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심사
어제 오후, 목요일 오전 10시30분에 승진심사가 있다는 회의자료를 보았다.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시작했다.
단순히 놀고 싶거나 일하기 귀찮은게 아니라, 말 그대로 혼란과 긴장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6년을 넘게 기다린 승진이다.
그리고 동일 선상에 있는 경쟁자도 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은 내가 더 가능성 높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얘기해주지만
인사에 100%라는건 없으니까.
6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나서는
1분1초가 그렇게 괴로울 수 없었다
사회생활과 결혼, 육아를 거치면서 나름 내력이 쌓여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자부심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와이프는 하지만 쿨하디 쿨하다.
쿨 제곱 쿨이다.
떨어지면 어떠냐며, 자기는 완전 괜찮다고 한다.
뉘앙스와 분위기를 보니, 말로만 응원해주는게 아니라 진짜 괜찮은거다 ㅋㅋㅋ
역시 우리 와이프 답다.
그래서 더욱 마음을 비워내는데 신경썼다.
저녁 9시~10시쯤 되자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었다.
마음을 비워내려면 역시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승진에 떨어질 경우, 그 결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 말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마음을 비워내려면 최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객관적, 이게 가장 중요하다) 상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난 승진에 떨어질 경우, 추후 있을 그 다음 직급 승진에서도 후순위로 밀릴것이다.
그만큼 월급도 적게 받긴 하겠지.
하지만 6개월 후 또 승진 기회가 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위 기관에서 전입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어서
거기로 가면 승진이 다시 빨라질 수도 있다.(물론 신빙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그리고 와이프와 아이들은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이 있다.
가정의 행복에는 전혀 이상 없을것이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성공이 뒤쳐진다고 해도 개인적인 공부를 통해 학술적 성과를 올릴수도 있고
추후에 그 다음 직급 승진을 뒤집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휴우...
겨우 일은 손에 잡히는데
그래도 긴장은 된다.ㅋㅋㅋ
그나저나
나 불과 얼마 전까지 문사에서 전성기 누릴 때 중학생이었는데
일기장에 무슨 승진심사 얘기를 쓰고 난리지ㅋㅋㅋ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