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만나는 '시'라는 장벽
눈물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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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다.
그 이름도 거창한 고3.
수능이란 잣대에 휘둘리기 위해 D-day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달력을 찢어나가는
나약하고 개혁의 의지 없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에 매달릴 것도 아니면서
주위의 압력에 지레 겁먹고 좋아하는 일마저 다 끊어버린 귀 얇은.
하지만 올해까지 쳐서 11년째 글 속에서 뒹굴며 지내온 나로서는
여태까지 딱히 언어영역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눈에 띄게 뒤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학생이란 신분은
나에게도 언어영역을 짐처럼 떠맡겼고
그래도 남들보다 잘 살아보겠다고 나는 주는대로 그 '짐'을 떠안았다.
처음엔 수능특강 한 권만 풀었으나 생각보다 좌절이 심했다는..ㅠ
엉덩이에 뿔날 성격인 나에게는 쫀심에 칼 맞은 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BS교재를 몽땅 질렀더니 언어만 총 7권이었던가..;
그 중 나를 가장 농락했던 시문학 교재..
풀면서, 매기면서, 풀이하면서, 강의 보면서 참 뿔 많이 돋았던 파트ㅠ
불지르지 않고 끝까지 풀어낸 게 기적인 듯 ._ . ;;
나름대로는 글을 즐길 줄 안다고,
남들 말을 빌자면 고사장에서도 언어시험지 붙들고 베시시- 거릴 거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눈에 콩깍지 아닌 책꺼풀 씌인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학교 수업중에, 교재안에서, 혹은 시험지를 통해 만나는 글들은,
특히 시라는 장르는,
어느새 나에게 벽이 되어있었다.
나를 가로막는 장벽. 넘을 수 없는 거대한..
계속 이렇게 '시'를 '공부'하다가는..
글쟁이 쫀심에 결점이 될지도 모를 말이지만
글에 정떨어질 것 같다.
시파트 강의하는 선생님께서는 시를 즐길 줄 아는 아이라면
언어영역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흥! 즐이야 즐..
아니면.. 내가 아직 즐길만큼의 수준이 되지 않는건지..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