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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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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마중

짱이 조회 3,5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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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갑자기 떠난 친구의 남편 기일을 맞아 쓴 편지입니다.

몹시 무더운 여름날 가던 길 멈추고 등허리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헤아리며

나무그늘에 앉아서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요?

김두업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이곳

뒤도 안돌아보고 간 그곳은 어떻습니까?

그네의 고수련도 마다하고

우두망찰하게 만들면서

씩씩하게 홀로 떠난 그곳은 어떻습니까?

소풍 온 세상이 이렇게 아우성인데

돌아간 그 곳은 얼마나 더 치열하겠습니까?


 혹시 우리별보다

훨씬 큰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이

지구라는 별이름조차 알지도 못하는

엄청나게 큰 별 사람들이

촌구석에서 왔다고 놀려대지는 않는지...

그런들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을 당신이지만

그래도 혹여 힘이 밀리면

그 땐 이렇게 말하시구려.

머지않아 내편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올 거라고...

 
꼭꼭 감추었다가 당신이 버리고 간

그 외로움은

수없이 새끼를 쳐서

아무리 입어도 따뜻하지 않은 그 옷을

우리 모두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오.

덕분에 우리 모두는 한 볌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누에고치를 뚫고 나간 나방처럼

결코 바래지 않는 푸른 하늘

이정표가 필요없는 유영을

고치에서 풀려나는 비단실들이

아프지 않은 그리움이 될 때까지

즐겼으면 좋겠소.

 
지금쯤

언젠가 건너올 우리들을 위해

노둣돌을 놓으며

낯설지 않은 노래와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안주로

두레반 술상을 준비하는

당신을 그립니다.

당신을 마중하던

나비들과 배롱나무, 칡넝쿨과 함께.


고수련 :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

우두망찰: 어찌할 바를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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