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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글이 아닌 말과 글<2>

매투 조회 3,6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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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글이 아닌 말과 글 <2>

       

          수동태 표현의 남발

  ‘저기 보여지는 산이 남산입니다. 심어진 나무는 대부분 소나무들입니다. 꼭대기에 세워진 팔각정은 50년 전에 새로 지어진 것으로...’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되어진 유물입니다. 쓰여진 글자를 보면 신라의 .....’

 

  요즘 우리가 쓰거나 흔히 듣는 우리의 말본새다. 우리 본래의 언문은 물론 세계의 어느 문자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어법이다. 혹자는 영어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하나 엄격히 말하면 영어에 이러한 표현기법은 없다. 이러한 출처불명의 ‘피동형 동사’ 표현기법이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말에 정착된 것일까.

  오랜 추적결과 짐작되는 대목을 찾았다. 기독교 서적이었다. 외국서적의 번역물, 국내 신학자의 창작물, 신학교의 교과서를 들추어보니 ‘드려진 예물’ ‘여겨지면 아멘’ ‘지어진 성전’ ‘보여진 행위’ 등 예의 피동형 동사의 남발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1970년대 이전의 책자에서는 극히 예외적이었던데 비해 그 이후 교회 수가 늘어나면서, 신학교 수가 늘어나면서 남발현상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었다.

 

   현대의 교회에서 이뤄지는 설교의 99%는 바로 이 피동형동사가 남발되고 있는 현장이다. ‘되어지 게 하옵소서’ ‘되어진 내용을 보면...’ ‘모여진 성도들’ 등. 더욱이 놀라운 것은 신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전혀 성경언어가 아닌데 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소위 외국에서 신학 또는 목회학을 전공했다며 말끝마다 영어단어 한 두 개씩 곁들이는 설교자가 더 자주 피동형 동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엉뚱한 말본새는 전혀 제약을 받지 않고 널리널리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대단한 각오가 아니고서는 바로잡기가 매우 난망한 현실이다.

피동형 동사의 전파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집단 하나가 또 있다. 각 tv방송사의 앵커와 리포터다. 그리고 한줄 자막과 번역자막을 생성해 내보내는 자들이다. 애당초 리포터 자격이 없는 철부지 연예인들이 시시각각 나타나 우리의 어법과 문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멋모르는 청소년들은 무작정 흉내를 내고....

‘경복궁이 지어진지 벌써...’ ‘심겨진 나무가 계속 자라서...’ ‘우리말로 쓰여진 이 책은....’. 이게 우리나라 방송사의 보통 앵커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가관인 것은 한줄 자막이나 번역자막을 내보면서 ‘몇일을 기다려도...’ ‘잘 지어진 집은 몇 채 돼지 않고..’ 등의 언어실력으로 방송을 꾸미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말에는 ‘지어진 건물’ ‘쓰여진 책’ 등의 타동사와 수동태 표현이 거의 없다. 국어사전에 ‘지어지다’ ‘쓰여지다’ ‘여겨지다’라는 단어는 없다. 또 영문법에서 수동태를 쓰려면 일반적으로 ‘~에 의해서’라는 문구가 따라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우리말식으로 생략해버리니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은 지 600백년이 넘는....’ ‘최초로 순 우리말로 쓴 소설입니다.’ ‘남산에 심은 소나무는 줄잡아....’ ‘좋다고 여기면 예라고 하세요.’ ‘지금 드리는 예물이 뜻대로 쓰이길...’ 이게 우리말의 바른 모양새다.

 

  다음은 어느 예비신부가 친지들에게 전하고 있는 말이다. ‘내가 결혼하게 되어지면 다른 예식장들과 틀린 방법으로 손님들을 접대하고 청첩장에 쓰여진 대로 부모님들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게 되어질 거예요. 새로 지어진 집에서 넓으신 정원을 가꾸면서요. 한강이 보여지면 더 좋으시구요.’

 우리의 말글이 지금 이 지경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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