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의 묘미-좋은 글쓰기 강좌<19>
19. 기행문의 묘미
가을은 기행문을 쓸 기회가 많은 계절이다. 기행문(또는 여행기)이라고
해서 일정한 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쉬운 글로 여기고 아무렇게나 쓸 수
는 없다. 기행문은 자신의 글 솜씨와 견식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데
그 묘미가 있으며 자기의 관점을 소신 있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
다.
기행문은 첫 문장을 잘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우리가 서울역을 출
발한 것은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 5시였다. 일행이 모두 도착한 것을 확
인한 우리는 ....’식으로 글머리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보고서나 사건일지를
쓰는 것처럼 풀어나가면 우리의 독자는 함께 여행 떠나기를 망설인다.
남해의 거문도 앞바다에 있는 백도를 다녀온 기행문을 예로 들어본다.
백도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다녀왔고 그 가운데는 아름다운 글로 기
행담을 엮어낸 사람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수에서 여객선으로 거문도에 도착하여 일박한 뒤 하루에 한 번만 다니
는 조그만 유람선으로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아스라이 먼 곳에서 백도가 손짓
을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읽는 이들은 이런 식의 글을 끝까지 읽어
줄만큼 너그럽지 않다.
백도를 실제 다녀온 것은 나이지만 읽는 이들에게 지금 백도를 보고 있
는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키게 하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를
소위‘독자를 현장 속으로 끌고 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시제부터가 현재
형이어야 한다.
‘기품을 갖춘 소복단장한 여인의 뒷모습을 그려놓은 것 같다. 외로운 섬 백도
의 수줍음에 나는 탄성이 아닌 ’아 님이여~ ‘를 토해낸다.’라든지 ‘안개를 휘
감고 있는 백도를 보고서도 어쩐지 다가가기가 망설여진다.’등이면 어떨까.
이렇듯 읽는 이가 실제 백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 무
언가 신비로움이 감추어 있는 듯 그리고 처음부터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읽는 이에게 백도를 끝까지 보여줄 수 있
다.
그 다음에 백도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하면서 지리적 특성, 얽힌
전설, 얻은 교훈, 기행 중의 에피소드 및 유의점 등을 설명해나가
면 읽는 이들은 나보다 더 좋은 백도기행을 하게 된다.
요약 ① 여행보고서와는 다르다 ② 독자를 현장 속으로 끌고 가야 ③ 현재형 시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