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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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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날의 봄 - #8 꿈

그냥그런 조회 7,28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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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나의 삶은 무미건조 그 자체였다.
돈은 많았기에 여러 가지 해봤다.
골프도 쳐보고 한 달내내 주식만 해보고 심지어 50나이에 게임도 해봤다.


하지만 마음속 생겨버린 공허는 도저히 채울 수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어지 못했다는

그저 그렇게 살았다는 그런 후회와 한탄 속에 의미 없이 시간만 흘려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살아왔다.


그래 살아왔다.


그래 ..


여지없이 눈치 없는 눈꺼풀이 밀려내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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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눈 밖에 없는 어느 언덕 위에 한 노인이 서있다.
쌓인 눈을 보면 이제 그만 내려도 될 것 같은데 눈을 쉴 새 없이 내린다.


그럼에도 노인은 꿋꿋이 서있다.


노인의 표정에는 그 어떠한 것도 담겨있지 않다.
노인은 그 얼어붙은 살벌한 언덕 위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열정으로 불탔던 그리고 그 열정은 금세 고민으로 바뀌었던 자신의 소년 시절
뼈를 깎는 슬픔을 견뎌야 했던 그리고 현실을 택해야 했던 청년 시절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뒤늦게 찾아온 이상에 도전할 기회를 포기한 중년시절


그리고 이상도 꿈도 이루지 못한 그리고 현실에서조차 은퇴한 중년의 끝.




매 번 선택의 기로에서 헤맸으며 결국 무엇을 선택해야 옮았을까
의미 없는 고민을 하는 노인이 서있다.




꿈과 이상 그리고 현실

현실의 냉담함에 꿈과 이상 둘은 모두 택하기 힘들다


꿈은 시작부터 이상에 밀려 택할 수 없었고
꿈을 떨궈버린 이상마저 현실에 막혀 그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추락하였다.


노인은 생각해본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그리고 확신한다.


'난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회의 원인을 생각해본다.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함을... '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함에 후회를 하고 있다.


매번 선택의 기로마다 헤매고 헤매어
결국 선택해버린 이도 저도 아닌 현실에
매번 후회하고 후회했다.


그렇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고 지금조차 후회하고 있었다.


이상을 위해 꿈을 감춰야 했고 현실을 위해 이상을 부정해야 했다.
그렇게 감추고 부정하는 것에 익숙해진
그는 결국 자기 자신의 감정마저 감추고 부정해온 것이었다.


후회하고 있었다.
끝도 없이 밑도 없이 후회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알았지만 모르는 척, 아닌 척 자기 자신을 속이고 부정해왔다.



노인의 눈에서 그 어느 것보다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70년 남짓 자신을 속인 끝에 그리고 그 속인 대가로 뼈저리는 후회를 얻은 후에 서야 자신을 인정한 것이다.



이상이 꿈을 떨궈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상이라 생각한 것은 결국 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소년은 천문학자로서 우주를 탐구하는 것보다 세상을 바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를 더 원한 거였고.

그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이 새로운 꿈으로써 소년을 채우기 시작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상이 꿈을 떨궈버렸다고 착각하고

그 이상이라고 정의한 것에 목매어 꿈을 좇는 열정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의무감으로써 자신의 삶을 매몰차게 몰고 가고 있었다.

그 잘못된 착각에서 비롯된 의무감은

곧이어 두려움으로 변했고 꿈을 좇는 자에게 있을 용기는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꿈으로 인정받지 못한 그 가엾은 이상은 현실에 매몰차게 밀렸던 것이다.


현실을 살아감에 있어 애써 부정해온 마음 어디 한 곳에서 계속 느껴지는 후회와 아쉬움은 거기에서 오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 이상조차 자신의 꿈이었음을
두려움을 가지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그의 눈에서
70년의 부정과 착각이 녹아 눈물로 흘러내렸다.





10대부터 꿈을 속여야 했던 그래서 나 자신을 인정하는대에 너무나 서툴렀던 그였기에

자신을 인정하는대에 있어 어연 7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의 눈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은 언덕의 모든 눈을 녹였다.
어느새 세차게 내리던 눈 또한 그쳤다.


뜨겁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먹고 자라
꽃이 한 둘 피기 시작했다.

젊은 날의 추억을 일깨웠던 라일락
슬픈 날의 추억을 회상시킨 스타티스
중년의 씁쓸함을 기억시켜준 단풍잎
그리고 끝없는 슬픔의 알리움

어느샌가 그 차디찬 언덕은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가운 겨울의 끝에서 끝을 기다리던 노인은


깨달았다.


겨울의 끝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님을
다시 환하게 시작할 봄의 시작을 위한 것임을

인생의 끝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시작을 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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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별

꿈은 원대함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사랑으로 잘 엮으며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2016.02.01 04: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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