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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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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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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과거의 모든 놓쳤던 기억들이 송두리째 돌아오는데,
마치 잃어버렸던 어떤 뉴런이 다시 연결된 것처럼 
옛날에 잃어버렸던 감정까지도 돌아오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예전에 과거에 왜 그런 행동들을 했고 그런 선택들을 했었는지,
아마도 모든 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미화되었겠지만, 
어떤 때는 위태위태했던 그 시절 속에서 
여유라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지도.
이제 정말 안정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에는 아무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
지금은 너무나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20살이 되기 직전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세와 기울어져 가던 가세,
그리고 운 좋게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절대 내 형편으로 인해서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시간들.
하지만 22살, 23살 기억을 확실하게 잃어가던 아빠의 손을 잡고 주간보호소에 데려다 줄 때, 
내가 빨리 성장해서 적어도 집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던 순간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중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남은 시간은 최대한 집에서 떨어져서 나와 시간을 보내줄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최악의 절정기였던 2011년.. 드디어 난 입사를 했고 그 때부터 목표는 안정을 찾는 것뿐.
입사 시켜준 고마움에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2013년 마지막 중환자실에서의 3개월. 보호자에서 상주로 이름이 쓰여있던 내 몫만큼의 힘듦이 막을 내렸던 그 시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1년여간 정말 빠르게 20대의 비극이 종료되어 가고 
나는 내 마음도 더 안정적으로 잘 찾아갔던 것 같다. 
어딘가 뒤틀어졌던 마음도, 어딘가 허기진 마음에 생겨났던 소화불량과 안구건조증도..
그리고 요양원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나에게 드디어 투자도 할 수 있었다. 
치아를 교정하고 안경을 벗고, 햇빛알러지를 치료하고.. 

구김살.. 이 단어가 나를 얼마나 오랬동안 힘들게 했을까..?
멀쩡한 척 힘들지 않은 척 하느라 그 당시의 나는 얼마나 놓쳤던 게 많았던 걸까? 
왜 나는 나의 힘듦은 누구에게도 잘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바들바들대며 이기려고 했을까.
2014년에서야 내가 훨씬 더 밝아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다. 


2014년 난 정말 최고로 안정적인 평화를 느꼈고, 드디어 자유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나에게 구김살이 없어보인다고 말해주는 지금 남편을 만났고, 
3개월만에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해서 안정을 찾았고,  
집에서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벗어나면서 가장 안정적이 되었다. 

그 뒤로 정말 나 자산의 성장과 나누고 싶은 마음들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가장 올바르고 행복하고 단단하게 성장한 지난 7년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수많은 과거의 나의 행동들과 생각들, 잔상들. 
어렸고 상처입었고, 그래서 뒤틀어져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나 상처가 해소됐고, 성장했고 여유롭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저 감사하다. 

단지 아쉬운 건, 그 때는 담담하기 어려웠다는 것.
여기 남아있는 그 시기에 썼던 그 비명에 가까운 글들을 다시 뒤적거리다보니  
나에게만 그 시절에 보이는 애잔함이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그 시절에 도그에게 손을 내밀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다. 
꼭 그렇게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지 않았어도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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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닉네임 둘. 반갑네요. ㅋㅋ
(2022.11.17 18: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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