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동해 일주여행(첫째날 - 서울에서 강릉으로)
귀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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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난관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날 이리저리 친구를 찾아 뛰어다녀야만 했다. 나는 대학1년생이었고 친구들은 재수중이었는데 하필 여행을 떠나는 그 날이 친구의 대학면접이 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면접날 떠나는 친구들을 야속해 한 그 친구는 삐져서 다시는 얼굴도 안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결국은 서로가 이해하고 마무리를 지었지만,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우리 셋(병진이, 민우, 귀뚜루)은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동해일주는 시작되었다.
회비는 1인당 70,000원이다. 그런데 병진이는 100,000원을 가지고 왔다. 역시 부자는 다르다..헤헤..돈관리는 내가 하기로 했다. 내가 좀 꼼꼼하니깐.^^*..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20,000원의 비상금을 지급했다. 그러고나니 150,000원이 남았다. 계획한 여행일정은 7일, 무작정 시작한 여행. 강릉에서 부산까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런지..최대한 돈을 아껴야한다. 최대한..
청량리역에 도착한 우리는 기차표를 구입한 다음 간단히 속을 채우고 나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일찍부터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인생의 방랑자 세명을 태운 기차는 강릉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입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예약이라도 할 것 그랬다. 하지만 갑자기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장장 6시간을 서서 가야한다.
추웠다. 어찌 그 추위와 배고픔을 말로 표현 할 수 있겠는가?..양쪽 좌석은 꽉 메워져 있었고, 피곤에 치졌는지 신문지를 깔고 중앙통로에 드러누운 아저씨도 있었다. 왜 이렇게 강릉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중간쯤 가면 다들 내리겠지..그러나 우리는 끝내 앉지 못했다. 객실의 후덕지근함이 싫어서 바깥으로 나오면 억센 추위가 으시시한 바람소리를 동반하고 밀려들어왔다. 병진이는 객실안에 민우와 나는 연결통로에 앉았다.
신문지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을 막았다. 그래도 추웠다. 자고 싶었지만 불편한 자리로 인해 잠도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새벽을 맞았다. 강릉가는 기차를 타면 일출을 봐야하는 건데...그날 우리는 이미 떠버린 태양을 봐야만했다.
강릉 도착, 버스를 타고 오대산으로 갔다. 1차 목적지다. 하얀눈으로 덮인 민박집에서 짐을 풀었다. \"아줌마, 오대산 소금강 상류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되요?\" 옆방에서 부시시하게 나온 학생(우리보다 어려보였다)이 물었다. \"소금강은 산이예요\". 키득키득...큭큭큭...^^* 고마운 학생들..우리도 소금강이 강인 줄 알았다. 우리 대신 매를 맞아준 학생들...우리는 방안으로 들어와 서로 얼싸안고 웃었다. '소금강 상류가 어디녜?'..하고 흉내내면서...^^*
짐을 풀자 마자 우리는 오대산 등반을 시작했다. 오전 9시경이었다. 오대산의 경치는 환상이었다. 허벅지까지 들어가는 눈길을 영차영차 땀을 흘리며 올라갔다. 배낭속엔 빵조각과 보온병만을 넣고서 잽싼 다람쥐처럼 오르기만 했다. 그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 온 산이 눈으로 덮여있었다. 하얀색이 아닌것은 눈사이를 비짚고 나온 나무와 바위뿐이었다. 우리는 오대산의 위대함에 압도당해야만 했다.
드뎌 정상이다. 광활한 정상이다. 산장도 있었다. 프란다스의 개처럼 커다란 개 한마리가 우리를 맞았다. '영화를 이런데서 찍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광활한 정상에서 팔짝팔짝 뛰어놀다가 하산을 했다.....이런...-.-;;; 오후 3시 하산이라...산은 해가 빨리 떨어진다. 큰일이다. 서둘러야했다. 후다다닥...빠른속도로 하산했다. 설상가상이랬던가?..병진이의 다리가 접찔렸다. \"좀만 참아!!..어두워지면 더 큰일이야..참을 수 있지?\" 우리는 계속 하산했다. 여행내내 나는 접찔렸던 병진이에게 던진 말에 대해서 미안해해야만 했다. 그깟 어둠보다는 친구의 발을 먼저 챙겼어야했기 때문이다. 협동심이 절실히 필요한 여행이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병진이에게 고백했고 병진이도 괜찮다했다.
하산길에 발을 잘못 디디면 엉덩이까지 눈속에 파묻혀야만 했다. 우리들의 옷은 온통 눈두덩이였다. 하산 막바지에 다다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민박집에 들어온 우리는 밥을 먹었다. 병진이나 민우나 음식솜씨가 좋았다. 병진이가 찌게를 했고 민우가 밥을 하고 내가 찬을 꺼냈다. 밖에서 먹는 밥은 쥑인다. 밥먹고 잤다. 일어나니 저녁 11시였다. 낼의 계획을 세워야했다. 서두에 말했듯이 계획된 여행이 아니었으므로 다음날 계획은 전날 세워야했다. 만장일치로 정한 곳....동해...낼은 동해로 출발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겜....한 두시간정도 했나?...겜하고 우린 또 잤다. 허벌나게 피곤했다. 오대산의 정기를 받아 우리들의 얼굴은 뽀송뽀송했지만 말이다. 낼을 위하여....
병진이는 쌀을 물속에 담가 놓는것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