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목련꽃이
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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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한동안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가 나는 것 같더니 골목마다 거리마다 목련이 한창이다. 언제 피었을까. 어느 날 느닷없이 하얀 앞섶을 활짝 헤치며 나 이래요 나 좀 봐요 가슴을 열어 보이는 목련을 보면 묘한 상념에 마음 한켠이 가마득하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언제나 양희은의 노래 첫 소절만 입 속으로 중얼거리다 말게 하는 목련에겐 저릿한 안타까움을 닮은 향기가 있다. 숨을 멈추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눈부신 고립이 있다. 길 가는 마음을 잡아두는 결계꽃, 넋을 놓게 만드는 주술꽃, 수심이 깊고 깊어 말 없이 피었다 지는 나무 연꽃, 목련. 이 꽃은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애처롭다. 아무 것도 뜻한 바 없어요, 톡. 톡. 처연하게 떨어져 가는 옛일들. 목련을 보며 불콰한 반주처럼 낮은 한숨 두어 번이면 좋을까. 지금 골목마다 거리마다 온통 목련이 흐드러졌는데, 적당히 막막하고 먹먹해서, 나는 가려운 생을 잠시 멈추고 꽃구경 아닌 꽃구경 중이다. 이 봄이 수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