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달 (6)
조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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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들이 외롭고 쓸쓸하다지만 그 깊이와 정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때로 결혼한 누이에게서 '외롭지? 나도 외롭다.'라는 문자가 오곤 하는데, 나의 외로움과 누이의 외로움이 같은 향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에는 내가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누군가는 외로워서 시를 쓰고, 누군가는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외로워서 연애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일을 하고, 여행길에 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만든 외로움에 함몰되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
(내가 외로움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도 않아. 세상 밖으로 나가 보아도 말이야, 나를 위해 마련된 자리는 없어. 나를 반겨줄 사람도 없고. 그건 참 쓸쓸해. 꽃을 들고 거리에 서 있어 보면 말이야, 다들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볼거야. 난 다만 '그 꽃은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인가요?'라고 말하며 꽃을 받아들고, 나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꽃을 마련하여 다른 이를 찾아갈 사람을 기다리는 건데 말이야.)
<그럼, 그렇게 투덜거리지 말고, 가슴에 팻말을 걸어. '이 꽃을 받아줄 사람을 기다립니다.'라고>
(그냥, 내 의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필요해.)
<그건 지나친 욕심이야. 넌 아무도 이해 못할 행동을 하면서 그게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어.>
그래서 사람은 외로운 거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면서 남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화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내 외로움은 말의 부족함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비록 쓸모없이 느껴지더라도 나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말을 늘리는 연습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을 늘리려면 내 외로움이 조금은 더 누그러져야 한다.
<달과의 대화를 줄일 필요가 있어. 너는 너와 같은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해. 난 너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고, 그래서 넌 어떠한 책임감도 느낄 필요가 없지. 이 은하계가 끝나지 않는 한, 달은 영원히 너의 말동무가 될 거야. 그건 참 긴장감 없는 관계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관계일 수 있어.>
(사람과의 관계는 부담스러워. 그들과 무언가 말을 한다면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그건 너의 착각이야. 넌 네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만 간과해. 넌 무엇도 '해 줄' 필요가 없어. 그냥 대화를 하는 거야. 말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스스로 해답을 찾기도 하거든. 네가 무언가 문제 해결에 개입할 필요도 없고, 사실 그런 능력도 너에게는 없어. >
(내가 무언가 해 주지 않으면 그들이 나를 욕하지 않을까?)
<누구도 그러지 않아. 혹여 그렇다 해도 욕 먹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네 잘못이 아닌 거야. 넌 조금 더 용기를 낼 필요가 있어. 외로움은 용기 있는 자가 조금씩 길들여 갈 수 있는 거니까.>
(사라지게 할 수는 없고?)
<본성인데 어찌 없애니. 그저 친하게 지낼 수 있을 뿐이야. 톡톡톡. 봐, 밖에서 용기가 문을 두드려. 맞이해도 좋고, 그냥 보내도 되지만, 용기가 아무 때나 찾아오지는 않거든. 그러니 꽃을 한 송이 들고, 용기와 함께 밖으로 나서보는 건 어때?>
연보라색 작은 국화꽃을 들고 이제 문을 열어야 할 때이다. 틀림없이 나는 지금 두렵지만 그래도 아마 나는 문을 열 것이다. 고인 외로움이 썩어가기 전에 흐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은 커 있기 때문이다.
달이 환하다. 눈부시지는 않지만 충분히 밝다. 나와 달의 거리만큼 나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아야 하겠다. 달도 사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 그건 알고 보면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