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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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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마'를 읽고..(^^;;)

가갈이 조회 5,46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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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으로 간 외삼촌과 빨치산 인민군들에게 끌려간 삼촌. 국군으로 간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지자 꿈속의 예언이 맞았다는 듯,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외삼촌의 죽음을 인정한 할머니는 장마비 속에서 빨치산을 향해 저주를 퍼붓게 되고 이로 인해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대립이 시작됩니다.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은 빨갱이들이 이미 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삼촌도 이미 죽었을 것이라며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지만, 할머니만은 끝까지 자신의 아들이 아무 날 아무 시에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으며 눈물겨운 '어머니'의 힘으로 아들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것은 돌팔매에 찢긴 구렁이 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졸도하게 되었고 그런 구렁이를 삼촌의 분신이라 믿은 외할머니가 구렁이의 갈 길을 인도 해주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화해를 하게 되었고 할머니가 숨을 거두게 되면서 지겹고도 애처로운 장마는 끝이 납니다.
'장마'는 6.25 동란 중에 일어난 한 집안의 일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는 국민학교 3학년의 어린 소년이고, 소설 속의 주인공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입니다. 그
러나 서술자인 '나'는 사용 어휘라든지 사태 판단의 내용상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서술자가
성장한 뒤에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기술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바탕 구조는 '이념의 대
립과 갈등' 입니다. 그러나 이 갈등은 당사자들에 의해 직접 표면화되지 않고, 대리인을 통
해 간접화됩니다. 또, 장마 속에서 서술자는 자신이 어른이 돼서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을 회
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보다는 더욱 현실감이 있게 느껴졌으며 아이의 순수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주받은
사람이 죽으면 구렁이가 된다' 라는 무속 신앙을 이용하여 삼촌의 죽음이 우연이 아닌 필연
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기도 했고, 장마라는 책 속에서 그들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 점 등에서도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장마'는 6 25가 한 가정에 준 상처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외삼촌은 국군, 삼촌은 빨치산
에 속해 있는 이 가정의 비극은 남북 분단과 전쟁으로 찢어지고 갈려진 우리 민족 전체의
비극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남북한간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각각 주장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가장 결속되어
야 할 가정조차 갈라놓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이데올로기가 주장하는 바를 평범한
이 가정의 구성원들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해 서로 미워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아들이 선택한 이데
올로기를 잘 알고 있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두 할머니는 그것 때문에 대립하고 미워
하는 것입니다. 실상 두 할머니가 미워하고 갈등을 보이는 것은 혈육에 대한 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이 작품에서 시도된 것은 민족 전통적 정서
인 '구렁이'로 상징된 샤머니즘을 통해 그 동안의 미워하는 감정을 극복하는 결말로, 이 작
품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의 하나로서 민족적 보편 정서의 중요성을 환기
시키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탁월한 상징적 소재, '구렁이'는 '저주받은 사람이 죽으
면 구렁이가 된다'는 우리나라 전래의 무속 신앙으로, 이 작품의 경우에는 단순한 미신의 차
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빨치산이 되어 죽은 아들의 어머니인 친할머니나, 국군으로 간 아들
의 전사 통지서를 받아야 했던 외할머니의 경우, 우연히 나타난 그 구렁이는 결코 우연의
등장이 아닌 필연의 결과이며 미신이 아닌 확인이요 확증입니다. 그것은 혼란한 역사의 돌
팔매에 쫓기는 불행한 영혼이며 우리 역사가 치러야 했던 음산하고 저주스러운 동족 상잔의
비극을 극명하게 표상하는 구체적 실체입니다. 따라서, 가련한 두 노파의 한 맺힌 설움에 충
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에게도 그 구렁이는 비극의 실체로서의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할머니의 머리카락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그 비극의 실체(구렁이)가 사라
졌다는 결말 처리는 인간의 숨결이 있어야 역사가 편안하게 숨쉴 수 있다는 작가 정신의 반
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분열된 민족이 합하려면 양쪽에서 공통적인 것을 회복해
야 하는데, 그 공통적인 것 중의 하나가 민족적 보편 정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샤머니즘적
인 것만이 민족적 보편 정서는 아닙니다. 또 다른 것으로 두 할머니가 다 같이 가지게 된
피해자로서의 한을 들 수 있습니다. 과정은 어떻든 아들을 잃었다는 점은 두 할머니가 공통
되며, 이런 점에서 남·북한은 같은 피해자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장마'라는 책 속에서 6·25라는 울타리가 한 가족 사이에서도 벽을 만들
게 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통일이지만 동계 아시안게임을 동시 입장하는 남북한
을 보며 머지 않아 통일이 올 것이라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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