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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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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찍는 사진기 (정채봉)

딴따라도루묵 조회 3,99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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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 사진기로 가슴을 찍으면 심장이
드러나듯 마음을 찍어
보여주는 사진기가 있다.

대개의 사람들을 찍어본 바로는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라고 한다.

감투가 찍혀져 나오거나,
돈다발이 찍혀져 나오거나

남자인 경우에는 여자가,
여자인 경우에는 남자가 찍혀져 나오지를 않나.

또 평수가 넓은 집이 찍혀져 나오는 사람도 있다.

박사 학위증이 찍혀져 나오는 사람,
자가용이 찍혀져 나오는 사람도 있고.

때로 웃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어린이들을 찍었을 때의 일이다.

인형이나 꽃, 아니면 로보트나 아이스크림이
아주 선명히 찍혀져 나오니까.

그런데 얼굴이 온화하고 언행이 당당한
노동자 한 사람의 경우에만 희귀한 사진이 나왔다.
바다를 냐다보는 작은 창문이 찍혀져 나온 것이다.

사진사가 말을 걸었다.
"세상에 당신의 소원이란 이 창문 하나란 말입니까?"

노동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내고향은 바닷가 마을이지요.
그 마을의 언덕 위에 우리집이 있는데 우리집의
창문에서 소년시절처럼 바다를 내려다보며
사는 것이 나의 소원이지요.
그 창을 소유하고 죽는 것이 나의 끔입니다."



<정채봉님의 "생각하는 동화2-내가슴속램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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