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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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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마중

짱이 조회 2,7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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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에서

 

나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간다.

필통과 알림장이 들어있는 책가방을 들고서.

실내화를 신겨 교실로 들여보내면

초등학교 일학년 손자 풀솜할머니의 아침시중은 끝난다.

음표로 표현할 수 없이 경쾌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춤을 추듯 벌떡이는 운동장이

나이많은 운동장을 불러온다.

 

그분은

종합종례 때 구령을 부르라고

덩치만 컸지 이름만 불러도 얼굴이 빨개지는 나를

일요일마다 불러서 연습을 시키셨다.

내가 갈망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학생들 앞에 세우셨다.

 

첫 번째 체육실기시험은 뜀틀.

무릎과 허벅지에 피멍이 들면서

성공을 했을 때 굴진 마음을 어찌 잊으랴.

성취감이라는 단어의 예문이다

졸업식, 입학식, 체육대회, 합동미사, 중간체조 등

항상 그 가운데 계시던

그 분이 가셨다. 아주 멀리.

그러나 나는 그 분에게 어떤 묘비도 허락하지 않으리.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 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끈 쥔 두 주먹과

스프링처럼 열정을 뿜어내던 그분의 목소리.

미세먼지도 앉지 않는 연록의 나무처럼 선명하게...

 

박성순 선생님,

늦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풀솜할머니; 외할머니

갈망하다; 감당하다

굴지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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