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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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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는 선물...

바다소녀 조회 2,59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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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는 선물

창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이 하늘이 준 선물인가 봅니다.
세빈이는 창 밖의 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지 엄마가 들어오신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세빈아, 이제 자야지"
"엄마....응"
"낼 유치원 가려면 일찍 자야지?"
"근데.. 눈 쫌 보다가 자면 안돼?"
"음....그래..그럼..대신 쪼금만 보고 일찍 자야 한다."
"네..."
세빈이는 활짝 웃어 보이며 커튼을 열었습니다.
캄캄한 밤에 아파트 가로등 앞으로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하얀 눈은 세빈이에게 인사를 하듯이 세빈이의 창문을 두드렸습니다.
어제는 하늘에 별이 있었는데 오늘은 별 대신에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던 세빈이는 문득 엄마가 쓰신 소설책이 생각났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 언니는 눈이 오면 눈길에 자신의 발자국을 새기곤 했습니다.
눈이 오는 길을 걷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지....
세빈이는 아쉬운 듯 커튼을 닫고 포근한 침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눈이 오길 기도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세빈이는 화들짝 놀라 창문으로 달려가 커튼을 열었습니다.
새벽인지 아직도 밖은 캄캄했습니다.
다행히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어젯밤보다는 눈이 작아졌지만 세빈이는 행복했습니다.
유치원가는 눈길에 자신의 발자국을 새길 것을 생각하니 무척 기뻤습니다.
다시 자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안 왔습니다.
세빈이는 책상으로 와서 책을 꺼냈습니다.
엄마가 쓰신 소설책을 들고 다시 침대로 들어왔습니다.
글을 잘 읽진 못하지만 뛰엄뛰엄 글을 읽어봅니다.
"그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눈..길을 걸..으며 그는 자신..이 새..긴 발..자국을
바라다..본다 그..와 함..께 발..자국을..새기..던 그..때가..그리워...서인..지..눈물이
앞..을 가리..운다."
"휴....근데 왜 눈물을 흘리지? 엄마한테 물어봐야 지..."
세빈이가 책을 다시 꽂아 놓을 때 엄마가 들어오셨습니다.
"와~~~~세빈이 일찍 일어났네...."
"엄마 근데...엄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언니 왜 울어요?"
"응? 여기...여기 보면...주인공 언니가 울잖아요."
"음....주인공 언니가 왜 우냐면...음...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갔거든..."
"하늘나라? 아~~~~아빠처럼?"
"응? 응....아빠처럼 ...."
또 엄마는 눈에 눈물이 고이십니다.
세빈이는 괜히 아빠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나라는 좋은 곳이라고 엄마는 말씀하셨는데 왜 아빠 얘기만 하면 눈물이 고이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웃으시는 엄마를 보고 세빈이도 따라 웃습니다.
"유치원 갈 준비해야지?"
"네.."
힘찬 대답을 한 세빈이는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합니다.

"유치원 잘 다녀오고요..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발표도 잘 하고 와요...알았죠?"
"네...엄마..."
"차 조심 하구요...소희랑 잘 갔다와요...."
"네...걱정 말아요 엄마..."
세빈이는 친구 소희와 유치원으로 향합니다.
눈이 많이 싸였습니다.
세빈이는 소희와 함께 눈길에 발자국을 새겨 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눈을 밟으면 뽀드득거리는 소리도 재미있고 눈길에 발자국이 새겨질수록 소희와 세빈이는
서로를 바라보고 웃습니다.
그런데 세빈이는 유치원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또 애들이 놀리기 때문입니다.
세빈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섰습니다. 소희는 세빈이의 손을 잡으며
"세빈아 걱정하지 마 내가 혼내줄게..애들이 너 놀리면...그러니깐 가자.."
세빈이는 소희가 정말 고맙습니다. 웃어 보이는 소희를 보며 세빈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유치원을 갑니다.
벌써 와있는 남자아이들이 세빈이를 보고 절름발이라고 놀립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만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세빈이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그 사이에 소희는 세빈이를 놀린 남자아이들을 때려주고 왔습니다.
소희가 태권도 학원을 다녀서인지 남자아이들이 소희를 보면 꼼짝을 못합니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습니다. 그리고 노래도 배웠습니다.
노래 제목은 까먹었지만 소희와 흥얼거리며 집에 왔습니다.
오후에는 엄마와 병원에 가야합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주사 맞는 것은 싫지만 의사 선생님이 너무 좋습니다.
세빈이를 치료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은 엄마 친구인데 세빈이를 예뻐해 주십니다.
의사 선생님도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빈이는 의사 선생님이 아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제는 조금만 치료받으면 된다고 하십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빈이는 또 발자국을 새깁니다.
도로는 얼음이 얼어서 차들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세빈이는 미끄러운 길이 좋은데 엄마는 싫으신가 봅니다.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얼굴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엄마..."
대답이 없는 엄마를 이제는 잡고 있던 손을 흔들며 불러 봅니다.
"엄마~~~"
"응?...왜....."
"아니....그냥...."
엄마가 웃으십니다.
세빈이는 엄마가 웃으실 때가 가장 좋습니다.
세빈이에게 오늘은 참 피곤한 하루였나 봅니다.

다음날 아침 세빈이는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갔습니다.
세빈이가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 선생님이 세빈이 엄마와 나오시더니
"여러분 오늘부터 세빈이가 잠시동안 유치원을 못 나 온대요. 왜냐하면 세빈이가 잠시 여행을 갔다 온데요."
유치원 친구들은 좋겠다고 모두들 세빈이를 부러워합니다.
세빈이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놀랐지만 여행을 간다는 말에 너무 좋았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의사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빈이는 의사 선생님하고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무척 기뻤었는데 사실은 병원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세빈이는 옷을 가라 입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엄마한테
"모든 게 다 잘 될 꺼야"
라고 하셨습니다. 세빈이는 겁이 났습니다.
"세빈아...음...지금 세빈이가 하는 치료 마치면 꼭 여행 갈 꺼야...약속..."
세빈이는 엄마와 약속을 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간호원 언니가 놓은 주사를 맞고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그리고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세빈이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되었는데 지금은 얼마만큼 다리를 쓸 수 있지만 수술을
안 하게 되면 다리의 세포가 마비가 되어 다리를 쓸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수술이 잘 되면 문제가 없지만 잘 못되면 다리를 못 쓰게 된다는 군요.
그래서 세빈이 엄마가 그렇게 얼굴이 어두웠나 봅니다.
수술실 밖에서 세빈이 엄마는 초조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수술실 문이 열렸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웃어 보이자 세빈이 엄마는 안심을 하셨습니다.
병원 방으로 옮겨진 세빈이는 아직 잠에서 안 깨어났습니다.
하얀 불빛이 세빈이의 눈을 깨웁니다.
눈 꺼풀이 열리고 가느다랗게 눈을 뜬 세빈이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엄마와 의사 선생님을 보고 따라 웃습니다.
"엄마...."
"응..그래...."
"우리 여행가는 거지요?"
"그럼...우리 여행 가자..."
"근데....엄마...부탁이 있어요."
"응?...몬데...?"
"꼭... 들어주기로 약속"
"그래..약속.."
"있잖아...음..의사 선생님이랑 여행 같이 가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랑 결혼해요..엄마."
"어머..세빈아..."
놀라시면서 웃으시는 세빈이 엄마는 얼굴이 빨개지십니다.
"의사 선생님이 엄마 좋아하잖아요...그리고 엄마도 좋아하면서..."
"근데 ..약속이 어렵다."
헛기침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도 이젠 세빈이를 보고 웃으십니다.
일주일 후 세빈이는 퇴원을 했고 세빈이 소원대로 여행을 갔습니다.
여행은 일년 뒤 겨울에 갔는데 그날 세빈이는 가장 행복했습니다.
세빈이는 소희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엄마와 아빠가 되는 의사 선생님이 예식장 안으로 들어오시는 길을 예쁜 꽃가루로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의사 선생님과 세빈이는 여행을 갔습니다.
일년 전 펑펑 쏟아지는 눈이 그날도 내렸습니다.
눈이 쌓이고 또 쌓였습니다.
세빈이는 아빠와 엄마 손을 잡고 눈이 내리는 길을 걸었습니다.
눈 쌓인 길에 아빠 발자국과 엄마 발자국 그리고 작은 세빈이 발자국이 새겨졌습니다.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은 세빈이에게 주는 선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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