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처의 노래 2부 (19)
84 거래되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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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은 점심을 먹으려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도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마리인데요.”
“예.”
도현은 반가워 하면서도 조금 놀랐다. 마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도현이었기에 마리가 먼저 연락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검사님을 좀 만났으면 하는데요. 할 얘기가 있어서. 오늘 시간 되시나요?”
“오늘은 제가 춘천까지 내려갈 수 없는데요.”
“제가 서울로 올라갈게요. 저녁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나요?”
“그 정도라면... 근데 무슨 일인데 그러죠?”
도현은 마리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마리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서두를 리가 없었다.
“그건 올라가서 말씀 드릴게요. 그럼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다시 전화 드릴게요.”
“예.”
마리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동서울 터미널에 버스가 서자 마리는 버스에서 내린 후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가서 도현한테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마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도현은 핸드폰이 울리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데요. 지금 도착했거든요.”
“그럼 잠실에 있는 하나비 레스토랑에서 만나죠. 저도 지금 그리로 갈게요.”
도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하나비 레스토랑의 위치를 마리한테 가르쳐 주었다.
마리는 하나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빈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사람이 올 거에요. 이따가 주문할게요.”
도현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하나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에는 마리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도현은 마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안 그래도 이번 주 일요일에 한 번 내려 갈려고 했었는데. 원장 선생님하고 아이들은 다 잘 있죠?”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예?”
도현은 너무나도 뜻밖의 소식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하시던 보육원은 제가 이어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검사님한테 물어볼 게 좀 있어서.”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오자 도현과 마리는 돈가스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물러갔다.
“저한테 물어 볼 거라니요?”
도현이 궁금증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마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앞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마시고는 다시 내려 놓았다.
“저하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변함 없나요?”
“그럼요. 전 절대 마리씨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도현이 자신의 마음은 확고하다는 듯이 힘주어 말했다.
“그럼 검사님하고 결혼할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예?”
도현은 너무나도 놀랐다. 설마 마리한테서 자신과 결혼하게 되겠다는 얘기를 이렇게 빨리 듣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현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마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조건이라면?”
“바다의 집 보육원을 지켜 주세요. 그럼 검사님 하고 결혼할게요.”
“예?”
마리는 바다의 집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주었다. 마리의 이야기를 다 들은 도현은 마리의 심성에 감동했다. 역시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는 아름다운 얼굴만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조건을 받아 들이시겠어요?”
“그 조건이라면 받아 들이죠.”
그렇게 도현과 마리의 결혼이 결정됐다. 웨이터가 두 사람이 주문한 돈가스를 가지고 와 두 사람의 앞에 내려 놓았다. 식사를 끝마친 후 둘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보육원으로 내려가나요?”
도현이 물었다.
“예.”
“터미널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마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도현이 주차장에 세워 둔 차를 가지고 레스토랑 앞으로 몰고 오자 마리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도현은 마리를 내려주려고 동서울터미널에 차를 세웠다. 마리가 도현한테 인사를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마리는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도현은 마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돌렸다.
마리는 춘천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앉아 있었다. 도현과의 결혼을 생각하니 준석이 생각났
다. 준석을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는 이제 준석한테 헤어짐을 통보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도현하고의 결혼만이 보육원 아이들을 뿔뿔이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마리가 보육원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깊어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준우만이 사무실에 남아서 마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는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준우가 안에 있었다.
“가신 일은 어떻게 됐나요?”
준우가 물었다.
“보육원은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요.”
마리는 그 얘기를 하면서 자신과 도현의 결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마리의 얘기를 들은 준우는 너무나 놀랐다.
“그런 식의 결혼은...? 아가씨는 그 남자 조금도 좋아하지 않잖아요? 아가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이라뇨?”
“상관 없어요. 여기 있는 아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전 그만 들어가서 잘게요. 피곤해서요.”
마리는 사무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