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피려고 하다
작년 이맘 때 친구가 수선화를 선물해주었다.
노랗게 예쁘게 피어있었다. 물을 주고 햇빛을 쬐주고 돌보았는데
봄에만 피는 꽃이라 질 때가 되어 시들고 말라버렸다.
그늘에 잘 두면 봄에 또 꽃이 핀다고 하는데, 사계절 산다는 식물도
우리집에서는 픽픽 말라가길래 '잘 보관'하라는 꽃을 내년 봄에 또 볼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사실 없었다.
내 무관심과 귀찮음 속에 베란다 한 구석에서 엄청 추운 겨울을 보냈는데
엊그제 보니 초록색 싹이 슬쩍 올라와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놀랍고 반갑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신기했다.
죽어버렸을거라고 혼자 단정하고 모질고 잔인하게 방치해두었는데도 끈질기게 살아남다니.
시든 잎을 정리하고, 물을 주고,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두었다.
작년에 봤던 노란 꽃을 올 해도 볼 수 있을까?
혼자 단정하고, 문을 닫아버렸던 일.
쉽게 아무렇지 않게 버려두었던 일.
사실 봄이 오기만 하면 될 일.
섣부르게 쓰레게통에 쳐박아버리지 말고 기다려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