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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상처의 노래 2부(25)

소피스트 조회 2,3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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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슬픈 결혼식


도현과 마리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하객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많이 찾아왔다. 유진의 가족도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예식장을 찾았다. 박 회장과 강 여사는 한 원장과 도현한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유진도 축하의 말을 전한 후 희연을 찾으러 갔다. 희연은 예식장 앞쪽에 있는 피아노 옆에 서 있었다. 유진은 그 곳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와서 보니 희연은 흰 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이뻐 보였다.

“역시 옷이 날개군. 니가 꼭 신부 같다.”

“넌 맨날 나 밖에 놀리지 못하지? 다른 여자한테는 한 마디도 못 꺼내면서.”

희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거야 니가 편하니까 그런 거지. 너도 잘 알잖아?”

“모르겠는 걸. 난 자꾸 무시 받는 단 생각 밖에 안 드는데.”

희연이 여전히 조금은 장난스런 투로 말했다.

“무시는? 그랬다간 천벌 받을 걸. 아니 천벌 받기 전에 우리 부모님한테 집에서 쫓겨날 거다.”

“너희 부모님도 오셨어?”

“그거야 당연하지. 니 사촌 오빠 결혼식인데 안 올 리가 없잖아? 지금 도현이 형이랑 얘기하고 있어.”

“그런 건 진작 얘기해야지.”

희연은 급한 걸음으로 예식장을 나갔다. 유진도 희연이를 따라 나왔다. 예식장 바로 앞에서 유진이의 부모님이 한 원장과 도현 오빠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희연은 유진이의 부모님한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희연이 니가 피아노 연주 하기로 했다며?”

강 여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

“같이 가서 식사나 하자.”

박 회장이 말했다.

“아니에요. 전 들어가서 연습을 좀 해야 될 거 같아서요.”

“니 실력에 연습할 게 뭐 있어?”

강 여사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한 번 뿐인 오빠 결혼식인데 잘못하다 실수해서 망쳐서는 안 되잖아요? 죄송해요. 먼저들 가서 드세요. 아님 곧 있으면 저희 부모님하고 나연이 올 테니까 같이 가서 드시든지요?”

“부모님하고 같이 온 거 아냐?”

박 회장이 물었다.

“예. 전 연습을 해야 될 거 같아서 좀 일찍 왔어요.”

“너, 너무 사촌 동생 부려 먹는 거 아니냐? 가뜩이나 몸도 약한 앤데.”

강 여사가 도현을 나무랬다.

“예?”

“부려먹긴요? 도현 오빠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요.”

도현은 놀란 눈으로 희연이를 보았다. 어쩜 저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신이 희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희연이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전 그럼 들어갈게요.”

희연은 안으로 들어갔다.

“어떡할 거에요? 당신? 기다릴 거에요?”

강 여사가 박 회장한테 물었다.

“기다려야지. 기다렸다가 오면 같이 밥 먹자고.”

“그래요. 그럼.”

“전 잠깐 들어가 볼게요.”

도현은 유진이의 부모님한테 인사를 하고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 피아노옆에 서 있는 희연이한테로 왔다.

“니 연기는 참 대단한 거 같애. 내가 널 안 좋아한다는 건 누구보다도 니가 잘 알고 있잖아?”

“그런 거 밝혀봤자 오빠한테도 좋을 거 하나 없을 거 같은데요. 그리고 어쨌든 오늘은 오빠 결혼 축하 하려고 온 거라고요. 그래서 피아노 연주 해 주기로 한 거고. 그럼 저한테 잘 부탁한다고 말해야 하는 게 도리 아닌가요? 내가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건데.”

“넌?”

“걱정 마세요. 오빠 결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좀 걱정은 되네요. 돈으로 결혼을 살 순 있겠지만 사랑을 살 수 있을지는 심히 의심이 되서요. 마리가 오빠의 사랑에 감동하게 될 날이 올련지... 솔직히 그게 궁금해요. 전 그럼 연습해야 하니까 방해는 말아 주세요.”

희연이의 말에 도현은 더는 아무 말도 못하고 식장을 나왔다.


한 장관은 차를 지하 주차창에 주차 시켰다. 조수석에 탔던 채 여사와 뒷좌석에 탔던 나연이 차에서 내렸다.

“솔직히 전 이 결혼 반대에요. 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걸까요?”

나연이 푸념을 늘어놓듯 말했다.

“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채 여사가 나연이를 나무랬다.

“마리 언니는 도현 오빠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어머니는 아버지 사랑해서 결혼했어요?”

“얘가 점점 못하는 말이 없어? 도대체 넌 애가 왜 그러냐? 좀 니 언니 반만이라도 닮을 수 없냐?”

“아, 또 언니 얘기로 결론 나는군. 왜 우리 집은 다 언니 편이고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걸 까?”

“누가 누구 편이라는 거야? 어제도 니가 내 차 몰래 타고 가서 박살을 내 놓는 바람에 오늘 니 언니 차 타고 오게 된 거잖아?”

한 장관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전 차가 없는 걸요.”

“그 전에 운전 면허증 따는 게 순서라고 생각하지 않냐?”

“그럼 자전거라도 사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전거는 사 주지.”

“정말요?”

“그래.”

“역시 아버지가 최고에요.”

한 장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빤히 나연이를 보았다.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도현의 결혼식을 하는 6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6층에 멈추고 문이 열리자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예식장 홀 앞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한 원장과 도현이 보였다. 그 옆에는 유진이의 가족도 있었다. 세 사람은 그 곳으로 걸어갔다.

“축하한다.”

한 장관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채 여사와 나연이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전 언니한테 가 볼게요.”

나연은 홀 안으로 들어갔다. 앞쪽에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곳에 언니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나연은 언니한테로 걸어갔다.

“왔니? 부모님은?”

희연이 나연이를 보고 물었다.

“밖에 계셔.”

희연은 나연과 함께 홀 밖으로 나왔다.

“오셨어요.”

희연은 부모님한테 인사를 했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채 여사가 말했다.

“전 연습 좀 해야 될 거 같아서요. 먼저들 드세요. 전 결혼식 끝나고 먹으면 되니까.”

“언니, 언니 실력에 무슨 연습이야?”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사촌 오빠 결혼인데 실수하면 안 되잖아? 게다가 결혼식장에서 연주는 처음이어서. 전 그럼 들어가서 연습할게요.”

희연은 부모님한테 인사를 하고 다시 홀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희연이 가족과 유진이 가족은 하는 수 없이 그들끼리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희연이 가족과 유진이 가족은 식사를 다 마친 후 식당을 나와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예식장 안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자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신랑 입장을 외쳤다. 희연이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도현이 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도현이 주례 선생님 앞에 가서 신부를 맞을 준비를 했다. 사회자가 신부 입장이라고 외치자 희연이 결혼 행진곡을 연주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는 양친이 없어서 한 원장이 마리를 보조하며 들어왔는데 마리는 너무나도 이뻤다. 마치 천상의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주례선생님의 주례를 들은 후 서로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지를 교환했다. 하객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하지만 결혼식이 시작됐을 때부터 마리는 계속 준석이 생각났다. 마리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뒤를 이은 식순도 무사히 끝났다. 식순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다 끝나자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신혼여행지인 발리에 도착한 도현과 마리는 일정을 마치고 예약해 놓은 호텔로 돌아왔다.

도현이 먼저, 그리고 다음엔 마리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더블 침대에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 있어 방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마리는 도현을 사랑하진 않았지만 도현과 결혼을 한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천천히 옷을 벗으려고 옷에다가 손을 갖다 댔는데 도현이 마리의 행동을 저지했다.

“전 마리씨가 저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전 기다릴 겁니다. 마리씨가 절 사랑해 줄 때까지. 오늘은 피곤할 텐데 그만 주무세요.”

도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더블 침대에 앉아 있는 마리는 도현의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남편이 된 그를 사랑하게 될 날이 과연 올련지... 마리의 몸엔 여전히 준석이 훑고 간 체취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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