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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시 모음> 이동식의 '초록빛 휘파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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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시 모음> 이동식의 '초록빛 휘파람' 외

+ 초록빛 휘파람

그리운 사람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하늘 한 모서리
지상 한 귀퉁이
해가 뜨고 지는 자리에서
원치 않는 슬픔과 고통이
우리의 삶을 그늘지게 하여도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내 간절한 마음
그리운 사람에게 날아갈 수 있도록
날아가 그리운 사람의 가슴에
행복의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이동식·시인, 1966-)


+ 휘파람

길을 걷다
주저앉고 싶어질 때면
아버지의 휘파람소리가
생각난다

비누방울로
톡톡 터지며
맑고, 투명하던 그 소리에
우리는 깔깔거리며
키가 자랐고

작업복 바지마다
풀물로 얼룩진 고단하고
누추한 생활을
동그랗게 모아
휘파람 불던

서서 꿈꾸는 나무처럼
아버지가 불렀던 휘파람소리는
어느덧 내 입으로 전해져
나는 초록으로
싱싱하게 풀물이 든다.
(최대희·시인, 1958-)


+ 휘파람 소리

고통을 뱉어내는 소리
꿈을 이루는 소리
삶을 가꾸려는 포부를 담은 소리
염원을 지키려는 자신감에 찬 소리

피우지 못한 소망이 결국엔 꽃을 피우고
새 단장(端裝)으로 탑을 쌓는 석수장이의
안도의 한숨.
(전병철·시인, 1958-)


+ 휘파람
    
풍랑이 심한 날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이생진·시인, 1929-)


+ 휘파람 불던 밤

잠 못 들고
적은 편지를
그대에게 보내오면,

편지를 읽으실 때
별처럼 눈빛 반짝이실까,

잔잔한 호수같이
웃음 지으실까,

겨울나무처럼
휘파람 불며불며
그대에게 가고 싶은 밤.
(차성우·교사 시인, 경남 거창 출생)


+ 휘파람새
  
막막한 어둠 저편, 아득히
소리내어 부를 누군가가 있다면

이 밤, 어둠만은 아니겠구나
(권경업·시인, 경북 안동 출생)


+ 휘파람새는 휘파람을 잘 분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휘파람새는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새가 휘파람을 불 때
나무들은 새 쪽으로 걸어오고
구름은 새의 머리 위에 머문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은 알록달록하고
휘파람새의 휘파람은 따끈따끈하다
숲의 흔들림은 나무의 춤이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이 있는 숲은 깊고 아늑하다
젊고 아름다운 새는 젊고 아름다운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새가 휘파람을 불면
젊고 아름다운 나무에는
젊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이기철·시인, 1943-)


+ 휘파람 속의 동행

그 사람은
어두운 거리를
휘파람을 불며간다

나는 그 뒤에서
조금만 떨어져
같이 걷는다

달도 없는
밤거리에서
서럽게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는
자꾸만 내 눈앞에서
힘없이 떨어지고

또 떨어지며
꽃처럼 피어나는
뜻 모를 아쉬움에

나도 몰래
나도 따라
휘파람을 불며간다
(이훈강·시인, 1960-)


+ 휘파람을 불며 간다.

간다.
모질게도 불던 겨울바람
휘파람을 불며 간다

봄이 온다고
매화꽃 핀다고
간다.
휘파람을 불면서
저 바다를 건너간다.

봄이 온다고
파도는 철썩이고
겨울바람은
휘파람을 불며 간다.
바다 저 멀리 간다.
(자수정·시인, 1960-)


+ 휘파람새

그리움에 까닭 있나요
마음가는 까닭이지요
살아있는 증거지요

처음 본 순간
눈빛으로 갈망하고
가슴 뛰는 연유가
질긴 인연 아닌가요

연인의 넋을 그리워하며
평생 잊지 못해
휘파람을 분다는
새의 운명 같은 거지요

마음 하나 운영 못하는 미물이라고
사랑할 수 없나요
此岸차안과 彼岸피안을 날아다니는
매화를 사랑한다는 그 새처럼
휘파람 한번 불어보세요

우리들은 불쌍해요
이것저것 따질 일도 많고
눈치 볼일조차 많아서
휘파람조차 불지 못하잖아요.

사랑이 눈치 보이는 세상에는
휘파람새는 살지 않지요.
(김낙필·시인)
* 차안(此岸) :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의 이 세상  
  피안(彼岸) : 이승의 번뇌를 해탈한 열반의 세계


+ 알마타의 휘파람 - 어느 교포 이야기

천산 산맥 아래
몇 채의 지붕이 머리를 내밀고
사방엔
어느 시골집 안개 자욱한
저녁나절의 색채가 짙다

카자흐스탄 노인이
몇 마리의 낙타와
빙하수로 목을 축인다

오늘처럼
안개비 걷히는 날이면
보이지 않는 고향을 향해
목이 메이고
남쪽에서 오는 바람으로
고여드는 향수를
휘파람에 싣는다

별빛도 없는 밤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이 주검의 지평선에서
벽화 속의 사람처럼
너무 조용한 슬픔을 맞는다
(홍금자·시인, 1944-)

* 엮은이 :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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