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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에 관한 시 모음> 권영상의 '손수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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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에 관한 시 모음> 권영상의 '손수건' 외

+ 손수건

새로이 산 손수건은
곱고 깔끔하긴 하지만
눈물은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적어도 
손수건이 손수건이려면
깔깔한 성질은 마땅히 버려야지요.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손안에 포근히 잡히는
엄마의 낡은 치맛자락 같은 부드러움
손수건이 손수건일 테면 그래야겠지요.

알맞게 낡은 뒤에야
한 방울 눈물까지도 따뜻이 받아줄 테니까요.
(권영상·이동문학가, 1953-)


+ 하얀 손수건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쓸까 하고 꺼냈다가
때묻을까 봐
주머니에 도로 잘 넣어 두지요.

손수건, 손수건
하얀 손수건
쓰지 않고 아꼈는데
웬일일까요
어느 틈에 까매진 내 손수건.
(어효선·아동문학가, 1925-2004)


+ 해님의 손수건

하얀 구름은 해님이
땀도 씻고
코도 닦는
하얀 손수건이란다

그런데 대청소날이면
하늘 먼지 닦느라고
때가 묻어서
검은 구름 되는 거지

그래서 해님이
은하수에 헹궈 짜니까
주룩ㅡ주룩ㅡ
비가 되어 내리는 거야

저것 봐, 오늘은 해님이
파랗게 닦아진 하늘에
하얗게 빨아진 손수건
가득 널어 말리잖니?
(조룡남·조선족 시인, 1935-)


+ 손수건
 
너와 헤어지고
뒤채이던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새삼 꽃밭의 꽃잎 속에 가득한 눈물
햇살과 노닐다가
끝내 적시고만
하얀 손수건
(구재기·시인, 1950-)


+ 손수건

어제 내가 흘린 눈물로
온몸이 흠뻑 젖은
그대의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오늘은 더위에 울어버린
나의 땀으로 씻어봅니다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그대의 모습에서
나의 슬픔과 아픔은 사라지고
지금은 희망이 보입니다
여름날 더욱 눈부신
침묵의 몸짓을 자랑하는
태양 아래서 그대를 펼쳐보니
잠시 잊고 있던 꿈 하나가 비칩니다
지금까지 나의 꿈을 담고 있어준
그대가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김병훈·시인)


+ 손수건

누가 떨어뜨렸을까
구겨진 손수건이
밤의 길바닥에 붙어 있다
지금은 지옥까지 잠든 시간
손수건이 눈을 뜬다.
금시 한 마리 새로 날아갈 듯이
발딱발딱 살아나는 슬픔.
(문덕수·시인, 1928-)


+ 손수건

문득 꺼내어 든
손수건 속에
곱게 담아둔
당신님 내음
보고픔에 취하여
얼굴도 덮어도
그리움은 하늘만큼
바다만큼 하니
두 눈 꼭 감아도
멀리만 있어 보입니다
(최상고·시인)


+ 손수건·1     

하느님,
당신의 손길이
임의 얼굴에
나의 손수건이 되게 하소서.

그 손수건
모두 드려
정갈한 눈물
닦아드리게 하소서.

그 손길이
위로가 되고
웃음의 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게 하소서.
(엄원용·시인, 1944-)


+ 손수건·2

내 손수건은요
그대 눈물을
닦아 줄 수 없어요.

맑고 정결한 그 눈물은요
나의 가슴의 심장을 뚫고
역류하는 핏줄을 타고 흘러와요

내 손수건은요
살아온 세월만큼 서러운
세상 티끌 다 묻히고요.
세상 냄새 다 묻혀 있어요.
 
맑고 정결한
그대 눈물은요
손수건은커녕
차마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 수조차 없어
그저 바라만 보아요.

언제나 반짝이는
아름다운 강물이 되어
내 가슴에 잔잔히 흘러 주어요 
(엄원용·시인, 1944-)


+ 하얀 손수건

슬픔이 있을 것 같은 날은
자수를 뜬다
귀바늘 끝에 와 우는 바람도
바람이지만
수실에 뜨여진 별이랑 난초가
온통 눈물빛이다
슬픔이 어디서 오는가를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지상에서 채우지 못할 두레박
혹은 살아 있는 이가 떨어뜨린
9월의 가랑잎
아직 사랑이 남아 있는 이의 손수건이다

슬픔이 있을 것 같은 날은
재봉을 한다
바늘귀에 흐르는
실날 같은 목숨도 목숨이지만
살아가는 일들을 깁고 오려낸 흔적이
온통 겨자맛이다
이 9월의 넉넉한 햇살 속에서도

아직 꿰매지 못한 우리의 상처
슬픔이 어디서 오는가를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아마 그것은 우리가 감추고 있는 작은 바다
혹은 사라져 가는 것들이 남겨놓은
하얀 손수건이다
(김종해·시인, 1941-)


+ 친구에게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김재진·시인, 1955-)


+ 정말 미안해

한 장의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듯이
습관의 노예로 살아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미안하다

비오는 날 창문을 닫듯이
그저 별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나의 시간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 만나 불쌍했던 네게
고개 숙여 사과할게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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