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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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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날의 봄 - #6 가을의 끝 -2

그냥그런 조회 4,99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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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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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1시 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시내는 상당히 북적거렸다.
시내라는 지리적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상당히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더욱 북적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 주의 시작과 함께 힘차게 그 시작을 알리는 듯이 힘차게 북적거렸다고 표현해야 더 맞을 것같다.

정류장에서 5분을 걸어가면 시내장터에 다다른다.
하지만 오늘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대학를 먼저 들르기로 했기에

방향을 틀어 시내장터로 들어가지 않고 10분정도 더 걸어 대학을 갈 것이다.


뭐 내가 대학에 가서 그 젊은이를 만날 것도 아니고

그래서 더욱이 할게 없지만 할게 없다고 그게 대학을 가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말그대로 내키는 김에 시간이 남아서 잠깐, 그리고 오랜만에 가는 거기에 거기에 의의를 둔다.

예전에는 별의미 없는 장소가 이제와서 조금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거에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북적거리는 시내를 10분정도 걸어 통과하면 큰 길이 하나 나온다.
가로수가 쫙 심어져있고, 막힘없이 쭉 뚤려있는..
그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대학교 정문이 보인다.

가로수길이 그냥 평지가 아니라 약간 경사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올라갈 정도로 내가 쇠약하게 늙진 않았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지난 세월이 언제였냐고 묻듯이 낙엽들이 우수수 가로수 아래로 떨어져 있다.
거의 벌거벗은 나무는 이제는 겨울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것 같다.
시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벌거벗고 차갑게 서있으며 말이다...






.
.
.




정현태라고 표기되어 있는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이 사원은 급한 일이 아니면 엘레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통해 층을 오고가고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다.
휴대폰을 보며 계단을 내려가면서 오늘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도중 갑자기 저 아래층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직감적으로 현태는 발걸음을 죽인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인간의 본성이란게 어쩔수 없나보다 호기심에 현태는
조심스래 그 목소리에 다가간다.



" 하.. 아니 내가 ......... 그래 ..... "



" 허허, 그 양대리가 ..... 안되겠...... "

점점 목소리가 선명해질수록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발소리를 더욱 죽이며

그리고 묘한 스릴을 느끼면서 증폭되어가는 궁금증을 품은 채 더욱 그 목소리에 다가간다.


" 그래! 그때 그 회식자리에서 어! 내가 잠깐 양대리를 불러 가지고

양대리가 만든 그 그 프로젝트 내가 좀 이번에만 가져가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했거든? "



" 그래 그래 "

들리는 건 두명의 목소리고 한 명은 한부장 다른 한 명은 다른 부의 부장이다.
누군지 신원파악을 마친 현태는 더욱 숨죽여 그 대화를 엿듣는다.



" 하, 근데 그 그 고 놈이 글쎄 안된다는 거 아니야? "


" 뭐어? 안 돼? 허허, "


" 그래 그래서 내가 다음에 또 불렀어, 어후 그 때 생각하니깐 또 화가나네, 잠깐 누구.. 있는 거 아니지? "



그 말에 흠칫 현태는 놀라지만

결코 자신은 들킬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뜨지 않는다.
겨우 바로 위의 계단에 있는데 말이다.



한부장은 주변을 대충 훑어보고 말을 이어 나간다 한층 목소리를 낮춘 채로.


" 그땐 내가 돈을 좀 쥐어줬거든? "

" 음, 그래 그래서? "


" 근데 이 놈이... 이런 건 받지 않겠다면서 죄송하다고 그냥 홱 돌아서는 거 있지?  하하하! "


"뭐어? 아주 안되겠네... 그래서 그 일로 나 부른거야? "


" 그래, 다음 얘기는 저 옥상가서 하게나.. 아무래도 불안해서 "


" 그래 그러자고 "




옥상으로 가자는 말에 현태는 온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그 둘은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바로 그 층계로 들어가 엘레베이터를 타기로 한 모양이다.


하기사 뭐하러 한 층을 더 걸어서 올라간다음 엘레베이터를 탈까?



비상계단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현태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들어선 안 될 이야기를 들었기 떄문이다.

머리속과 마음속이 꼬여버린 실타래가 되어 가고 있었다.

.


.
.
.






"흐음 "


대학교 정문에 다다랐다.


몇 번 와보긴 했지만 늦가을에 온 적은 거의 없었기에 감회가 나름 새로웠다.
커다란 문, 그 너머로 길게 이어진 넓은 길.
그 길을 따라 대학교 주변을 걷는다.


참 슬펐던 대학교 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사실 수연과 관련 된 슬픈 기억 하나 때문에 대학교를 잘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주 오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기에 슬슬 얘들도 많이 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결국 모르는 사람의 것이 확실하기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


" 어 ? 얘들아 이번에는 너희들끼리 먹어라. 나 잠깐 뭣 좀 하고 올게 "


" 응? 알았어 "


다른 사람과 밥을 같이 먹은 적도 꽤나 오래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 할아버지! "


결국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 그 목소리가 결국 아는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음? 하하 자네구먼? "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이 곳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 "

"하하, 장보러 나왔다가 시간이 남아 잠깐 와봤단다. "


"아하, 할아버지 점심 아직 안 드셨죠? "


"음, 점심 장보러 온 거니깐 아직 안 먹었단다. "


" 그럼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하하, 같이 밥 먹으러 가요! "

" 허허, 이거 젊은이에게 밥 얻어먹는 다니 기분이 묘하구먼? 그래도 난 사양하지 않아, 나중에 나도 밥 한 번 사마! "


" 네! 그럼 어서가요. "


언제나 기분 좋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단연 젊음의 그 어쩔수 없는 에너지뿐 아니라 그 소년만의 무언가의 에너지라고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르는.. 그런 기분 좋은 에너지.



아까 지나왔던 큰 가로수길을 걸어 가까운 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기다린다.
근처 맛있는 짜장면 집에 가서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아침에 비해 사람이 참 많다.


지친 표정의 중년 몇 명.
버스를 많이 타고 다닌 시절 언제나 항상 있다고 생각한 노년의 삶 몇 명.
대학생? 몇 명.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아무튼 교복을 입은 학생 한 명.
코를 훌쩍 거리는 조그마한 아이와 함께 있는 어머니 한 명.



중년.

그 시절은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의 길을 이젠 완고히 하는 길일까?
아니면 다시 한 번 인생의 길을 틀 기회가 있는 길일까?

아직도 모르겠을 겪어봐도 항상 의문을 남긴 그 애매한,

중간에 있기에 더욱 애매한 그 시절.


.


.
.
.




둘의 대화를 엿들은 지 7일후다.


그 대화를 들을 당시 꼬여버린 실타래도

바쁘게 숨가쁘게 지나가는 삶의 파도에 이미 휩쓸려 쓸려간지 오래였다.

그렇게 완전히 기억의 끝으로 사라질려는 찰라,
양대리의 퇴사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해고였다.
문서를 잘못처리해서 하청업체에 물건이 제대로 가지않아 생산에 엄청난 차질을 주었다는 이유였다.
단순히 양만 잘못보냈다면 모르겠지만 재료자체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것을 보내 완전히 생산라인이 꼬여버렸다는 것이다.

정말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지만

아직 젊은 그의 삶을 종내기는 내키지않았던 회사는 단지 해고로만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마무리했다.




그 순간 현태의 머리에 까마득히 잊혀졌던 그 날의 일이 생각났다.
양대리에게 앙심을 품은 한부장...

도통 그 관계에 대해 잊을 수가 없었던 현태는 회사일을 마치고 양대리에게


따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술집에서 만난 둘.


위로와 함께 술 몇 병 주고 받은 후에 현태가 그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 문서, 너가 실수한 거 아니지? "


" 으음 ?... 뭔 소리야, 너 나 놀리냐아 ? "

손에 쥐어지는 대로 술을 들이 부었던 양대리는 벌써 술에 취한 것 같다.


" 그거 한부장이 한거잖아 "


한부장의 소리에 깜짝 놀라는 양대리.


" 아.. 아니야. "


" 나 사실 다 들었어.. 일주일 전에 한부장이랑 전부장 둘이 얘기하는 거 "


그 소리를 듣고 양대리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 너, 미운 털 박혀서 당한거잖아 맞지? "


"흐흑... 흐흑.. 현태야 ...... "


위태롭게 흔들리는 젠가의 빼서는 안될 작대기를 뺀 걸까?
와르르 무너지는 젠가처럼 양대리가 무너지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은 제대로 문서를 작성했다.
한부장이 하라는 대로 말이다.

그래서 이 꼴이 났다.
그래서 한부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한부장이 전해준 문서는 자신의 서랍에서 온데간데 없어졌고

한부장의 컴퓨터에는 하청업체에 전해줄 물건이 제대로 입력된 엑셀파일이 남아 있었다.

그때 양대리는 깨달았다. 자신이 당했다고 자신이 완성한 프로젝트 발표일 7일을 앞두고 말이다.


분명 심증은 있는대 물증은 이미 조작되어 있었다.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다.
곧 자신의 프로젝트 마저 한부장의 것이 될 생각에 더욱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 때에 한부장과 전부장의 대화를 들흔 현태가 나타난 거다.
자신의 억울함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한 손에는 비어진 술잔 한 손에는 현태의 팔을 붙잡으며 흐느껴 울 뿐이다.

그리고 나즈막히 들릴 까 말까 하는 목소리로


" 제발 나 좀 도와줘... " 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
.
.


7일후 한부장은 프로젝트 발표를 성황리에 마쳤다.
현태는 자신이 바꾸고자한 그리고 애써 잊어온 부조리를 눈 앞에 정면으로 마주쳤다.

여전히 마음 속에 이젠 한 켠 조차 되지 않은 그래도 작게나마 남은 저 편에 남아 있던 이상의 꿈이 꿈틀거렸지만....

그 뿐이었다.


.
.
.








" 할아버지! 여기서 내리면 되요 내려요!."


"10분이 참 애매한거 같아 길지도 짧지도 않는... 허허, 그래 내리자구나. "


헐거벗은 나무들


가을의 끝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그 들을 보며 길을 걷는다.

흐드러지게 피워 낸 그날의 시절을 까마득히 잊은

이젠 다가오는 차갑고 매정한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나무들의 중년,
가을의 끝이 이렇게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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