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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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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바라만 보았는데.. -작은이야기에서-

tarzan 조회 3,31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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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였다.. 점심 시간이 막 끝나고, 땀 흘리며 떠들고 뛰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교실에 들어와 앉았다.. 몇몇 아이는 마르지 않은 땀을 식히느라 공책으로 부채질을 하고, 또 다른 몇 명은 서로 킬킬대며 웃고, 반장은 수업 시간이 시작되었다며 조용히 시키느라 바빴다.. 5교시는 기술 시간. 교실 문이 열리자 어수선하던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어떤 녀석인지 망을 아주 잘 보고 있었군.. 이렇게 조용했을 리가 없잖아..? 내 말이 맞지..?"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려다 한 아이를 불러 일으켜 무엇인가를 물었다..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 아이는 엉거주춤 일어선 채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질문의 답을 잘 몰라서였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질문을 잘 못 알아들었던 것인지 그 아이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그렇게 서 있었다..

우리들은 순간,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선생님의 표정이 돌연 무섭게 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아이는 교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선생님이 갑자기 그 아이에게 달려가서 발로 배를 냅다 차버렸던 것이다.. 교실 안은 겁에 질린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바닥에세 움츠러든 채 괴로워하던 아이는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아이를 발로 차고,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로 배를 찔러댔다.. 그리고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무서웠다.. 반 아이들 몇 명이 바닥에 동그랗게 몸을 구부린 채로 고꾸라져 있는 친구를 대신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말을, 잘 못합니다..!!"

심하게 말을 더듬던 아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했었다.. 선생님은 그 말을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이번엔 머리카락을 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우더니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왜 나를 똑바로 보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이냐~!!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한 대씩 한 대씩, 천천히, 하지만 엄청난 소린를 내며 선생님의 손바닥은 아이의 볼에 가 닿았다.. 아이의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선생님과 친구를 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선생님이 때리고 있지 않는 동안 눈물을 닦으며 다시 바로 서서 선생님을 바라보려 애썼다..

"이 새끼가, 너 아직도 나를 똑바로 보고 있지 않잖아~!!"

선생님의 팔이 다시 높이 치켜올려졌다.. 그때, 우리들의 시선은 선생님의 등뒤로 모였다.. 우리 반에서 덩치가 제일 컸던 한 친구가 선생님의 양팔을 강제로 꺾고는 선생님의 귀에만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하지만 조금은 불량한 어투로 말했다.. 그 친구는 실제로 좀 불량한 녀석이어서, 이미 학생과에도 '찍힌' 아이였다...

"선생님, 얘는 말을 더듬고, 한쪽 눈이 사팔이에요.. 지금도 선생님을 똑바로 보고 있지만 남들 눈에 그렇게 안 보이는 것뿐이라구요.. 그만 하시구요, 계속 이럴 거면 저와 한번 싸워보세요.. 밖으로 나갈래요..?"

반 아이들이 선생님과 그 친구를 번갈아 쳐다봤다.. 잠시 또 다른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은 몹시 화가 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석부를 집어던지며 교실 문을 차고 나가버렸다.. 심하게 맞은 아이는 제자리로 돌아가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그날 덩치 큰 친구는 도합 몇 번째인가의 정학을 맞았다.. 담임 선생님은 그나마 정학 정도로 일이 마무리되도록 자신이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너희들이 도대체 학생인지, 불량배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전체 기합을 주겠다며 이발 기구를 들고 와서 아이들을 차례로 교탁 앞에 불러 세워 이마 바로 위의 머리카락을 밀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묵묵히 제자리로 돌아와 앞이마를 매만지고, 어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분노가 가득한 사춘기 남자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벌하려던 선생님의 노력은 허사였다.. 한 아이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 친구가 갑자기 외쳤다..

"우리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깎일 이유가 없어요..!!"

선생님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순간, 몇몇 아이들이 가방을 들고 교실을 떠났다.. 하나 둘씩 따라 나섰다.. 누군가는 호기를 부리느라 기술 선생님을 흉내내어 교실 문을 박차고 나와버리기도 했다.. 나도 그 가운데 끼여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 중 누군가의 제안에 우리들은 이발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깎은 다음, 아예 하얗게 면도를 해버렸다..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땐 스무 개의 구슬 같은 머리들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맞은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정학당한 아이는 학교에 오지 '못했다' 조회 시간엔 교감 선생님까지 들어오셔서 어린것들이 단체로 반항을 일삼는다며 한참을 혼내셨다..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먹서먹해졌고, 몇 주 후에 담임 선생님은 아예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 생활은 흘러갔다..

그날의 그 일 때문에, 우리는 겨울 방학이 되도록 우습기 짝이 없는 머리 모양을 하고 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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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가슴 씁쓸한 이야기네요. 무차별하게 짓밝혔던 그 친구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깊게 남겨졌을거예요. 어쩌면 그 교실에 있었던 소년들 모두 저마다 씁쓸한 기억을 지니고 있겠지요. 모두들 그날의 일을 잊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2000.11.01 23:25:39)  
수우니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것이 얼마나 큰 오해와 상처를 남기는지 알려주는것 같네요. 무척 가슴이 아프네요. 소가 서로를 조금만 애해하고 알려고 노력 한다면...
(2000.12.11 16:51:52)  
한송이국화
좀 [슬픈] 얘기네요. 이 얘기를 읽고 나니까 교실 속에서 학생들이 너무 억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요.. 그 사팔뜨기..에 말을 더듬는 그 친구가 겪었을.. 고통이랄까? 그런게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다 알 수는 없겠지만.
(2001.06.18 22: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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