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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부터 서른 둘 까지

겨울나그네 조회 2,68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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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이 되던 그때 까지는 투정도 아니면서 정말 철저하게

현실을 가능한 부정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착각하며 집착도 해 보면서

감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했었다.

자유로웠지만 감정의 기복 속에서 망가져가는 나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며 자위하며 방치했던 시절이었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했지만 외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감정의 통제를 받아들이게 된 20대 중반까지의 긴 군생활.


힘들었지만 ​그동안 겪어온 현실과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현실을

감정과 이성 중에 어떤 방법으로 선택할지 고민도 할 정도로

나름 이 시기에 많은 경험과 인내를 배웠던 것 같다.​ 

때맞춰 다가온 여러가지 시련들 때문에 외로움과 같은

사치스러울 수 있는 감정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때는 시련을 이겨내면서 느낀 어른스러움에 스스로 자신감이 생겨

내 생각만이 진짜라는 이기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를 가지고서는 

진짜 바보같은 착각인 줄도 모르면서 나만 생각하기 바빳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군생활을 끝낸 20대 후반에 들어서서는

방법을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굳이 이성적이려고 하지 않았다.

현실의 벽에 부딫힌 나를 보면서​ 감정을 우선시 했던 지난 시간들이

그리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는 합리화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

꿈이 현실에 가려 점점 내 희망들이 가슴에서 흐릿해질 때 즈음

겉모습에는 도움될 일 없었던 알면서도 버린 모든 것들이

꿈을 위한 재료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후회가 깊었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너무 늦게 알려준 세상을 탓했었고 

그걸 계속 지인들과의 술자리 속 푸념에서 잊으려 했다. 



이제 막 시작한 30대 초반.

얼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정하고자 했던 그 현실에

꼬리를 내리고 적응한 모습이 측은하다. 


예전처럼 허우적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이는 못하다.

 

이성적 사고와 시야, 변별력 있는 감각, 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처럼

꿈을 이루기 위한 재료를 뒤늦게 조금 얻은 대신 자존감을 내주었다

 

나와는 다른 시기를 걷고있는 주변인들을 위해 포장하긴 했지만 

의미있었을지도 모르는 입과 몸짓은 감추었다.  

그렇게 감춰진 모습을 하고서도 스스로에게는 더 엄격해져갔다.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방어적인 태도가 생겨가고 

내가 예전처럼 놓친 것들은 없는지 꼼꼼 비슷한 강박이 생겼다


눈치 때문에 입을 닫고, 편견 때문에 귀를 닫았는데 오히려

내가 그렇게 병신이냐고 외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공황이 왔다.

그런데 공황 속에서도 결국 선택이 필요로 하다는걸 알게된 것은 다행이다

창피한 공황의 끄트머리에서 '선택'의 진짜 뜻을 알았을 때는  

내가 알던 모든 것들의 의미가 달라졌다.

수험자로서 정답에 의미를 부여하기 바빳던 날들을 지나

내가 출제자가 되었다고 착각하기로한 지금.

 

​내 아내와 삶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스스로의 정답을 만들어 보자. 

시도조차 못한다면 그냥 불만의 조건이 늘어난 20대의 반복일 뿐이고

도전도 선택도 제대로 못해봤다는 미련은 남기고 싶지 않아서일까.​


서른 둘, 가장의 무게가 하나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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