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새글

11월 22일 (금)

안녕하세요

창작동화

목록

날 수 없는 새들의 나라 (10)

천랑 조회 2,636 댓글 0
이전글
다음글

리버의 동굴 생활도 어느덧 세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리버는 아직 바람이 거센 동굴 밖으로는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동굴 안 만큼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 맞은편 섬에서는 인간들의 총소리, 마티의 생명을 빼앗아갔던 그 무시무시한 울림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리곤 했다.
총성이 유난히 가깝게 들리던 날 밤, 박쥐들은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위즈는 모두를 불러 모아 회의를 열었다.
“이제 이 섬도 안전하지 않다. 조만간 인간들이 몰려올 거야.”
“하지만 우리들은 밤에만 활동하고, 절벽 한가운데 있는 이 동굴에 인간들이 올라올 수 없을 테니, 인간들이 온다고 해도 문제될게 없지 않습니까?”
“아니다. 인간들은 쉽게 이곳을 오를 수 있어.
그리고 인간들은 사냥을 즐기지.
우리들은 살아가기 위해 사냥하지만, 인간들은 사냥을 놀이라고 생각한단다. 누가 더 많이 죽였는가는 판가름하는 놀이로......
그런 인간들이 이 동굴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될까?
너희들은 아직 인간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위즈는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위즈가 태어난 곳은 울창한 나무숲의 커다란 고목 위였다.
항상 싱그러운 공기가 넘치는 그 곳에서 어린 위즈와 그의 동료들을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어느 날 들이닥친 인간들로 인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인간들에겐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든지, 또 자신들 앞에 있는 동물이 무엇이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의 동물을 죽였는가 만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어린 위즈의 부모를 포함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박쥐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생명을 잃어갔고, 결국 아주 먼 옛날부터 지내왔던 보금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동료들 중의 몇몇마저 배고픔과 피로로 잃을 만큼 험한 여행 끝에 겨우 이 동굴을 발견했던 것이다.

위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쥐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 모두는, 더 늦기 전에 섬을 떠나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결정을 내린 박쥐들은 위즈의 조언대로 그들 중 가장 건강한 10마리의 젊은 박쥐를 뽑아 선발대를 만들었다.
위즈는 예전에 그와 그의 동료들이 겪었던 아픔(아무런 대책 없이 길을 떠나 이곳저곳을 헤매야했고, 그로 인해 소중한 동료들을 잃어야했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발대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모두를 그곳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이 바로 선발대들의 임무였다.

동굴을 떠났던 선발대들은, 회의가 있었던 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돌아왔다.
그리고 동굴 안의 박쥐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리버는 동굴 입구에 서서 선발대를 따라 열을 지어 동굴을 떠나는 박쥐들을 바라보았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이 겁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망설이는 것은 리얼 때문이었다.
곧 인간들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리얼을 남겨두고 혼자서 떠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며칠째 고민에 빠져 우울해있는 리버에게 선발대 대장인 프렌(FREN: Friend)이 다가왔다.
“리버, 우리와 다른 종족이긴 하지만 우리는 널 동료라고 생각해.
그러니 네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모두들 무척 섭섭해 할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 동료가 됐듯이 너의 형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또......”
프렌은 리버에게 한가지 제안을 냈다.
우선은 그들과 함께 떠난 후, 자신과 함께 되돌아와 리얼을 데리고 가자는 얘기였다.
리버나 리얼보다는 몸집이 훨씬 작은 프렌이지만, 선발대의 대장을 할 만큼 박쥐들 중에서 제일 힘이 세니, 리버와 힘을 모으면 리얼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리버는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 동굴 안에 남은 박쥐들은 몇 되지 않았다.
동굴 입구에 선 리버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절벽을 향해 뛰어내리며 날개를 활짝 폈다.
차가운 밤바람을 타고 한 번, 두 번, 힘껏 날개를 퍼덕이자, 미끄러져 내려가던 리버의 몸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하늘을 날고 있어!’
거센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리버는 자신이 진정한 하늘의 새가 되었다는 충만함과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축하해, 리버!”
프렌과 위즈를 비롯한 박쥐들이 옆으로 다가와 축하를 해주었다.


..........심난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즘 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문사에 들리면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뒤로 목록 로그인 PC버전 위로

© https://feel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