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Lazybones의 울릉도... 전편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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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휴가는 울릉도에서 보냈습니다.
나와 나의 수렁과 친구 둘... 총 네명이서 출발했죠.
친구의 차(카니발)를 가지고 가는 바람에 배에 차를 싣고 갈 수 있는 포항에서 배를 탔습니다.
예정은 4박 5일.
토요일 오전 배였는데 금요일 밤 자정에 도착하여 월포라는 곳에 가서 술을 한잔 했죠.
월포. 달을 담고 있는 포구라는 뜻이라더군요.
정말 그림에서만 보던 달그림자를 봤습니다.. 물론 보통 평범한 달그림자는 많이 봤죠. 하지만 월포의 달그림자는 순정만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습니다.
달에 취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겨우겨우 울릉도 행 배를 탔습니다.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는 사실 많이 실망했습니다.
별로 특이할 게 없고.. 아름답다 할 것도 없었으니까요.
우선 차를 타고 울릉도 한바퀴를 돌기로 했죠.
2~30분을 더 갔을까.. 우리는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울릉도를 오려고 하는 구나... 와.. 정말 멋지다..
물 색깔이 꼭 비취색이었습니다. 괌의 Two lovers point에서 내려다보던 바다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비교가 안됐죠.
차를 타고 끝까지 간 후 가장 마지막에 있는 포구 죽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민박을 하는 것보다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내는 게 운치도 있고 좋을 것 같아서 텐트를 치고 잘 안되는 헤엄을 바닷가를 헤젓고 다녔죠...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다가 죽암을 부리치지 못하고 하룻밤을 더 보내기로 했다.
하룻밤을 더 보낸 삼일째 아침.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폭풍주의보. 우린 계획대로 나리분지로 가서 민박을 정했다. 바람은 거칠게 불고 빗방울도 커지고 있었지만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장 싼 민박을 구하고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고 그렇게 울릉도 여행이 총 13일이 되어버렸다.
우린 갇혀버린 것이다.
토사가 쓸려내려와서 사람이 죽고 도로가 붕괴되고 집채만한 바위가 도로를 점령하고 ..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이 무너진 것도 보았다.
하루이 구멍이 난 것을 의심치 않는 상황에서 나와 나의 수렁은 바다낚시를 했다. 물론 잡히는 것은 없었다. 겨우 손바닥만한 전갱이 두마리..
13일을 울릉도의 절반만 보고 겨우 울릉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울릉도의 전경은 후편에..
2002.10.01 Lazyb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