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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인간] 서평 - 텍스트에 스민 영혼

석풍 조회 5,99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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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트에도 영혼이 깃들 수 있는 것일까. 그 깃들은 영혼이 메말라버린 내면의 표면에 깨달음이란 봄비를 뿌려줘서, 고작 오백쪽 남짓한 언어들로 하여금 한 사람, 아니 조금이라도 마음 속에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나 중대한 각성을 일깨우도록 할 수 있을까.

 DC를 누비고 다니는 미친 칠십대 영감탱이가 휘갈겨준 이야기 속에는 진정한, 진정한 아름다움과 그 눈부신 월광月光이 담겨져있고, 이 천재작가의 펜 끝에 걸려든 추잡한 썩은 내가 진동하는 속세와 대비되어 그 광채는 한결 더 빛나 보인다.

 달이 사라져버렸다. 달에 관련딘 모든 기억과 흐적들이 사라져 버렸다. 오직 나만이 달을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다. 달빛에 중독된, 사랑하던 소요도 사라져버렸다. 더러운 세상 속, 닭갈비 익는 소리에 함돌되어가던 아무 것도 아닌 詩人에게, 어느날 나타난 그녀는 詩 속에 다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주입해준다. 다시금 그를 살아있게 만든다. 하지만 달과 함께 그녀도 사라지고-.

 詩人은 다시 침몰한다. 망상이라고? 미쳤다고? 내가 보기에 미친건 너희요, 이 세상이 정신병원에 진배없도다. 썩어버린 세상에선 쏟아내는 신제품일수록 그 악취가 더해가고, 영혼이 사라진 빈자리는 하염없이 함몰하여 가니, 돈이 피보다 진하며 아름다움의 추구는 자살의 지름길이 되어버린 세상이 우리 주위를 가득히 에워싸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그 진실은 미친 사람들이 전정으로 더 아름다워져보이는 정신병원에서나 깨달을 일이다.

 바다의 아픔도, 자살의 절망도 덮어버리지 못한 아름다움의 상실. 달이 사라져버린건 우리 마음속에서 달에 비쳐질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노인이 건네준 술병 속에 담겨져 있던 그 모습. 잃어버렸던 그 아름다움. 그리고 노인의 예언. 알콜중독에 걸린 미친 초딩. 세상을 무너뜨리려 하는 초딩.

 세상이 반란을 일으킨다. 조류독감에 이은 닭 매출 감소의 해결책은 먹고 뒈질 경우 보험금 20억이다. 여전히 인간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채 1cm 앞의 동전 줍기에만 열중이다. ㅈ어면에는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은 자동차가 돌진해오고 있는데, 남들이 내 돈 줍기 전에 선수 치려고 땅바닥만 본채 앞으로 전력질주한다. 모두가 다 그렇다.

 그렇다고 신선세계로 떠나버릴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이 더러운 세상이 하루아침에 정화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 천사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천사가 되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복장이 터져 죽거나 굶어죽기 전에 말이다.

 섬뜩할 정도로 날이 선 유머들과 비유들은 무늬만 詩人의 깡통을 내걸고, 자유니 영혼이니 떠들어대며 속세의 푼돈을 구걸해오던 본인을 향한 무자비한 발길질이다.

 혼자만의 자유... 혼자만의 아름다움...  이들은 여전히 불완전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도 그 불씨를 꺼뜨리고 싶지는 않다. 언젠간 소요와 함께 한마리 시조새가 되어 달빛 속을 선회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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