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공주 (8)
호밀밭의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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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초챙. 다리 아파. 시간을 빨리 돌려서 지금이 저녁이면 안 될까?"
페이퍼가 투덜거렸다.
"채찍이(채찍뱀의 이름 <- 싫다는데 억지로 붙였다)도 힘들다고 하는 것 같아." <br/> 이 말에 괜히 심술을 부리는 초챙.
"그냥 쉽게 쉬자고 말해. 왜 어만 시간과 채찍이를 걸고 넘어져?"
퉁퉁거리는 말에 더 피곤해진 페이퍼, 초챙은 무시하고 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어이, 형씨. 잘 가시게나. 우리가 외교 사절단도 아니고,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닌 곳을 마치 딱딱 시간 맞춰 가야하는 듯 방문한다는 건 뭔가 말이 안 돼. "
그리고는 딱 눈을 감아버렸다. 허탈한 표정으로 옆에 앉는 초챙. 한 십 분 정도 있다가 문득 말을 한다.
"채찍이가 말이야, 걔가 독사거든. 그 독사 네가 지금 깔고 앉았다. ^^"
" --;;; 그래서? ㅠ.ㅠ."
한낮의 햇살은 여행자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온전히 견뎌내야 하는 시련과 같다.
"햇빛이 싫어. 미인에게 엄청난 강적이야."
"어쩌냐.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하루종일, 일년 365일 해가지지 않는 태양 왕국인데..."
"우리 이웃에 그런 나라도 있었어?"
"음. 어두운 걸 극도로 싫어하는 왕이 밤을 없애버린 그런 나라가 있지. "
"거긴 그냥 건너뛰자. 태양은 미인에게 적이라니까..."
"안돼. 그 나라에서 도움 요청이 왔어. 밤을 돌려달라고 말이야. 무지개 나라에서 말 잘 하더라. 너의 말심으로 이번에도 밤을 돌려놔봐. "
초챙의 말이 아무래도 빈들거리는 투여서 페이퍼는 오기가 났다.
"네가 지금 마법으로 이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리게 한다면 내가 한 번 해 볼게."
이렇게 또박또박 말했는데...정말 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엄청나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