴긴 겨울을 지냈습니다.
따뜻한 햇볕이 깔리고 골목길에 눈이 녹았습니다. 봄노래가 어디에나 흥겹게 들렸습니다. 꽁꽁 얼었던 강아지똥도 몸뚱이가 축 늘어지고 노곤해졌습니다. 껌벅껌벅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사방을 둘러 봤습니다. 겨울에 보던 것 보다 모두가 다릅니다.
예쁜 새가 날아갑니다. 꽃고무신을 신고 애들이 골목길을 뛰어갑니다.
"꼴꼴꼴·····."
"삐악 삐악 삐악 ·····"
힐끗 돌아보니 병아리떼를 데린 엄마 닭이 분주히 걸어옵니다.
'저건 걸어다니는 새들이구나.'
강아지똥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엄마 닭이 강아지똥 곁에까지 와서 기웃이 들여다 봅니다.
"왜 그렇게 보셔요? 걸어다니는 새님."
강아지똥은 조금 겁이 났기 때문에 무척 공손히 말했습니다.
"뭐라고? 나보고 걸어 다니는 새님이라고? 기막혀라. 이래뵈도 난 여덟 마 리의 아들과 다섯 마리의 딸을 데린 어엿한 병아리 어머니야."
엄마 닭은 조금 화가 난 듯, 그러나 젊잖게 신분을 밝혔습니다.
강아지똥은 코가 빨갛게 되어,
"병아리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하셔요."
하고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옳지, 아이들은 역시 잘못했을 때는 곧장 용서를 비는 것이 좋아."
이렇게 엄마 닭은 지나치게 위엄을 보이고는 이어서,
"널 들여다 본 것은 행여나 우리 아기들의 점심 요기라도 될까 싶어서 본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아지똥은 어쩌면 소름이 쫙 끼칠 만큼 무서운 말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고
"점심으로 나를 먹어주시겠다는 거죠? 좋아요, 모두 맛나게 먹어 주어요."
하고는 샛노란 열세 마리의 병아리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런 귀여운 아기들의 점심밥이 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면 기꺼이 제몸을 내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 닭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너는 우리에게 아무 필요도 없어. 모두 찌꺼기뿐인 걸."
그러고는 병아리를 데리고 저쪽으로 가 버립니다.
"꼴꼴꼴·····."
"삐악 삐악 삐악 ·····."
강아지똥은 또 풀이 죽었습니다.
'나는 역시 아무데도 쓸 수 없는 찌꺼기인가 봐.'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이어서 눈물이 나오고 ·····.
강아지똥은 그만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집니다. 하필이면 더럽고 쓸모없는 찌꺼기 똥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해서입니다.
봄날의 하루 해가 무척 지루합니다.
느리게 그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밤이 되자,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나왔습니다.
반짝반짝 고운 불빛은 언제나 꺼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다음날이면 역시 드높은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강아지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봄을 치장하는 단비가 촉촉히 골목길을 적셨습니다. 강아지똥 바로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하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내려다보고 물었습니다.
"난 예쁜 꽃이 피는 민들레란다."
"예쁜 꽃이라니! 하늘에 별만큼 고우니?"
"그럼!"
"반짝반짝 빛이 나니?"
"응, 샛노랗게 빛나."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어쩌면 며칠 전에 제 가슴 속에 심은 별의 씨앗이 싹터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어떻게 그런 꽃을 피울 수 있니?"
물어 놓고 얼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건 하느님께서 비를 내리시고 따뜻한 햇볕을 비추시기 때문이야."
민들레는 예사로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역시 그럴 거야. 나하고야 무슨 상관이 있을라고·····.'
금방 강아지똥의 얼굴이 또 슬프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그리고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하고는 강아지똥을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
"네가 거름이 되어 줘야 한단다."
강아지똥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려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과연 나는 별이 될 수 있구나.!' 그러고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그만 민들레 싹을 꼬옥 껴안아 버렸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 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
비는 사흘 동안 계속 내렸습니다.
강아지똥은 온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민들레의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줄기를 따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향긋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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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세상
읽어도 읽어도 아깝지 않는 동화예요.. 읽을 수록 눈물이 나네요...^^
(2003.11.30 14:56:06)  
마모
일제 치하 시대 때 썼던 글이라더군요. 강아지 똥을 우리나라라고 비유한 듯 싶습니다.
(2005.06.30 18:41:55)  
또랑

nd_10.gifnd_02.gif재미있긴 재미있는데 설교는 안좋걸랑요~(긴건 안좋걸랑요~)
그러니까 설교하지마세용~


(2007.10.31 21: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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