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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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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쩍 여름.....

길상이 조회 2,5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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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
장마비에 한아이는 원두막 한켠에
쭈그려 앉아 새농민 책을 들려다 보며 빗소릴 에사로 듣는다

퀴퀴한 집으로 역어 내린
원두막 처마에 내리는 물로 손을 씻고
허기진 배를 참외로 때운다

내리는 비 그치면
먼산 안개구름으로 산봉우릴 휘감아 신비로움을 더 할때 원두막에서 내려와 익은 수박이랑 참외랑 골라 따두고

작은것 15원 중간것 20원 큰것 25원 하며 메겨두고.....

뙤약볓이 쬐는 날이면
원두막 그늘따라 바닦에 돋자리를 옮기곤 했지
메미를 벗을 삼아 오는손님을 반기며
새농민책 헤지도록 읽었지..

방학이 끝이 날 무렵이면
더위에 지치고 조구만 원두막에 갑갑함인지....
수박이랑 참외는 냄새 맞기도 싫도록 질려 있었지

서산에 걸린 해를 보며 빨리 넘어가기만 바라며
꼴풀 베어 과일 덮어 두곤 하루를 닫았다

해 떨어진 들길에
저녁노을 노랗게 물든하늘 양때구름
밤하늘 별들의 잔치에 가는듯..

마을어귀 들어서면
구수한 된장 내음에
참았던 배고품으로 나를 몽롱하게 한다

할머니의 손맛
갈라진 손아귀로 밥 소쿠리 퍼
놋쇠양푼에다 밀어 넣고 나물이며, 고추장 ,된장
참기름은 병째 들고는 부어 손으로
휘휘 저어 비벼내면

볼다귀를 물어 가며 먹었지
가누기도 힘든배를 마당 펴놓은 멍석에 누워

까만밤 초롱초롱 빛나는 별
은하수타고 꿈나라로 갔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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