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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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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두사람

휘새 조회 3,36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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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잊고 지냈을까 스스로 무안해질만큼
기억속에 멀리 넣어두었던 과거가 다시금 새록새록 고개를 내밀곤 해요.
일주일 중의 그 어느 하루도 버릴 날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게 좋아요.
몇 밤만 더 지나면, 모레가 되면, 내일이 되면 어쩌면
또 예기치 못한 시간에 전화 걸어올 지도 모르니까요.

 무심코 시계를 보았을 때 같은 숫자의 나열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곤 해요.
언젠가 누군가 그랬거든요. 세시 삼십 삼분, 네시 사십 사분, 그 시각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꼭 그 시간에 어디선가, 누군가 날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그건, 두 사람이 꼭 같은 맥박을 느끼고 있다, 그런 느낌이잖아요.

 가만히 있다가도, 슬며시 떠오르는 미소를 숨길 수 없어요.
 그러다, 문득 나도 참 바보같다 그런 생각을 해요.
전화 오면 무슨 말을 할까, 한참이나 아껴뒀던 말 해야지, 생각하다가도
역시나 정작 드르륵 진동이 오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여보세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동안 생각하고 연습했던 모든 말을 다 까먹어놓고는
그냥 코끝이 찡함과 동시에, 하, 하는 웃음만 나올 껄 알고있는데도
매 번 다음번 전화 오면 어떤 말을 어떻게 말할까, 그런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요.
 
  전화기를 드는 순간 머릿속은 투명하고 새파란 하늘만 펼쳐지는 걸요. 
 나는 그냥,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차가운 바닷바람,
시린 바다 냄새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한참을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가끔 흔들리는 억양을 느끼는 게 좋아요.
 예기치 못한 순간 터져나오는, 수화기를 통해서 느껴지는 떨림, 그 새파란 웃음소리가 좋아요.
 
 있잖아요, 나는 그 말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
서로 너무 어려서, 어쩔 줄 몰라서 이루어지기 참 어렵다는 말.
 예전의 내가 꼭 그랬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사랑을 하는 줄 몰라서,
어떻게 마음을 주는 줄 몰라서, 그렇게 아플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게 나한텐 너무 버겁고, 빨랐었거든요. 내가 이만큼 준비하기 전에 그 사람 벌써 너무
가까이 다가와있고, 내가 이만큼 왔을 때 그 사람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있고.
 너무 빨리 다가오고, 너무 한꺼번에 모든 걸 주려하지마세요.
빨리 타오르는 만큼  금방 식어버리면, 슬프잖아요.

 그래도 나, 여전히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좋아하는 마음 표현하는 데도 참 서툴고, 제멋대로지만 예전보단 많이 컸어요. 몸도 마음도,
그러니까, 내가 빨리 클테니깐, 보다 성장할테니까 그 때까지 천천히 마음 열어주세요.
  
  당신 한마디에,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자꾸만
자꾸만 노력하고 싶어져요, 나는 당신의 자랑이고
싶습니다.



 내 두려운 미래도 눈부신 빛으로
밝게 비춰주는 사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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