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 없는 새들의 나라 (11)
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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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섬을 떠난 후 3일 동안을 계속해서 남쪽으로 날아갔다.
리버에겐 무척이나 길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몇 번이고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 속 깊이에서 ‘포기하면 안돼!’하고 마티의 목소리가 들리는 했고, 그의 옆에서 날고 있던 프렌의 격려 덕에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울창한 숲 깊숙이 숨어있는 조그만 바위동굴이었다.
리버와 박쥐들을 새로운 보금자리의 모습에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로 완벽한 은닉처였다.
숲 전체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과 덩굴들 덕에 잘 드러나지 않는 동굴은 인간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랜 여행으로 지쳐있던 리버는 낙원과도 그곳에서 금세 기력을 회복했고, 그러자 하루라도 빨리 리얼을 데려오고 싶었다.
프렌에게 계속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했던 리버는 자신의 생각을 박쥐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친절한 박쥐들은 프렌의 말대로 리얼도 자신들의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리버와의 동행에 나서 주었다.
하지만 프렌은 자신이 낸 의견이니 자신이 꼭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프렌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일에 도전했던 리버의 용기와 그것을 이루어낸 의지에 반해있었고 그 때문에 그의 친구가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프렌과 같이 가도록 하게.
프렌은 자네와 나이도 같고 여행 경험도 많으니 좋은 길동무가 될 거야.
그리고 워낙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녀석이니 이 동굴에 남아있는 것보다 자네와 떠나는 것이 훨씬 즐거울 것이고......”
진작부터 프렌의 마음을 눈치 채고 있었던 위즈는 둘이 좋은 짝이 될 거란 생각으로 리버에게 말했다.
리버의 위즈의 설득에 여전히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프렌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여행은 아주 즐거운 것이었다.
날갯짓이 능숙해진 탓인지 처음처럼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에도 익숙해져 박쥐들의 뒤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때와는 달리 마음껏 하늘을 누릴 수 있었다.
프렌은 비로소 하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 리버를 보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둘은 섬으로 가는 내내 희망과 자유, 용기와 의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섬에 도착한 것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이었다.
리버는 그가 떠나있던 짧은 사이에 변해버린 섬의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군데군데 파헤쳐진 숲과 부러진 나무들, 밤바람에 실려 오는 희미한 피비린내.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인간들이 섬을 거쳐 갔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리버는 불안과 초조, 절망감이 뒤범벅된 마음으로 숲을 향해 외쳤다.
“리얼......”
리버의 목소리가 섬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리버는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져 쉰 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애타게 리얼을 불렀지만 그 어디에서도 리얼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느 샌가 해가 떠오르며 날이 밝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척의 배가, 인간들을 실은 배가 섬을 향해 다가왔다.
“리버, 어서 떠나야해! 인간들이야!”
프렌은 리버의 날개를 잡아당겼다.
리버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숲을 향해 외쳤다.
“리얼......”
이미 인간들에게 사냥되고 만 것일까?
리얼의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리버가 망설이는 사이, 섬에 도착한 인간들을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리버, 이러다간 인간들에게 잡히고 말 거야! 어서 떠나자!”
섬을 떠나지 못하는 리버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들마저 인간들에게 사냥 당할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프렌은 리버를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그들을 발견하기 일보 직전에, 리버는 가슴에 슬픔만을 가득 담고 섬을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