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처의 노래 2부(20)
85 희연이의 비서 윤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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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회장실에서 P백화점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인터폰이 울렸다. 박 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여비서한테서 온 전화였다.
“무슨 일이야?”
“희연 아가씨 오셨는데요.”
“들어 오라고 해. 그리고 쟈스민 차 내오고.”
“예.”
박 회장이 수화기를 내려 놓자 여비서는 전화를 끊은 후 희연이한테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했다. 희연이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희연은 박 회장한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거기 앉아라.”
박 회장은 환한 얼굴을 하며 중앙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희연은 박 회장이 가리킨 소파에 가서 앉았고 박 회장도 P 백화점 건설 계획이 적혀 있는 보고서를 들고 희연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여 비서가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박 회장과 희연이 앉아 있는 탁자 앞에 쟈스민차를 내려 놓고는 회장실을 나갔다.
“이게 저 번에 얘기했던 P백화점 건설계획 보고서야.”
희연은 박 회장이 건네준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박 회장이 백화점을 건설 하려고 하는 곳은 재래시장이 많은 지역이었다. 백화점 건설에 들어간다면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이 쉽진 않을 거야. 재래시장이 많은 곳이라서 백화점이 들어온다고 하면 상인들의 반발이 거셀 테니까. 너한테 힘든 일만 시켜서 미안하구나.”
“아버님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런 일 하나도 못하면서 아버님 며느리 되려고 하면 안 되죠? 아버님 실망 시켜 드리지 않도록 할게요.”
책상 위에 놓인 인터폰이 울렸다. 박 회장은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인터폰을 받았다.
“윤채호라는 분이 왔는데요. 회장님이 부르셨다고 하던데...”
“응. 들어오라고 해.”
박 회장은 전화를 끊고는 다시 희연이가 앉은 자리로 왔다. 조금 후 채호가 노크를 하고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채호는 박 회장을 보더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앞으로 니가 모셔야 할 사람이야.”
박 회장의 말에 채호는 희연한테 깍듯이 인사를 했다.
“저를 모시다뇨?”
희연이 깜짝 놀라며 박 회장한테 물었다.
“일을 하려면 비서가 필요할 거야. 내가 믿는 녀석이니까 너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이렇게까지 해 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희연은 박 회장의 배려에 진심으로 고마워 하며 채호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인 그는 무척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 아버님, 더 하실 얘기 없으시면 전 그만 들어갈게요.”
“그래.”
“차 가져 왔지?”
박 회장이 채호한테 물었다.
“예.”
“집 까지 모셔다 드려.”
희연과 채호는 같이 회장실을 나왔다.
“차는 어디다 세워 놨어?”
“지하 2층 주차장이요.”
희연과 채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채호가 뒷좌석 문을 열자 희연이 올라탔고 채호는 운전석으로 가 앉았다.
“집으로 가면 되는 거죠?”
“응. 근데 우리 집이 어딘지 알아?”
“회장님이 얘기해 주셨어요.”
채호는 차에 시동을 걸고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차는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근데 저는 무얼 하면 되는 건가요? 회장님은 아가씨가 저한테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하던데.”
“그럼 권총이나 구해 와.”
“예?”
“난 두 번 얘기하는 걸 제일 싫어해. 말도 못 알아 듣는 비서를 뭐에다 써.”
희연이의 음성은 낮았지만 그 음성엔 힘이 들어 있었다. 채호는 갑자기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희연은 방금 전 회장실에서 박 회장한테 고분고분했던 그 연약해 보이던 여인이 아니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권총이나 구해 갖고 와. 옷에 숨길 수 있는 작은 걸로.”
“그걸로 뭐 하시려고 하나요?”
“넌 아직도 니 신분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넌 내 비서야. 내가 시킨 대로 하면 되는 거지. 내가 뭘 하려는지 일일이 알 필요 없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이제야 좀 마음에 드는 군.”
채호는 희연이의 말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약해 보이는 여자의 말 몇 마디에 자신이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