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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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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네 갈래 길ㄱ 중에서

파람 조회 8,2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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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그녀가 앚아 있던 네 갈래 길이 이제는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갈라져 나간 네 길도 보였다. 첫 번째 길은 대도시로 향해 나
있었다. 그 길은 시내 한복판을 지나서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길은 꼬불꼬불
울창한 숲을 통해 작은 오두막을 지나갔다. 그러나 그 길도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길은 낯익은 길이었다. 그녀가 추수를 도운 적이 있던 농부들
마을로 가는 계곡길이었기 때문이다. 길은 마을을 지나더니 몇 군데 작은
언덕을 넘어 비옥한 들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네 번째 길은 그녀가 셔츠와
바지 바느질을 하던 작은 마을로 향해 있었다. 그러나 이 길도 마을을 지나
계속 이어졌다.
이제 노파가 되어 버린 처녀는 산꼭대기에 서서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다.
산 앞에서 갈라진 네 갈래 길은 산을 빙 돈 뒤, 다시 가까워지면서 넓은 평원에
닿았다. 거기서 하나가 된 네 갈래 길은 멀리 수평선이 비치는 바다까지 쭉
이어졌다.
늙은 처녀는 깍아지른 암벽 위 높은 곳에 앚아 있었다. 멀리 바다와 평원을
보면서...... 그녀의 눈은 바다, 넓디 넓은 바다를 찾아 헤맸다. 보면 볼수록
일렁이는 파도가 눈앞에 또렷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저 멀리, 거친 암벽에
부딪혀서 부서지는 힘찬 물보라가 피부에 와닿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너무나 멀리, 산꼭대기 높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처녀는 자기가 그토록이나 오래 앚아 있던 저 네 갈래 길로 다시 내려갈 힘이
이젠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넷 중에서 어느 길이든 골라서 바다로
가려면 아무튼 내려가야 할 텐데도 말이다.
그녀는 이 네 길 가운데 어느 한 길도 선택하지 않았고 어느 길도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 이제 여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그 모든 길이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 번도 무한히 넓은
바다의 신선한 내음을 맛볼 수 없으리라는 것, 또 평생 단 한 번도 거센 파도에
몸을 적실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제서야 비로소 확연히 알게 되었다.
-롤랑 퀴블러

덧붙여서...
롤랑 퀴블러가 이런 말을 하셨다네요.
ㄴ 동화를 쓰고, 동화를 읽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실 뒤에 감추어진 무엇인가를. 내가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난 이후부터,
나는 바다로 가는 나의 길을 찾으려 애써 왔다. 그러는 동안 내게 분명해진
사실은 목적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간다는
것이다.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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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
 이제껏 목적지만이 중요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그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이다.
 훗! 늘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화만 냈었는데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 내가 그 곳을 향해 진짜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한 걸을 한 걸을  나아가야겠다.
(2008.02.27 17:33:08)  
별나무

하아,, 저도 언젠가 이 동화 읽은 적이 있어요

저도 어쩌면 올린 기억이 있는 글... 오래전쯤..

반갑네요,, ^.^


전 이 동화 읽었을 때... 선택을 하지않고 어떤 길도..

주저만 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하고 후회하는...

그저 길을 봤을 때는.. 안 좋아보여도.. 그 길에 직접 뛰어들어 열심히 가보아야..

뒤에 그런 좋은 길... 바다로 가는 푸르고 환한 길이 펼쳐진다는...


지금 특히 다가오는 글인 듯요,, 잘 읽으며...

끝에 작가가 한 말도 참 좋네요... 끄덕 공감이... ^^* ,,

 




(2013.06.23 15: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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