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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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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나를] 널 위한 메들리

스나 조회 5,8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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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그저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뭐야? 왜 저러고 있어?"

 

 

 




  첫 만남 이래 웃지도, 말을 걸지도 않는 채 말없이 제 친구의 옆을 지키고 있던 그 애가 짜증났다.

 

 

 




"아니 타기 싫었으면 오지를 말든가, 아픈 거면 집엘 가든지."
"그러게, 좀 그렇다."

 

 

 




  쉭쉭대는 내 숨소리만큼 거친 스케이트의 날들이 사방으로 스쳐 지나갔다. 어렸을 적에나 가족과 몇 번 아이스링크에 갔던 기억을 제외하곤 실로 오랜만인 스케이트였다. 이리저리 허둥거리며 스케이트를 타던 나는 내 단짝 친구 혜민이와 그녀와 나의 중학교 동창, 그러나 그때보다 부쩍 여성스러워진 나를 몰라보는, 친하지 않은, 줄곧 혜민이와만 연락해왔고 그녀하고만 친한 이성친구와 나란히 아이스링크에 왔다. 덤으로 그의 절친도.

 

  썸이라면 썸, 남자친구라면 남자친구로 이미 연애를 몇 번 해본 나였다고는 하지만 남자 앞에만 서면 부끄럼을 타는 성격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푸름이는 중학교 때 마지막으로 본 이미지와는 달리 키도 덩치도 훌쩍 커있었다. 그가 데려온 절친은 그에 비해 작은 키와 덩치였지만 어쨌거나 남자임을 알려주는 골격이었던 게 내 시선을 머쓱하게 한 요인이었다. 때문에 얼굴을 자세히 못 보았을 뿐더러 여러 번 본 남자친구들의 얼굴도 사진을 남겨놓지 않는 이상 뒤도는 순간 까먹는, 지독한 까마귀 뇌를 갖고 있던 내게 그 남자아이의 얼굴이 잔상으로나마 남아있을 리 없었다. 본의 아니게 베일에 가려진 그 아이를 멀리서 보는 내 눈에 바야흐로 배주룩한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야 유혜! 나 좀...!"
"푸름이 잡아, 푸름이! 아 나 근데 쟤 진짜 맘에 안 들어..."

 

 

 




  아이스링크엔 들어오지도 않는다. 경계 밖 벤치에 앉은 걸로도 모자라 두 무릎 위에 각각 팔꿈치까지 걸쳤다. 그대로 고개까지 숙이고 있으니 저건 어디로 보나 경찰서에 붙잡혀 온 가해자 꼴이다. 한숨 같은 헛웃음이 툭 하고 불거져나왔다.

 

 

 




"푸름아, 나 좀 잡아줘..."

 

 

 




  와중에 다리는 자꾸만 내 맘대로 되질 않아 엉덩방아를 수십차례 찍고 있는 상태였다. 푸름이의 어깨에도 닿지 않는 키로 나는 부던히도 푸름이에게 손을 뻗었다.

  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냐구...

 

  속은 온통 친하지도 않은 푸름이의 절친에게로 쏠려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관심이었다.

 

 

 

 








 널 위한 메들리 (for Calix)
            by Victoria

 

 

 

 








  라면집이었다. 각각 네 개의 서로 다른 라면이 넓은 그릇에 담긴 채 네 사람 앞에 천천히 놓여졌다. 맛있겠다, 하는 소리는 남자애들 입에서였고, 찰칵거리는 셔터 소린 혜민이와 내 핸드폰이 내는 소리였다.

 

 

 

"먹자."

 

 

 

  그 말을 시발점으로 우린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반쯤 면발의 양이 줄었을까. 푸름이가 그러는 거였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 말은 분명 그릇에 얼굴을 박고 있는 내 정수리에 꽂혀든 말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

 

 

 




"너 나 어디서 안 봤냐? 나 너 어디서 봤는데. 분명히."
"......."

 

 

 




  혜민이는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나는 웃을지 시침을 뗄지 고민하느라 잠시 말을 잃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서로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푸름이에겐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푸름이는 이제 갸웃거리고 있었다.

 

 

 




"봤는데...분명히...?"
"크크크, 중학교 같이 나왔잖아!"
"중학교?"
"중1때 같은 반이었다던데~"
"...아!!!"

 

 

 




  결국 서로의 존재가 명확시된 건 혜민이에 의해서였다. 나는 이제 맘놓고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푸름이는 웃는 듯하면서도 벙찐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야 너 진짜 용됐다..."

 

 

 




  그 말에 잠시 움찔하긴 했지만 어쨌든 웃기긴 웃긴 거다. 나는 신나게 웃어댔다. 시선은 여전히 이름 모를 그의 옆, 절친에게 향해 있는 채였다.

 

 

 

 

 






*

 

 

 

 

 






  글쎄. 무엇이 시작이었을까.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뭐가 원인이었지? 어떤 게 정확히, 나로 하여금 너에게 빠져들 게 만든 요소였을까.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네 목소리였을까. 마이크를 든 네가 부른 노래가사였을까. 어두운 노래방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이크가 네게 넘어가던 순간부터 내 심장은 너를 향해 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감정 없어 보이던 네 입에서 일순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줄곧 무표정으로 딱딱했던 네 주변에 감성적인 멜로디가 흐르는 순간, 나는 너를 보던 눈을 바로 잡았고 더욱 시선을 네게 고정시켰다.

 

  테이의 노래가 네 선곡의 주였던 것을 기억한다. 같은 베개가 그 첫 번째 곡이었단 것도. 네 목소리가 테이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단 것도. 음정 하나 박자 하나 틀리지 않은 채 감정마저 닮아버린 너를 보며, 네게 넋을 놓은 내 심장은 어떡하지 라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단 것을, 너는 알까. 내가 말했던가. 이 글을 보는 순간에야 너는 알게 될는지도 모른다.

 

  노래하는 네 입술의 두께를 그때 처음 확인했고, 그 입술을 타고 올라가 오똑한 콧날을 보았다. 나와 같이 쌍커풀 없는 두 눈. 그럼에도 깊은 눈. 노래하는 내내 집중하는 듯 진지하다가 어느 순간 여유로운 네 모습에 그제야 나는 네가 잘 생겼다는 사실마저 깨달았다. 나는 얼굴을 붉혔었지.

 

  노래를 끝난 너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돌릴까? 눈을 돌려버릴까?

 

  그런 생각을 내가 할 수 있었을까?

 

  그 순간이 지속되길 바랐었다.

 

  마주친 그 시선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찰나의 순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니면 너와 내 눈을 강력접착제로 붙여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황당한 생각도 들었었다.

 

  그땐 그런 생각마저 꽤나 정상적인 것처럼 내겐 다가와서, 너무 설렜어서, 널 보는 내 눈은 시린 줄도 몰랐었고 나를 보는 네 눈도 그랬으면, 바랐었다.

 

  너도 그때, 그랬을까.

 

  당장 차가운 빙하가 따뜻한 초코퍼지로 변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난 그것보다 더한 기분도 느꼈노라,그런 장면이 지금 내 앞에서 펼쳐지고 있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보 같던 난,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그간 경험했던 숱한 연애들를 전부 묵살시킬 만한 미련함으로, 그렇게 너와 헤어졌다. 너와 나의 첫 만남, 네게 빠진 첫 순간이 저물어가던 2월의 어느날이었다.

 

 

 

 

 






*

 

 

 

 

 






  우리가 다시 만난 때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그 후로 한 주를 건너뛰어야 했다. 이제 내 옆에는 혜민이가 아닌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 그리고 푸름이의 다른 남자친구 두 명까지도. 그중 한 명이 너. 여전히 말이 없는 너를 보며 나는 지난 날의 네 목소리를 떠올렸다. 내 시선은 또다시 너를 의식하며 네게로만 향한다.

 

  아무리 2월의 막바지라지만 하필이면 그날따라 조금 쌀쌀한 날이었던 게 흠이었다. 친구따라 그녀의 협박에 가까운 강요를 따라 봄방학을 맞이하여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예쁘게 웨이브를 넣었던 머리를 학생 주임 선생님께 바로 걸려 당일에 단발로 쳐내야 했던 머리를 예쁘게 드라이한 날이었다. 그 머리가 조금 귀여워 보였었다. 그 머리를 한껏 더 살리고 싶어 택한 것이 공주풍의 핑크색 레이스 달린 짧은 캉캉 스타일 미니스커트와 예쁜 분홍리본핀을 단 여자가 그려진 흰 색 티, 파스텔핑크톤의 가디건을 입고 신발로는 역시 분홍색리본 달린 오픈 토 하이힐 패션이었다. 지금 다시 입으라면 절대로 다시 못 입을, 그런 화사하고도 해사한 나풀거리는 공주풍이 짝사랑에 빠진 그때에는 그렇게 예뻐보였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명동입구에서 너와 네 무리를 만난 그날, 내가 아는 큰 인터넷 카페는 그곳에서 정모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 중심에 낄 생각으로 그 카페에서 이미 아는 동생까지 만들어 놀았던 나였지만 그 동생도 나도 그날 명동에 오기만 했을 뿐 각자 자신의 일행을 옆에 끼고 잠시 구경만 하다 갔었다. 그날 그 정모 사진들 속 인간바리케이트에 찍힌 내 여자친구와 나의 모습을, 후에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즐거워하기 전, 내 마음은 너로 쭉 설렜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노래 한 번과 목소리 한 번으로 그렇게 네게 빠져들 수가 있던 건지, 조금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때 나의 세상 속 중심축은 너, 나는 너를 상대로 빙빙 도는 행성이었다.

 

  나에 대한 네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도발 도구로 채택했던 샤브샤브 집에서였다. 떡 안에 들었던 게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 내겐 맛없었고,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었고, 나는 내려놓았고, 너는 그것을 입 속에 넣고 우물거렸다. 멍하니, 널 쳐다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의도한 건 나였는데 네 의도 또한 만만찮던 기분 좋은 한 때였다.

 

  그날 나는 헤어지기 전 네 번호를 묻기로 결심한다.

 

 

 

 

 






*

 

 

 

 

 






  너와 문자를 하기 전이었을 것이다. 아니, 문자를 시작했던 때였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굳이 기억할 필요는 없는 듯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회고하고 싶은 건, 내 친구에게 보낸 너를 향한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그 표현을 푸름이에게 딱 걸렸었던 그 순간.

 

 

 




[니가 경준이랑 꿈 속에서 뽀뽀할 거라고.. 하는 거. 니가 화장실 갔을 때 네 폰 구경하다 봤어.]

 

 

 




 창피함과 속상함(뭐가 그리 속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뭣 때문이었지 모를 망했다는 상실감에 방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엉엉 울었었다. 안방에서 달려나오신 엄마가 물으실 때까지 시뻘개진 채로 울었었다.

 

 

 

 

 






*

 

 

 

 

 






[경준이, 너 좋아해.]

 

 

 




  그 말을 나는 너와 문자를 하던 중 푸름이에게서 들었다.

 

 

 

 

 






*

 

 

 

 

 






  전화로 했든 문자로 했든 마음으로 했든 중요한 건 이어졌다는 거였다. 너와 문자를 시작한 지 며칠 안 된 어느날. 봄바람이 불던 어느날. 진짜 봄이 시작되던 어느날, 기승을 부리던 겨울이 마침내 골목 귀퉁이 너머로 스러져 가던 그 3월의 첫 날에 너와 나의 핸드폰 속 서로의 이름은 수정되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온 세상이 빛날 것 같았다.

 

 

 

 

 






*

 

 

 

 

 






  터질 것 같은 마음을 끌어안고 신경 써서 나를 꾸몄다. 너와 내가 이어진 이후 처음 만나는 날인 만큼 세상도, 내 자신도, 화장대에 내려앉은 짖궃은 먼지 한 톨까지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연갈색 스커트를 꺼내 입었다. 부드러운 봄날에 맞추어 회색빛의 후드티를 입었다. 후드티라고는 하지만 디자인은 후드티를 넘어 꽤나 여성스러웠다. 맘에 들었다. 밤색 구두까지 차려 신고 나니 이제 들 것은 가방뿐이었다. 작은 손가방 하날 챙겨들고 너를 향해 걸었었다.

 

  첫 뽀뽀를 하기 전, 첫 키스를 하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어느 장면, 코메디 같으면서도 애틋했던 한 컷을 꼽으라면 나는 당당히 꼽을 수 있다. 너도 아마 그럴 것이다.

 

  베스킨라빈스. 하프갤론. 민트초코로만 한가득.

 

  테이크아웃만 된다는 말에 우리는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 거의 의무였다. 주겠다는 드라이아이스는 가까운 곳으로 갈 거라며 마다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거절을 생각하면 우린 참 바보였던 것 같다. 결국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에서 우리는 쉼없이 녹아내리는 민트초코를 쉴 새 없이 떠먹기 바빴고 노래를 부르는 서로에게 그만 부르고 이것 좀 빨리 먹으라며 재촉까지 하는 코메디를 연출해야 했었다. 웃기고 슬픈, 애틋한 기분이었다.

 

  너와 나의 첫 키스는 첫 뽀뽀 다음으로 바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생각일 뿐이었다. 주홍색 어둠에 잠긴 우리 집 주변을 서성이던 두 쌍의 발이 접어든 곳은 근처 공원, 그 속 벤치 앞이었다. 이곳에 앉으면 정적만이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끼쳤다. 너를 봤지. 너는 내게 뭐라 했나.

 

 




  앉을까?

 

 




  단순하고도 심심한 그 짧은 한 마디가 가진 위력은 대단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나는 네 손을 잡고 네게 몸을 기울였다. 너는 다가오는 나의 어깨를 잡고 다른 손을 마저 잡더니 나를 먼저 의자에 앉혔다. 그 후에야 너는 따라 앉았다.

 

  심심한 대화였다. 남들이 듣는다면 그런 류의 대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우리가 느끼는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로 표현한다 해도 턱없이 부족할 거였다. '내일 뭐 해?' 그 말은 '내일도 널 보고 싶어.' , '지금 몇 시지?' 그 질문은 '시간을 멈추게 할 순 없을까?'로 풀이됐다. '춥지 않아?' 수시로 확인하던 그 질문은 '널 좀 안고 싶은데.'란 말인 걸 잘 알아서, 나는 네게 안겼었고, 너는 내 어깨를 감쌌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너는 볼을 내밀었지. 내가 원하던 입술을 내밀어줄 때까지 나는 꼼지락거리는 심장을 애써 감췄었다.

 

  골목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우리집 앞 시멘트 벽에 기댄 네 얼굴을 가로등이 잔잔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이제 오늘의 만남을 거두어야 할 시간. 또 볼 시간은 많은데, 아니 많지 않았던 걸 알고 있어서였을까. 나는 너를 참으로 아쉽게도 올려다봤었다. 날 보는 네 눈빛이 너무 좋아서, 많이 간지러워서, 피어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네 앞에 톡 떨구면 너는 손을 뻗더니 내 허릴 끌어당겼다. 네 품에 안긴 채로 네 심장고동을 느끼고 싶었다. 느끼기 이전에, 조금 밀리는 내 몸에, 다시 마주치는 시선에, 절로 감게 되는 서로의 눈이 너무 달아서. 나는 눈을 감았고 그렇게 너와의 첫 키스는 시작되었다.

 

  이어진 끈을 잡고, 리본을 자르고, 처음 시작했던 무대의 막을 내리려던 순간에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의 서막을 열었다.

 

  그때가 우리 둘 다 사회에 나갈 첫 관문을 준비해야 했던 고3 초기. 깊어가는 사랑을 공부와 병행하기엔 우린 너무 어렸었지. 학문만을 사랑하기엔 이미 자리 잡은 주인이 너무도 컸던 것이 그때의 나로 하여금 내 입으로 하여금 결국에는 네 입으로까지 하여금 울며 강제로 훗날을 기약하는 말을 하게끔, 그리 될 순간을 앞당겼었나 보다.

 



  글로는 다 담기엔 턱없이 크고 깊은 지난 내 사랑아.

 

  비록 첫 사랑은 아니었어도 가장 사랑한 첫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바래가는 사진 보며 내 맘은 널 바랬단 사실을. 너와의 순간 하나하나 아직까지 심장 한 켠에 두고 있단 그 사실을,

 

  이제서야 네게 고백하는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해.

 

  내가 너에게 불러준 메이다니의 처음처럼. 네가 나에게 불러준 테이의 같은 베개.
두 노래를 합치면 처음처럼 같은 베개. 그리고 이건 전적으로 널 위한 노래. 우리 둘만의 메들리. 품에 안고 가주길.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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