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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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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벤자민 조회 4,60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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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시 손 안에 들어온 나비 같았다.
날개가 부러지지 않게 살며시 가두어 잡은 검푸른 나비

비록 아직은 손가락 사이로 아름다움을 쥐고 있지만 
언제든 손을 펴면 날아가 버릴까봐
손을 꽉 움켜 쥐지도 펼치지도 못하게 하는 나비



햇볕이 포근하고 벚꽃 향기가 지천으로 흩날리던 봄
두 눈을 감고 봄의 소리를 듣고 있는 내손가락을 간지럽히던 것은 바로 나비였다.
검고 푸른 날개를 가진 신비로운 나비

내 손가락 위에 앉아서 몇 번 날개를 펄럭이던 나비는 
이내 내 등뒤로 날아 올라 귀 옆으로 눈 앞으로 손에 잡힐 듯 하더니 내 가슴 위에 내려 앉았다.

하필 그때 봄바람이 불었고, 나는 나비를 따라 몸이 떠오르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꽃향기가, 봄의 소리가, 따사로운 햇빛이, 선명하게 푸른 나비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하늘을 날아 올라 

내가 있어야 하지 말아야 할 곳에, 
유리로 된 바닥 위에 올라섰다.

나는 그제야 까마득함을 느꼈고, 나비를 살짝 움켜 쥐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나비가 날아가 버리면 이 바닥이 산산조각 나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나비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닥이 산산조각나면 끝없이 추락을 하게 될꺼라는 것을 아는 것이
이미 유리바닥을 금가게 하고 있었다.

내 손 안에는 꽉 쥐지도 놓지도 못하는 그녀가
그녀의 눈 안에는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는 내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이 손을 놓고 떨어짐을 견뎌야만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결심이 서지 않을 뿐.

그렇게 금이 전파되고 있는 유리 바닥 위에 서 있었던 나를 
그렇게 움켜 쥐지도 펼쳐 날려 보내지도 못하는 나를 
그녀는 그 아름답고 큰 날개로 보듬어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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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일이라
7,8 연을 좀더 다듬거나 다른식으로 표현해보면 이해가 더 빠르지 않았을까..해요
떠날거라는 두려움을 갖는것 자체로 떠나보내야만 했다는 뜻인가요
그마음자체로 포기해야만 했다는건가요? 그런뜻인지...

(2016.06.08 19:13:02)  
벤자민

 

공간이동에 제약이 없는 나비는 자유를 뜻합니다.

땅을 딛고 서 있어야 하는 인간인 화자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지요.

유리로 된 바닥이란, 언제든 바닥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화자의 사회적 신분, 가족, 인종 등 극복 할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이 그를 땅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원인이 될 수 있지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나비에 취해, 따라서 같이 하늘에서 춤을 추던 화자는 문득 현실을 깨닫습니다.

깨달음은 두려움을 만들고 두려움은 자격지심과 집착이 되어 관계를 파괴 시킵니다.

이미 금이 갈대로 간 관계 속에서 화자는 차라리 몰랐었으면..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2016.11.17 20: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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