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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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축하한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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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지 않았다. 외도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원하던일을 멈추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때
오히려 내 가슴은 조금 설레였던 것 같다.
서류를 쓰고 스터디를하고 면접을 거치고
그 과정 속에서는
되려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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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넌지시
'다시 한 번만..' 이라는 뉘앙스를 비추었을때
돌아왔던 대답은 복잡한 신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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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 속을 들여다보니
텅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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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나는 문장하나를 고쳐야한다.
'그토록 원하던일을' 이 아닌
'그토록 원했었던'
'간절히 원했다 믿었던'
'간절히 원했길 바랬던'
'간절히 원했다 착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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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자신의 열정을
현재로서 판단하기란 그렇게나 어려운 것이다.
내게 있던 열정을 소급해서
현재로 끌어오려는 부질없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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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것은,
내가 무엇도 원하지 않는다. 라는 사실.
'이제 그만하자. 이만큼이면..'
욕구가 없으니, 속이 텅텅 비었으니.
'남들이 하는대로, 남들이 가는대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으로'
그렇게라도 걸어야
적어도 소외감은 느끼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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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연인을 보내고,
'사랑스런 여인과 진실한 관계로 비춰지기에 보편적이고 인정받기좋은 101가지 방법' 에 따른
수집가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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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결국 나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걱정도 주위의 시선도 미래의 불확실함이 주는 두려움도..
그 모든것 앞에서도 '그럼에도' 라고 말하게 만들어 줄
'단 하나의 삶'을 품지 못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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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