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여덟번째 이야기)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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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아기 예수는 슬픔 속에서 탄생한다.>
제 3 장 이런저런 이야기
"밍기뉴, 알겠니? 난 모든 걸 알아냈단 말야. 그는 '까빠네마' 거리 끝에 살고 있어.
맨 끄트머리에 말야. 그는 집 옆에 차를 세워둔단다.
그리고 새장도 둘씩이나 있는데 하나는 카나리아를 넣어두고 다른 하나엔 파랑새를 넣어둔단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이른 새벽에 구두통을 메고 가 봤거든. 얼마나 가고 싶었는지 아니? 밍기뉴, 글쎄 구두통이 무겁다는 것조차도 몰랐지 뭐야, 가서는 짐을 자세히 살펴봤어. 한데 혼자 살기엔 너무 큰 집 같았어. 그는 물탱크 옆에 있었어."
그는 면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손뼉을 치며 신호를 보냈다.
"구두 닦으세요."
그는 비누 거품을 묻힌 얼굴로 나왔다. 한쪽 볼은 벌써 밀어낸 것 같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 너였구나. 들어오렴."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금방 끝날 테니 기다려라."
그리곤 얼굴에 면도질을 했다. 쓰윽, 쓰윽. 나도 이담에 어른이 되면 저렇게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는 수염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쓰윽, 쓰윽. 나는 내 작은 구두통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는 거울을 통해 나를 쳐다보았다.
"학교는?"
"오늘은 국경일이잖아요. 그래서 돈 벌려고 구두 닦으러 나온 거예요."
"아, 그렇군!"
그는 계속해서 수염을 깎았다. 그리고 물탱크에 몸을 구부려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자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윤이 났다. 그는 다시 한번 내게 미소를 보냈다.
"커피 마시겠니?"
나는 마시고 싶었으나 싫다고 말했다.
"들어가자."
집안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식탁에는 빨간 색의 체크무늬가 있는 식탁보까지 덮여 있었고, 그 위에는 찻잔이 놓여 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주석으로 된 손잡이 컵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일하러 갈 때면 흑인 여자가 와서 늘 청소를 한다고 그가 말했다.
"너도 먹고 싶으면 나처럼 해봐라. 커피에 빵을 담가, 하지만 삼킬 땐 소리를 내선 안돼. 그건 아주 흉하거든."
나는 밍기뉴를 쳐다보았다. 그는 헝겊 인형처럼 입을 꼭 다물고 심술이 나 있었다.
"왜 그래? 밍기뉴?"
"아냐 듣고 있어."
"이봐, 밍기뉴. 난 너와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싫증이 났다면 당장 말해 주는 것이 좋아."
"넌 포르투갈인과 그런 일을 할 수 있지만 난 할 수 없잖아."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건 사실이었다. 난 사실 그가 그런 일들을 할 수 없다는 것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틀 후에 우리 벅 존스를 만나러 가자, 또우로 센타도족 추장을 통해 내가 그에게 연락해 놓을게. 벅존스는 멀리 사반나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거야. 밍기뉴, 내가 사바나라고 했니? 사반나라고 했니? 영화에서 보니까 뒤에 'ㄴ'이 붙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진지냐 할머니 댁에 갈 때 에드문드 아저씨께 여쭈어 봐야겠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빵에 커피를 담그는 데서."
나는 한바탕 웃었다.
"바보야, 빵에 커피를 담그는 게 아니라 커피에 빵을 담그는 거야. 하여튼 그때 나는 잠자코 있었어. 그런데 그가 날 한참 뚫어지게 보지 않겠어."
"너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꽤 애쓴 모양이구나."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작정했다.
"아저씨, 제가 무슨 얘길 해도 화내시지 않겠죠?"
"화 안내 마. 친구 사이엔 비밀이 없는 법이다."
"구두 닦으러 나온 것이 아녜요."
"짐작하고 있었지."
"굉장히 오고 싶었어요. 이런 동네에선 먼지 때문에 아무도 구두를 닦으러 하지 않아요. 단지 '리오-상파울로'거리에 사는 사람들만이 구두를 닦을 뿐이예요."
"하지만 이런 무거운 통을 메지 않고도 올 수 있지 않니?"
"하지만 이 통을 메지 않으면 집을 나올 수가 없어요. 겨우 집 근처에서만 놀 수 있거든요. 그리고도 가끔 집에 들어가 얼굴을 보여 줘야 해요. 이해하시겠죠? 그래서 멀리 나갈 때는 돈 벌러 가는 체 해야 해요."
그는 나의 논리적인 말에 빙그레 웃었다.
"우리 집 식구들은 돈 벌러 나갈 때는 장난을 치지 않는 줄로 생각해요. 나도 매맞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좋거든요."
"나는 네가 말하듯, 네가 그렇게 개구쟁이 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데?"
나는 시무룩해졌다.
"난 아무 곳에도 쓸모 없는 녀석이에요, 새끼 악마 같대요. 악마가 마음속에 있어서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요. 페스트균같이 지독한 악질이래요. 새끼 페스트균 같다고들 해요. 강아지 새끼인 데다가 날 적부터 불량배예요. 우리 누나 한 명은 나처럼 못된 녀석은 애당초 태어나질 말았어야 했다고 그랬어요....."
그는 놀랍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난 주일에는 매만 잔뜩 맞았어요. 어떤 때에는 굉장히 아팠어요. 그렇지만 어떤 때는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일로도 매를 맞았어요. 모든 잘못은 다 내 책임이 돼요. 우리 집 식구들은 늘 습관처럼 날 때려요."
"하지만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
"아마도 마음속에 악마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장난이 치고 싶으면 참을 수가 없거든요. 지난주엔 내가 아우제니아 부인 집 울타리에 불을 냈어요. 게다가 꼬르델리아 아줌마한테 '게딱지'라고 불렀더니 그녀는 맹수처럼 사납게 날뛰었어요. 또 헝겊으로 된 공을 찼는데 그 바보 같은 공이 창문으로 날아 들어가 나르시자 부인의 큰 거울을 깨지 않았겠어요. 그리고 새총으로 전등을 세 개나 깼고, 아벨 씨네 아들의 머리에다 돌을 던졌어요."
그는 웃음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또 있어요. 막 심어놓은 뗀떼나 부인 댁 묘목을 죄다 뽑아버렸고요, 또 로제나 아줌마네 고양이에게 구슬을 먹였어요."
"아하, 그건 못쓰겠는데. 나는 짐승을 학대하는 것이 제일 싫거든."
"그렇지만 그건 큰 구슬은 아니었어요. 아주 작은 구슬이었어요. 사람들이 설사약을 먹이니까 곧 나왔는 걸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게 새 구슬을 사주기는커녕 막 때리질 않겠어요. 그러나 가장 슬펐던 일은 내가 잘 때 아버지께서 슬리퍼로 막 때리신 거예요, 나는 왜 맞아야 하는 지도 몰랐거든요."
"왜 맞았을까?"
"우리들 친구 여러 명이 영화를 보러 갔었어요.
아주 요금이 싼 이등석으로 갔죠.
그런데 난 오줌이 마려웠어요. 아시겠어요?
그래서 벽 모퉁이에 붙어 서서 눠버렸어요. 물줄기가 흘러내렸어요.
밖으로 나가 오줌을 누게 되면 영화의 한 장면을 놓치게 되잖아요.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에요? 아저씬 아이들이 어떻다는 건 잘 아실 거예요.
그런데 사람만 그랬으면 괜찮을 텐데 다른 애들도 다 오줌이 마려웠거든요.
모두들 그 구석에 가서 눠버렸죠.
그러자 강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결국 그것이 빠울로씨의 아들 짓이었다는 것이 들통났죠.
그래서 내게 '방구'시 영화관에서는 철이 들 때까지 일년간 입장을 금지시켰어요.
밤에 극장 주인이 아빠에게 일러바쳤고 아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셨죠.
그래서 말 마세요...."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도 밍기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봐, 밍기뉴, 그럴 필요 없잖아?
그 사람은 내 가장 친한 친구란 말야.
그리고 루이스가 우리 형제 중에서 최고인 것처럼 너도 나무들 중에서는 왕이란 말이야.
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다 좋아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
그래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어, 밍기뉴. 구슬치기하자. 너는 무척 언짢아하는 것 같구나."
처음에 나는 그 사람의 차를 탔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었다.
그것은 나를 때린 바로 그 사람의 차를 탔다는 사실이 몹시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엔 비밀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비밀을 계속 지켰다. 게다가 포르투칼인도 나의 이런 모든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우리는 아무도 우리의 우정을 알지 못하게 하고자 죽음으로써 맹세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차에 탄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혹시 아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그것이 또또까형일지라도 나는 얼굴을 숙여버렸다. 게다가 우리의 대화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보신 적이 없으시죠? 어머니는 인디언이세요. 그래서 저도 인디언의 아들이예요.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반 인디언이예요."
"그런데 어떻게 하얀 피부를 갖고 있지? 게다가 머리는 흰색에 가까운 금발인데?"
"그건 포르투갈인의 피가 섞였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어머닌 인디언이세요.
아주 까만 생머리를 하고 계세요.
단지 글로리아 누나와 나만 이런 억센 러시아 고양이 같은 머리털을 갖고 태어났어요.
어머니는 집세를 벌기 위해 영국인 방직공장에 다니세요.
저번엔 실타래를 메고 다니셔서 굉장히 아프셨어요.
그래서 의사한테 갔죠.
의사가 찢어진 곳에 부스럼이 날까 봐 붕대를 감아 주셨어요.
어머니는 저한테 아주 잘 해주세요.
때리실 적에도 뒤뜰에 있는 접시꽃 나무의 가느다란 가지로 종아리를 때리세요.
어머니는 언제나 피곤하시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시면 얘기하실 기운조차 없으세요."
그는 앞으로 차를 몰았고 나도 계속 재잘거렸다.
"가장 지독하게 구는 건 큰 누나예요. 맨날 연애만 해요.
엄마가 우리들 데리고 산보나가라고 할 때면 윗길로 가지 말라고 꼭 다짐을 받으세요.
왜냐하면 그 길모퉁이에 애인 녀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우리가 아랫길로 내려가면 거기에도 딴 애인 녀석이 기다리고 있어요.
누나가 맨날 연애편지만 쓰기 때문에 연필은 남아나질 않아요."
"다 왔다."
시장 근처에 접어들자 그는 약속한 장소에 차를 세웠다.
"내일 보자, 꼬마야."
그가 차를 세워두는 곳에 들러 주스도 마시고 딱지도 얻어 갈 수 있는 구실을 이미 내가 찾아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한가한 시간이 언제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이런 일들은 한 달 아니 그 이상 계속되었다. 내가 크리스마스 날 있었던 얘기를 들려 주었을 때, 난 그처럼 큰 어른이 어쩌면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눈에 눈물까지 가득 고인 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절대로 다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얻으러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세월은 아주 천천히 지나갔다. 게다가 아주 행복한 날들이었다. 우리 집에선 내가 변한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난 그렇게 심한 장난도 치지 않았고 오직 뒷마당 구석의 내 세계에서만 살았다. 때때로 악마가 내 마음을 정복할 때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심한 욕을 하지 않았고 이웃 사람들을 평화롭게 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와 나는 늘 드라이브를 했다. 어느 날, 그는 차를 세우고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 차'로 드라이브하는 것이 그렇게 좋으니?"
"이 차가 제 것도 되나요?"
"내 것은 모두 네 거다,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인데 뭘."
나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아, 이렇게 멋진 차의 절반이 내 거라니, 그걸 모든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까지 됐으니 우리가 이젠 완전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어요."
"그렇담 한 가지 물어 볼 것이 있는데?"
"네, 좋아요."
"나 혼자 생각해 본 건데, 아직도 이 다음에 커서 날 죽이고 싶니?"
"그렇지 않아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했잖아, 안 그래?"
"그 땐 화가 나서 그랬어요. 난 절대 아무도 죽이지 못해요. 우리 집에서 닭을 잡을 땐 쳐다보지도 못하는 걸요. 게다가 얼마 후엔 아저씨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아저씨는 식인종도 아무 것도 아닌 걸요."
그는 깜짝 놀라 몸을 튕겼다.
"뭐라고 그랬지?"
"식인종이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나 알고 있니?"
"물론 알고 있어요. 에드문드 아저씨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아저씬 척척박사세요. 어떤 사람이 사전을 만들기 위해 아저씰 초청해 가려고 시내에서 오기까지 했었어요. 오늘까지 내게 설명해 주시지 못한 것은 못한 것은 한 가지밖에 없으신 데 그건 탄화규소라는 말이예요."
"넌 말머리를 돌리려 하는구나. 식인종이 무엇인지 정확히 내게 설명해 주어야지."
"식인종은 사람의 고기를 먹는 인디언이예요. 브라질 역사책에는, 먹으려고 포르투갈인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 그들의 사진이 있어요. 그들은 또 원수인 다른 종족들도 잡아 먹는 대요."
그는 다른 브라질 사람은 그렇게 웃지 못할 정도로 희한하게 웃었다.
"굉장한 머리를 갖고 있는데, 꼬마야. 때론 날 놀라게까지 한단 말이야."
그러더니 나를 차근히 뜯어보았다.
"말 좀 해봐라, 꼬마야. 넌 도대체 몇 살이냐?"
"거짓말 나이 말이예요? 진짜 나이 말이예요?"
"물론 진짜 나이지, 난 거짓말하는 친구는 싫어해."
"알았어요. 진짜 나이는 다섯 살이예요. 거짓 나이는 여섯 살이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왜 그렇게 일찍 학교에 보내려고 했을까?"
"생각해 보세요. 모두들 몇 시간만이라도 내게서 자유로워 지기를 원했거든요. 아저씨, 아저씬, '탄화규소'가 뭔지 아세요?"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니?"
나는 새총알로 쓰는 조약돌과, 팽이줄, 구슬들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여기서요."
그리고 나는 인디언 얼굴이 새겨져 있는 매달을 꺼냈다. 그것은 머리에 깃털을 잔뜩 꽂은 북아메리카 인디언이었다. 메달 뒷면에 그 글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 메달을 손에 올려놓고, 앞뒤로 돌려 보았다.
"글세,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디서 났지?"
"아빠 시게에 붙어있던 거예요. 바지주머니에 달 수 있도록 줄이 달려 있었어요. 아빠 말씀이 그 시계는 내게 물려 줄 것이었대요. 하지만 아빠가 돈이 필요하셔서 그 시계를 파셨어요. 아주 예쁜 시계였어요. 아빤 내게 그 나머지 부속품을 주셨는데 그게 이거예요. 줄은 너무 녹이 슬어 끊어졌어요."
그는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넌 굉장히 복잡한 아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 포르투갈인의 낡은 가슴에 기쁨을 가득 채워 주기도 한다. 분명히 그래, 그렇고 말고, 계속해 볼까?"
"좋아요. 중요한 얘기를 할 게 있어요."
"얘기해 봐라."
"우린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친구가 된 거죠, 그렇죠?"
"그럼 틀림없단다."
"그럼 이 차도 이미 절반은 제 거죠, 그렇죠?"
"어느 날엔가 완전히 네 것이 될 수도 있단다."
"그렇담..."
"얘기해 봐. 왜 머뭇거리니? 넌 그런 애가 아닐 텐데...."
"화내시지 않죠?"
"물론이지."
"우리가 사귀는 것 중에 제 맘에 들지 않는 두 가지가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생각했던 대로 쉽게 얘기할 수가 없었다.
"뭔데?"
"첫째, 우리가 정말 친구라면 이 때나 저 때나 아저씨라고 해야 하나요?"
그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아무렇게나 불러도 좋아. '당신'(원저에는 voce, 영어로는 you)도 좋고 '너'도 좋고."
"'너'는 안돼요. 밍기뉴에게 우리얘길 들려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내가 '너'라고 하 면 그는 자기를 말하는 줄로 잘못 알 거예요. 차라리 당신이 낫겠어요. 화내지 않으시죠."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없잖아. 그건 당연한 요구인걸. 그런데 밍기뉴란 처음 듣는데 누구지?"
"밍기뉴가 슈르르까예요. 그러니까 슈르르까가 밍기뉴고, 밍기뉴가 슈르르까예요."
나는 말을 반복했다.
"밍기뉴는 제 라임오렌지나무예요. 제가 굉장히 그를 사랑할 때는 슈르르까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넌 밍기뉴란 이름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갖고 있다, 이거군."
"그는 꾀 괴짜예요. 나랑 얘기도 하고, '말'(타는 말)이 돼선 날 태우고 빅 존스나 톰믹스, 후레드 톰프슨하고 나란히 달리기도 해요. '당신'(처음으로 당신이라 부르려니 힘이 들었다.)은 켄 마이나드를 좋아하세요?"
그는 카우보이 영화는 잘 모른다는 듯한 몸짓을 해 보였다.
"저번 날에 후레드 톰프슨이 저에게 그를 소개시켜 주었어요. 난 그의 가죽모자가 아주 맘에 들어요. 하지만 그는 잘 웃지 않는 그런 사람이예요."
"이제 그만 해라. 네 얘길 듣고 있으면 내 정신이 다 빠져 버린 듯 멍해진단 말씀이야. 그런데 또 한가지는 뭐지?"
"다른 한 가지는 더 어려운 일이예요. 하지만 제가 당신이라 불렀는데도 화내시지 않으셨어요.... 난 당신의 이름을 참 좋아해요. 하지만 당신의 이름을 좋아하고 안하고는 문제가 아니예요. 우리 친구들 중에도 그런 이름은 참 많아요."
"맙소사, 그래서?"
"제가 당신을 '발라다리스'라고 부른다면 어떻다고 생각하시겠어요?"
그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웃었다.
"사실 어감이 안 좋지."
"'마누엘'도 난 싫어요. 아저씬, 우리 아빠가 포르투갈 사람의 일화를 얘기해 주실 때 '걔, 마누엘, 그런 쌍놈을 친구로 삼나 두고 봐라'하실 때 제가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말 다했니?"
"아빠는 포르투갈인 흉내를 내신 것뿐이예요."
"그래도 안 좋다. 듣기조차 흉해."
"쌍놈이란 그렇게 흉한 거예요?"
"그래."
"그렇다면 그런 말하지 말아야지. 됐죠?"
"그래. 어디 한번 물어 보자. 그래서 넌 어떤 결론을 내렸다는 거지? 날 '발라다리스'로 부르기도 싫고 '마누엘'은 더욱 더더욱 싫다니...."
"내 맘에 쏙 드는 이름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뭔데?"
나는 그때 세상에서 가장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디스라우 씨나 아니면 빵집에서 다른 어른들이 하듯 그렇게 부르고 싶어요."
그는 화가 난 것을 숨기기 위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나의 손을 꽉 잡았다.
"이봐, 넌 세상에서 제일 간이 큰 녀석이다. 날 '뽀르뚜가'(포르투갈인의 속칭)라고 부르고 싶은 거지. 안 그래?"
"그래야 더욱 친해질 것 아녜요."
"그게 네가 바라던 전부냐? 그렇다면 그렇게 불러라. 자, 이젠 그만 돌아가자. 됐지?"
그는 시동을 걸었고, 생각에 잠긴 채 차를 몰았다. 그러더니 창밖에 몸을 내밀어 밖을 살펴보았다.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자 그는 차 문을 열고 말했다.
"잠깐만 내리거라."
나는 그의 말에 복종하여 차에서 내려 차의 뒷부분까지 쫓아갔다. 그러자 그는 뒤에 달린 자동차 바퀴를 가리켰다.
"자, 꽉 매달려라, 조심해!"
나는 기쁨에 넘쳐 박쥐처럼 꽉 매달렸다. 그는 다시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는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5분간을 달린 후 차를 멈추고 내게로 왔다.
"기분 좋았니?"
"꿈 속 같았어요."
"그럼 됐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돌아가야지."
밤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여름이 깊어 가는 것을 알리듯 멀리 가시나무 위에서 매미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차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자, 그럼 앞으로 그 일에 대해서 일체 얘기 않기다, 알았지?"
"알았어요."
"난 네가 우리집에 와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걸로 족하다."
"저도 벌써 생각해 두었어요. 오늘은 교리문답에 갔었다고 말할 거예요. 오늘은 수요일이잖아요."
"아무도 널 못 당하겠구나. 넌 언제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냈거든."
나는 그의 곁에 바싹 다가앉아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뽀르뚜가!"
"음....?"
"전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아시죠?"
"왜?"
"왜냐면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 곁에 앉아 있으면 누구도 날 괴롭히지 못해요. 그리고 당신은 내 마음 속 깊은 곳 행복의 태양이니까요."
**밍기뉴가 질투를?^^....
뽀르뚜가 아저씨가 있어 제제는 행복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