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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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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마중

짱이 조회 2,8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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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춘의 계절에


수요일 아침 6시에서 10시

우리아파트 재활용 분리배출 시간입니다.

어느덧 은퇴한 남자들의 의무가 되었다는 일.

부스스한 반백의 머리, 츄리닝 차림의 아저씨가

한 아름 들고 온 도자기 그릇들

종이, 플라스틱, 캔, 유리병, 스티로폼

어느 곳에도 낄 데가 없는데

“사장님, 그것들은 종량제봉투에 버리셔야 합니다.”

외국계 어느 은행에 근무했었다던가.

경로당에도 도서관에도, 공원에도 어울리지 않은

아직은 쓸 만한 나이

재활용이 되지 않는

반질반질 윤이 나는 백자그릇들을

다시 안고 돌아서는

그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

명예퇴직자.

잎샘바람에 웅크리고 걸어가는 아저씨의 등 뒤로

몇 번씩 재활용을 하고 있는

나이 든 청소부 아주머니의 비질이 서글프다.


밤새

함지에서 목욕하고 나온 말간 태양을 향해

버선 코 닮은 목련 꽃봉오리들이

새물새물 웃고 있다.

깍두기 아저씨들의 머리처럼 정돈된 네모난 울타리

노란 개나리 종소리도 시끄럽다.

눈만 흘겨도 티밥처럼 터질 것 같은 벚꽃도

가지마다 더넘스런 봉오리 그득하다.

“너희들은 참 좋겠다. 재활용걱정이 없잖아

내년에도 필 테니까”

 
상춘; 봄을 즐김. 새물새물; 자꾸 웃는 모양. 더넘스럽다;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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