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변심(14)
14
월요일이 되서 수정은 효민이 일하고 있는 로펌회사로 출근했다. 수정은 그 건물을 청소하면서 자신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끔했고 위엄이 있어 보였다. 자신의 남편인 창선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다.
효민의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효민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수정이 인사를 했다.
“일은 할만한가요?”
효민이 물었다.
“예. 선생님 은혜는 정말 잊지 않을게요.”
“은혜라니? 당치 않아요.”
수정의 말에 효민은 오히려 미안해 하며 대답했다. 수정을 지금의 상태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그럼 나가볼게요.”
수정은 청소를 다 마치자 말했다.
“저기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면 저랑 같이 저녁이나 하지 않을래요?”
“예?”
효민의 제안에 수정은 너무나 놀랐다.
“왜요? 시간이 되지 않나요?”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럼 같이 식사하는 걸로 하죠. 괜찮죠?”
“예.”
수정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효민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다.
저녁에 효민은 수정을 차에 태우고 8년 전 은수와 선을 보았던 G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왔다. 수정은 고급 레스토랑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곳은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은 웨이터가 안내하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은 수정은 메뉴판을 펼쳐 보았다. 도무지 아는 음식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그냥 선생님이 주문하는 거 같이 주문할게요.”
“연어 스테이크 먹어 본 적 있어요?”
효민이 수정한테 물었다.
“아니요.”
“그럼 연어 스테이크로 먹기로 하죠. 여기 연어 스테이크 맛있어요. 수비드 조리법으로 섭씨 60도 미만에서 30분 정도 저온 조리해서 생선의 육즙은 그래도 보존 되어 쫄깃하면서도 고기는 연하고 부드럽거든요.”
“예...”
수정은 효민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냥 의례적으로 대답했다. 역시 자신은 이런 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한테 잘 대해주는 효민한테는 정말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웨이터가 두 사람 앞에 연어 스테이크를 가지고 와서 내려 놓았다. 가니쉬로는 버섯이 나왔다.
효민과 수정은 같이 식사를 했다. 수정은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난생 처음 먹어 보았다. 효민은 정말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수정은 자신도 그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가난은 이제 정말 지긋지긋했다. 다행히 효민은 자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이용한다면 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수정의 마음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식사를 다 마친 후 효민과 수정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예.”
수정은 거절하지 않았다.
둘은 효민이 차를 세워 놓은 주차장으로 갔다.
차는 수정의 집에 도착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수정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효민은 그 미소를 보자 8년 전 수정을 사귈 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자신이 연속된 사법고시 낙방으로 힘들어 할 때 자신을 위로해 주던 미소와 꼭 닮아 있었다.
“다음에 또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제가 힘닿는 한은 도와 드릴 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수정은 인사를 하고 나서 차에서 내렸다. 효민은 수정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