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대전에서 부산까지.
바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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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이십칠일.
옛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되면 대전에 오라고.. 그 전화에 두말없이 대전으로 향했고 밤 여덟시가 넘어서야 친구를 만날수 있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친구는 유성엘 가보고 싶다고 해서
식당은 제쳐두고 사람들에게 물어 유성에 갔다.
온천이 있어 꽤 크고 좋은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작은 도시였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유성 변두리에서 내렸을지도 모른다. -_-
그날은 비가와서 조용하게 보내고
다음날 아침.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고 우린 약간은 즉흥적으로 부산 해운대로 향했다.
세시간 조금 넘게 기차를 탔고 해운대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바닷가를 걸었는데 처음 갔을때완 다른 느낌이었다.
하긴 예전에 갔을땐 오분도 안되서 다른곳으로 갔었으니.. 다를수밖에..
비가 온뒤라 그런가 제법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었고 여기저기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여름이 끝난 뒤였는데도 사람이 많아 다시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에서 맥주한캔씩하고 노래방에 간것을 끝으로 그날은 저물어갔고..
다시 다음날.
집에 가기전 자갈치시장과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태종대에 들르기로 했다.
우선 자갈치 시장에 갔는데 난 한번 가봤기때문에 그렇게 신기하진 않았으나
그때못본걸 보느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항구쪽으로 가니 어떤 아저씨가 '배택시'를 타보라고 권유했다.
통통배를 개조한듯한.. 그런걸 타고 부산 바다위를 돌았는데 오랫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었다.
가끔가다 바닷물도 튕겨오르고 너무 시원한 바람도 불고..
원양어선 같은 커다란 배도 마음껏 구경하고..
다소 길다싶게 배를 탄 후 태종대로 향했다.
부산에 사는 친구에게 듣기론 자살을 많이 하는 곳이라고 들어 바닷가 절벽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곳인듯했다.)
입장료 육백원(일인당)을 내고 남들과는 다르게 내리막길부터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오르막길만 계속 있고 나오라는 전망대며 망부석은 보이질 않는것이 아닌가.
나이는 못속인다고 헉헉대며 삼사십분가량 걸어올라가니 드디어 전망대가 보였다. (거기 까지 올라가는데 완전 살인코스였다. 혼자선 왠만한 인내력아닌 이상 못갈게다-_-)
전망대 밑으로는 바다가 만든 멋진 절경(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은 자살바위였는데
우린 아름다운 절경 앞에다 두고 저기는 왜 빨갛지? 사람들 피에 물들여진게 아닐까? 하는 쓸데 없는 얘기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_-
전망대에 대마도인가 무슨 섬을 보라고 망원경도 있었지만 날씨가 흐려 그건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절벽 앞쪽으로 섬이 하나 있었는데 지도엔 주전자섬 이라고 나와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다리미로 보였다. 빨갛고 조그만 등대가 다리미 손잡이 같이 보여서-_-;
그렇게 한참을 절벽을 보는데 꼭 그 속으로 빨려들것 같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자칫 잘못하면 큰일나니까..
자살한 사람들도 그런 경치때문에 그곳으로 뛰어들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멋진 곳이었다. 아마도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
전망대라 그런지 유독 언덕이 많아 조금만 걸어도 힘이들어 쉬려는데
멀리 오륙도가 보였다.
처음엔 섬이 작아보여 아닌줄 알았는데 지도의 섬과 비교를 해보니 역시나 오륙도 였다.
노래에서나 듣던 오륙도를 직접보게되니 너무 기분이 좋아 그 기분으로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영도등대 라는 곳으로 가는 샛길이 나있었지만 가봐야 뻔하지 라는 심정으로 우린 직진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분명히 있어야할 망부석이랑 신선바위는 나오질 않는게 아닌가.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영도등대로 가는 길로 갔어야 그걸 볼수 있는것이었다.
우린 너무 지쳐있었기때문에 얼핏 본것 같다며 서로를 위로 했고
삼십분정도를 더 걸어 거길 빠져나올수 있었다.
올라가기 전엔 한시간정도 걸린다는 말을 듣고 별거 아니지 했었는데
막상 올라갔다오니 우린 완전 녹초가 되있었다.
그렇지만 유명한 곳을 갔다와서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기분이었다. ^-^
여행내내 친구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질 않았지만
오히려 소중한 시간을 보낸것 같았고
그렇게 가고 싶었던 태종대도 갔다올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다.
그땐 꼭 차를 타고 가야지.
(걸어가긴 너무 무리야 +_+;;)
참.. 한가지 더 있다.
부산 해운대 전철역에서 표를 사는 어떤 남자를 봤는데
그 일행을 우연히 세번인가 네번을 마주쳤었다.
표사는데서 한번. 전철 같은 칸 같은 자리서 한번, 부산 역 광장서 한번, 기차 같은 칸 맨 앞자리와 맨 뒷자리서 한번. 이렇게
우연하게 같은 사람을 계속 볼수 있어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던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