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의 비평, 강의 中 메모한 것.
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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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 싶다면 비평가들을 무시하라!
-- 박정대. 시인. 강연회 내용 中
남이 써놓은 이론서는 대학원 들어가서 읽어도 된다.
지금은 작품부터 꼼꼼히 읽어두라.
작품을 읽지도 않고 이것저것 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문학수업에는 단계란 것이 있다.
그리고 남이 써놓은 말이나 이론서 등은 안 읽는게 낫다.
제발 부탁이니, 유치해도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송하춘, 소설가
1) 소설은 뚝심으로 쓰는 것이고,
시는 공들여 쓰는 것이다.
2) 나는 데리다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데리다는 내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내가 그의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단 말인가.
-- 김인환. 문학비평가. <현대비평과 이론>주간
시고 소설이고 간에,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학만이 좋은 문학이다.
- 김화영. 불문학자. 까뮈 권위자. 비평가
한 학기 수업을 마치며, 이번 학기 동안 배운 거
다 까먹어도 좋으니 이거 하나만 건져서 나가도
성공한 거라고 말할 정도로 강조한 대목
내가 중남미 어느 국가에서 열린 세계시인 심포지움에 참석했을 때였다.
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시인들에게 보여주고자, 우리나라 시들 중 중요한
시들을 골라 영역해 갖고 가서 나눠주었다.
일주일 후 어느나라의 시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그 시인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이러는 것이었다.
<당신네 나라 시들엔 왜 이리 울부짖고, 통탄하는 시들이 많은가. 놀라웠다.>...
나는 그 시인의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지금껏 이 나라 문단에서 활동해 왔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인의 지적을 들으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몰랐던 부분이다.
- 김우창. 영문학자. 비평가
우리 자신 안에는 감춰진 거대한 무의식의 부분이 있다.
이 상처, 이 고름과 마주쳐 그것을 보고 드러내어 전시하는 것이
시인들에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걸 피해서는 안된다.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우리 안에 감춰진 그 거대한 부분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피해서 가려는 시인은 반드시 편법을 개발하게 되어 있다.
-- 황현산. 불문학자. 비평가. 세계사 주간
시인이라면 단 한줄, 또는 다른 어떤 단어로도 대치되어선
곤란한 유일무이의 시어를 찾기 위해
일주일을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쓸 때는
뱀이 먹이를 잡아 먹으려는 순간
공격수가 골을 차 넣는 순간인 것처럼
그 이상의 고도의 정신집중을 해야만 한다.
흐리멍텅하게, 대충대충 시 쓰지 말라.
옛 시인들은 시를 피로 썼다.
- 최동호. 시인. 비평가. 전 <현대문학> 주간
1) 우리 현대시의 면면한 흐름, 그 주제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님 없음' '길 없음' '집 없음'이다.
2) 세계의 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현대시는 형이상학적인 탐구나 종교적 세계의 탐구
또는 극도의 탐미주의적 경향의 시가 대체로 약하다.
그보다는 사회적, 현실적,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는 시가
어느 시기에나 주류로 인정받아 왔다.
이는 우리의 시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선시대의 漢詩적 세계에 집단 무의식적으로 영향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시인들의 성향이 예술가나 종교가로서의 시인이기보다는
志士로서의 시인을 이상으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우리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다른 나라 시들에 비해
스케일이 크고 거칠다는 데 있다.(김지하의 오적 같은 예)
- 김흥규. 비평가. <창작과 비평> 간행위원
시를 읽을 때는
지금 그 시를 쓰고 있는 것처럼 읽어야 하고,
시를 쓸 때는
독자가 되어서 읽고 있는 것처럼 써야 한다.
- 채호기. 시인. 문학과 지성 주간
이 삐삐 소리 누구꺼지?
너야? 너 나가. 나갈 때까지 수업 절대로 안하겠다!!!
* 문학 공부 시의 경건성을 강조한 표현. 소문으로 들은 것임
- 이남호. 비평가
'경제적'이란 무엇인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드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시인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비경제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 시 쓰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비유한 말.
- 황동규. 시인. 술자리에서...
시를 안 쓰면 불안하다는 것은
시를 잃어버린다는 거에 대한 불안이겠죠.
자기가 얼마나 시에 바치는 게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안 쓰고 완전히 다른 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고,
안 쓰면서도 시집을 읽고 생각하고
그렇게 늘 시적 긴장을 갖고 사는 사람은 서로 다르죠.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질문) 유하라는 이름을 어떻게 갖게 되셨는지.
필명이예요.
원래 유하다 보니까.(웃음)
제 이름은 김영준이예요.
그 이름으로는 출세가 안될 것 같더라구요.
우리 어머니가 유씨예요. 또 저의 고향이 하나대인데,
거기서 하를 땄고, 또 유하라는 단어도 있고.
고은 씨 같은 경우도
본명은 고은태 거든요.
고은태 그러면 전과자가 생각나잖아요? 그런 식으로 필명이 중요합니다.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질문) 등단하는 게 과연 가치가 있을까요? ... 누군가에 의해 평가를 받고
그런건 하나의 기준에 의해 평가가 되는 건데, 사실 사람마다 평하는 눈은
다를 것이고, 결국 정해진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는 것이...
아, 무슨 얘긴 줄 알겠어요...
이 사람이 보면 이렇구 저사람이 보면 저런데
척도가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척도라는 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되는 거구요.
미학적 가치를 가리는 눈은 있어요.
좋은 시와 나쁜 시가 있으니까 여러분들은 좋은 시를 쓰려고 좀 더 공부하는 거고.
내가 지금 읽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고,
그런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분명히 나쁘고 좋은 게 있어요.
그런 걸 잘 보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선사는 아닙니다만, 깨달은 사람들끼리는 보면
서로 보인다잖아요? (...)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보면 살리에르 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아마데우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었죠.
판소리에서도 판소리를 부르는 사람이 정말 득음 한 사람의 목소리인지를 알아보는
귀명창이라고 있어요.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체육교육학과에 다니는 임명수 씨.
제목이 <슬픈 그리움>이군요.
일단 기분 나쁘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냥 들으세요.
만약 신춘문예에 <슬픈 그리움>이란 제목의 시가 왔다 하면
읽어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슬픔이란 말도 굉장히 관념적인 말인데다가,
그리움이란 말도 관념적인 말이거든요.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시를 쓰다보면)
자기 내부의 검열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아버지가 나중에 이 시를 보게 되시면 어떡하나,
보시고 뭐 이런 걸 썼냐, 그런 검열이 있는데,
그런 자기 겸열과 싸워야 해요.
자기 검열과 싸운다는 것은 세상의 눈과 싸운다는 것이거든요. (...)
악마와도 대화를 해봐야 된다는 거예요.
제가 동서커피문학상인가요?
그런데에 심사를 한 적이 있어요.
아줌마들이 많이 보내오는데, '기러기가 날아가는 하늘에 외로운 나뭇잎 하나'
뭐 이런 시들이 많아요. 취미로 쓰는 건데,
취미로 쓰는 것도 괜찮아요.
(...) 하지만 그냥 자신의 어떤 고민의 흔적도 드러나지 않고,
많이 듣고 볼 수 있는
상투적인 시어들,
아름다운 말만이 전부일 때는 문제가 되죠.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시가 좋았던 시인들 중에서도
시가 선(禪)의 세계로 돌아서면서 나빠지는 경우가 있어요.
시란 몸부림이거든요. 시는 원래가 정신으로 쓰는 거죠.
시는 세속적인, 세속이란 욕망을 완전히 드러내면서,
그 속세를 시인하면서, 속세의 어떤 반성이나 뭔가 부딪치면서
몸부림이 더 나와야 해요.
여러분들도 좀 더 피냄새나는 시를 쓰세요.
피냄새 나는!
자기 내부의 문제를 고민하고 세상과 부딪치면서
치열하게 사는 걸 피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가장 소중한 것,
내부의 가장 절실한 것,
이런 것들을 가지고 시를 써야 할 것 같아요.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는 길>에서
시란 환희에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난다 했는데,
마음이 환희로 가득 찼을 때 시가 나오는 건데,
환희로 시작해서 환희로 끝나면 실패하게 돼요.
처음엔 환희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지혜로 끝맺음이 되어야 되죠.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시는 각본대로 그대로 쓰면 실패해요.
자기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때에 진짜 좋은 시가 나올 수 있어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을 때 그래도 시가 되면
그 때 시인이 되는 거예요.
- 유하. 시인. 강연회 中
남의 시를 배껴 보세요.
시란 행갈이가 있고, 행과 연이 있는데
배껴보면 나름대로의 리듬을 체득하게 돼요.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시를 쓰겠다 했을 때,
시인으로서 자기가 자질이 있는가 없는가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어요.
- 유하. 시인. 강연회 녹음 中
읽을 만한 시가 되려면
우선 말로서의 구색을 갖추어야 합니다.
습작을 시작한 사람들이 처음에 빠지기 쉬운 잘못은
시의 말과 세상 보통의 말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시의 말을 뭔가 특별하고 희귀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몽롱하고 불투명한 생각이나 느낌을
모호한 말로 늘어놓는 일이 흔히 벌어집니다.
그런데 그처럼 조각난 말들의 나열에 그친다면
시이기 이전에 우선 말로서의 구색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조각난 말들을 통해
삶이 고통스럽고 사랑이 아름답고 이별이 슬프다고
아무리 목청껏 외쳐댄들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두서없는 횡설수설로 들리지는 않을까요.
- 강윤후. 시인. 시집 <다시 쓸쓸한 날에>
이 글은 강연회 녹음입니다.
시를 짓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말을 통해 타인에게 고스란히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생각과 느낌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을만큼
말솜씨를 쌓는 것은
제대로 된 시를 쓰기 위한 <첩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습작을 읽으면서 제가 받은 느낌은
우선 말솜씨를 지금보다 더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투르게 쓴 말은
오히려 애초의 느낌과 의도를 배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말솜씨가 밑받침되지 못한다면
시가 관념적이 되기 쉽습니다.
모호한 관념을 구체적인 감각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
시의 기본 문법입니다.
- 강윤후. 시인. 시집 <다시 쓸쓸한 날에>. 문학과 지성사
이 글은 강연회 녹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