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고립과 무언 [2화]
궁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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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크게 느끼는 고통이 두가지 있다. 첫째는 말을 하지 못하는 고통, 그리고 둘째는 외로움이다. 고독과 무언은 그 누구도 견딜수 없는 크나큰 고통이다.]
"서윤아......."
"......."
"엄마가 되게 사랑하는 거 알지?"
"응? 엄마가 우리 서윤이 사랑하는거 알지?"
"......"
"제발.... 대답해줘 서윤아......"
달빛 조차 흐릿한 밤이 찾아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이 집에 맨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창고로 쓰이
던 방이 나의 방이다. 그래도 이런 방이 있는 것이 나에겐 크나 큰 행복이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
고 무엇보다도 이 방에 있으면 그 미친 아줌마와 마찰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은 다 이 집 아저씨 덕분이다. 이곳에 온지. 그러니깐 대 화재가 난 후 그 집
에 들어간 2일 후 였다.
과다출혈에서의 목숨을 건진 후 2일째 되는 날이었다. 미친 아줌마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이제 우리가 은혜를 베풀어 주었으니 이제 너 갈길 가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친 아줌마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꺼니? 여기가 니집이니? 맘대로 들락날락 하고 응?"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언쳐서 사는 것일 뿐이니깐 말이다. 그래도 이 집을 떠나면 나
는 갈 곳이 없었다. 나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다리를 잡고 놓지 않았다.
그래도 미친 아줌마는 나를 내쫓으려 했다. 그때 아저씨가 오셔서 나를 도와준 것이다.
"불쌍 하지도 않나요?"
미친 아줌마는 눈살을 팍 찌푸리며 아저씨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럼? 이 애를 들이면 치료비에 밥값에 돈이 더 들어간단 말이에요!"
아저씨가 한번 헛 기침을 하시더니 미친 아줌마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럼 이 갈곳 없는 애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그것이 사람이 할 짓이오? 다 클때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
자구요."
아줌마는 아저씨의 표정에 당황했는지
"칫. 맘대로 해요."
라고 하며 자신의 방으로 문을 세차게 닫으며 들어갔다. 아저씨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말
했다.
"괜찮다. 아저씨랑 있으면 괜찮아."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
그저 90도 인사만 했다.
아저씨는 인자하게 웃으며 나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집 끝에 있는 창고로 쓰이던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이곳이 너의 방이라며 바닦을 손수 닦아주시고 물건들을 치우셨다. 그리고 아저씨 방에서 이불
몇개와 배개 한개를 주시면서 이곳에 그 아줌마를 절대 들어오게 하지 못하게 할테니깐 걱정하지 말라
는 말과 동시에 문을 조용히 닫으시고 나가셨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랐다. 그 아저씨 덕분에 고독의 고통은 점차 사그러 들고 있었다.
이불을 깔고 잠자리에 들려고 할때였다.
"제발....... 말좀 해봐 서윤아 응? 제발......"
누군가 매우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귀신인 줄 알고 이불 속에 숨어 있었다. 그런
데 귀신이 세상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밖에서 소리가 나나? 하면서 내 방을 나와 현관문을 열어 살펴
보았다.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함이 있을 뿐이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갈려고 집으로
들어가고 현관문을 닫을 때였다.
"흑흑..... 제발...... 서윤아......."
집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여자 목소리였는데....... 늙은 목소리...... 그렇다면 미친 아줌마의 목
소리 뿐이었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집 윗층으로 올라갔다. 방이 한개 있었다.
"제발........ 흑흑."
이곳이었다. 분명 그 미친 아줌마의 목소리였다. 뭔가 애타는 일이 있나 보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의 방
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빼꼼히 지켜보았다.
응?
그 미친 아줌마하고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 분명 이집 딸이었다.
"제발..... 서윤아? 제발......."
"......"
"엄마가 이렇게 찾잖아...... 제발 흑흑."
"......"
'서윤' 이라는 이름을 가진 딸이었다.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 조차도 뻥긋 거리지 않았다.
"......."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는 더욱 더 흐느끼며 말했다.
"이러면...... 엄마가 얼마나 외롭겠니. 흑흑. 제발...... 말좀 해봐 서윤아......"
말을 못한다? 그럼 저 애도.......
"......."
고독의 길을........
나처럼.......
고립과 무언 [2화] 끝
by 궁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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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가 너무 요즘 많아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네요;;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