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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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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

마모 조회 2,89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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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어서 흙이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뼈 한줌의 무게는 300그램, 강에 뿌려져 바람이 될 확률 20%, 육체가 타서 없어지는 시간 2시간, 총 집결해보면 5명의 사람이 토끼 한 마리를 잡아먹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나 한 명을 위해서... 어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려원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현빈의 어머니를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현빈의 어머니는 "아픈 며느리는 싫다."라며, 딱 잘라 말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 려원이 불쌍하다는 생각과 욕심과 집착이 심한 어머니라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서 문득 고모생각이 났다. 2년 전쯤에 돌아가신 둘째 고모는 췌장암이라는 고통스런 병 속에서 서서히 말라 비틀어져 결국엔 돌덩이가 되어서 납골당 깊숙히 내버려졌다. 사촌언니는 고모의 시신이 화장되면서 계속 울어댔다. 그냥 자연을 따라 가는 건데 누구나 다 그런건데 말이지만 나의 어머니께서 잘못되신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이틀동안 끼니를 거르면서 대성통곡을 할 것이다. 슬픈 일이 생기면 얼굴을 파묻고 울어도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날 때마다 가슴 속의 안개가 퍼져드는 느낌이 든다. 슬픔을 이기기 위해 우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하루에도 수십번 씩 울어야 우리 마음 속에 쌓인 홧병들이 풀릴 것이다. 너무 많이 맺혀있었던 응어리들이 자리가 없어 터져나온 것일 뿐이다. 눈물이라 바로 그런 것이다. 비가 와서 바위와 절벽이 깎아지는 것처럼 가슴 속에 맺혀있는 것들을 샤워해주는 샤워기인 것, 앞으로는 이 샤워기를 자주 사용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래두니 샤워기를 틀 수 있는 수도꼭지가 꽁꽁 얼어붙었다. 수도관을 따라가보면 나오는 심장 속에서 눈물을 뽑아주는 감정이란 장치가 고장나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울음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가끔 마음의 묶은 때를 벗겨주는 샤워기이다. 그렇기에 요즘 같이 짜증나는 무더위에는 더 많이 샤워를 해 줘야 살 맛이 난다. 소주 한잔 들이키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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